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업데이트에 가치 폭락한 게임 아이템, 게임사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흔히 게임에서 유저가 획득한 희귀 아이템의 ‘소유권’은 해당 유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유료 결제를 통해 얻은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까지 형성된 마당에, 게임 플레이로 얻은 아이템의 소유권은 더할 나위 없이 게이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이란 없다. 게임 아이템 자체가 ‘디지털 정보’일뿐, ‘유체물’이 아니기 때문에 ‘물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사들은 그러한 콘텐츠 및 아이템에 대한 권한을 ‘저작권’ 틀 안에 담았고, 게이머들은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사용권’만 부여 받았을 뿐이다. 실제 대부분의 게임 약관을 보면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회사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게임사와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 태생부터 오랜 시간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게임 ‘아이온’은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아이템의 가치 폭락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으로 유저들의 불만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쉽게 말해 어제까지 현금가치 10만원 상당의 아이템이 업데이트 이후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에게 사용권은 보장하되, 가치 보전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게임 아이템과 관련한 게이머와 게임사의 분쟁은 온라인게임에서만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모바일게임에서는 더욱 빈번하다. 많은 모바일게임이 ‘시즌’이라는 이름 아래 잦은 아이템 가치, 비즈니스 모델 변경으로 게이머들에게 유료 결제를 독려하는 한편,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한 순간에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금 구조 및 재화 가치 변경 업데이트로 유저들의 원성이 쏟아지는 ‘아이온’(사진=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게임사는 여기에 항변한다. 이용약관에 의거해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 회사에 있으며, 게임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이용자 간의 거래를 약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게이머가 주장하는 아이템 가치 변경은 게임 외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서 이용약관에 정면 위배된다. 또 소유권 역시, 게이머가 갖게 되면 신규 콘텐츠 추가 및 밸런스 조절, 업데이트 등 서비스의 중요한 것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애초에 성립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쯤이면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따지기보다는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봐야할 문제다. 법조계에 따르면 게임사가 임의적인 업데이트로 아이템 가치를 변경하는 것은 법적인 위반이거나, 재산상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게이머들이 시장에서 해당 게임사에 대한 보이콧과 같은 방법으로 자정촉구를 바라는 방법뿐이라고 전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 변호사는 “게임 아이템은 소득세, 부가세 등 법적으로 물권이 없다. 하지만 아이템 거래 사기 피해를 입었을 때, 재산상 가치가 인정된다. 요지는 게임사가 아이템의 가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머, 게임사 이외 제3자가 공정하게 판단하고, 불만이 있으면 소송으로 가는 ‘소비자 권리 구제’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게임 콘텐츠 산업이 10조원을 육박하는 시대에, 기술적인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게임업계의 트렌드가 착한 과금, 게이머 친화적인 정책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권리 측면에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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