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액스-검은사막M’… 게임이 디바이스 바꾸는 시대

지난 8월 경기도 부천의 모 PC방. 70석의 PC 중 10석 가량에 ‘배틀그라운드 전용석’이라는 팻말이 붙었다. 다른 게임에 비해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특별대우다. 매장을 관리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은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다른 자리에서도 배틀그라운드를 할 수 있지만, 메모리 부족으로 접속이 끊어질 때가 있어서 가능하면 전용석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PC방은 조만간 다른 PC들의 메모리들도 점차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가 불러온 업그레이드 바람은 가정용 PC에도 불고 있다. E가격비교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6~7월 조립 PC 부품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메모리(RAM)는 99%, 그래픽카드(GPU)는 64%, CPU는 28% 가량 뛰어올랐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해당 사이트는 ‘배틀그라운드’ 전용 PC 견적을 내주는 코너를 마련하는 등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배틀그라운드 특수’는 사실 드문 사례가 아니다. PC부품업계에서는 신작 게임의 흥행과 함께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해 ‘오버워치’ 출시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오버워치’가 중급 사양에서도 충분히 구동되던 것과는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최소한 중상급 사양 이상을 요구한다. ‘배틀그라운드’ 때문에 PC를 통째로 바꿨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개도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가능한 최저 사양에 맞추는 게 미덕이던 모바일게임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퀄리티 그래픽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모바일게임 때문에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태블릿PC를 추가 구매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D가격비교사이트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 이후 애플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탭’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9월 14일 정식서비스에 돌입하는 넥슨의 ‘액스(AxE)’도 고퀄리티 그래픽을 강조하는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오픈필드에서 진행되는 풀3D 모바일 MMORPG로, 온라인게임 수준의 화려한 연출을 강조했다. 개발사측에서 밝힌 권장사양은 ‘갤럭시S7’, ‘갤럭시노트5’, ‘아이폰6s’다. ‘갤럭시S7’은 지난해 출시된 모델로, 출시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이다. 동종 장르 게임들보다 한단계에서 두단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셈이다.

고사양게임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액스’의 인기 조짐은 심상치 않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액스’의 사전예약자수는 모집 한달이 안된 시점에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앞서 출시한 ‘다크어벤저3’가 같은 기간 세웠던 기록을 넘어선다. 게임업계에서는 ‘액스’가 모바일게임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시일 미정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M’도 고사양 모바일게임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게임은 펄어비스의 글로벌 온라인게임 흥행작 ‘검은사막’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로, 원작과 마찬가지로 실사에 가까운 고퀄리티 그래픽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는 지난 8월 ‘검은사막M’의 티저 사이트를 오픈하고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온라인게임 수준의 세밀한 배경과 화려한 전투 장면과 함께 최적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미세한 프레임 저하가 발생하는 모습까지 가감없이 담아냈다. 이를 본 유저들은 “역대급 그래픽”이라고 칭찬하면서도 “내 스마트폰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은사막M의 요구사양은 기존에 나왔던 대작 MMORPG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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