“게임 과몰입, 게임 자체의 문제인지 공존질환 문제인지 불분명해”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 과몰입 등 게임장애에 대해 “게임 자체의 문제인지 공존질환으로 발생한 문제인지 (연구 결과가 부족해)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교수는 28일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열린 ‘ICD-11, 게임질병분류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시도를 종식시키려면 의학적으로 공존질환을 구분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대학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에서 다수의 문제아들을 치료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공존질환을 구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의 90% 이상이 우울증이나 자폐증 등의 공존질환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알코올중독자나 마약중독자도 공존질환을 갖고 있지만, 게임 과몰입처럼 공존질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다”며 “현재로서는 아이들 문제의 원인이 게임장애인지 (아니면 공존질환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면 동일 집단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종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종적 연구는 5년, 10년 추적하며 인과관계를 살펴본다”며 “하지만 게임으로 문제가 발생한 아이를 가지고 제대로 종적 연구를 진행한 경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시도에 대해 “전통적인 중독 증상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술적인 중독의 개념은 갈망, 내성, 생물학적 변화 등 세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계속 하고 싶은 갈망이 있어야 하고, 다음에 똑같은 만족을 얻으려면 더 큰 용량이 필요해지는 내성이 있어야 하며, 식은땀이나 불안감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나야 비로소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WHO는 ICD-11 초안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해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패턴’으로 정의했다. 그는 “게임 과몰입이 기존 중독 증상 기준과 맞지 않다보니, WHO가 중독의 핵심 기준을 제외하고 뭉뚱그려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