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김택진 대표 '협업' 키워드 '터치시대' 일맥상통

▲ 김범수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
[게임톡] 젊은이 사이에서 ‘카톡해?’라는 신조어가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라는 뜻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카카오톡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카카오톡의 2012년 1월 현재 가입자만 무려 3200만명이다. 이 중 해외 이용자가 600만명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는 10억 건을 넘어섰다. 구글의 하루 검색수와 어슷비슷하다.

지난 1일 오전 필자는 신년초를 맞아 카카오톡을 통해 270여명에게 용의 모양을 본딴 ‘용이다 용’라는 한글을 길게 이어놓은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오전 중 온 답장은 57명이었다. 5분의 1이 휴일에도 ‘카톡해?’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을 만든 이는 누굴까. 고스톱으로 유명한 게임포털 한게임을 만들었고, 이를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출범시킨 후 대표를 거쳤던 김범수(46)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이다.

살아온 이력만 봐도 돈도 벌었고, 사회적 지위도 얻을 만큼 얻었다. “나 같으면 저렇게 안 살아”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2007년 NHN을 나온 그는 3년 후인 2010년 3월 18일 카카오톡으로 다시 도전에 나섰다. 속된 말로 ‘촉’이 남다른 사람이어서일까.

아이폰용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년 9개월만의 하루 메시지 전송 10억 건 돌파. 김 의장 본인도 이 같은 숫자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시대를 관통하는 진단을 자신의 '촉'으로 털어놓은 것이 있다. 

“IT업계를 보면 10년에 한 번씩 시장의 틀을 바꾸는 기술 혁신이 오더라. 10년 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 혁명이 그랬고,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이 그랬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웹 시장에서의 전략과 비즈니스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거기서 탈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촉’에 관해서라면 한국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의 영민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일 엔씨의 신년 시무식에서 ‘협업(Collaboration)’을 올해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환경이 급변하고 생활 패턴이 모바일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 게임이 PC에서만 단순히 즐기고 마는 단계를 넘어 즐거움을 서로 연결해 주고, 나아가 우리의 기술이 학습 등 기능적 측면으로까지 확장되는 플랫폼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렇다. ‘클릭’(웹)에서 ‘터치와 음성인식’(스마트)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을 눈밝은 이들은 본능적인 ‘촉’을 통해 알아낸다. 그리고 이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업적으로 귀신같이 풀어낸다.

김범수 의장의 말대로 웹 시대에 하루 평균 서너 시간 온라인 접속을 했다면 모바일 시대는 24시간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도 무너졌다. 이제 서비스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인 셈이다.

김택진 대표의 ‘협업’의 개념은 온라인게임 전문 개발사에서 플랫폼을 스마트폰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의 하나인 ‘리니지 이터널’에서 특허까지 내며 다소 과장된 홍보를 했던 ‘드래그 스킬’ 또한 ‘터치’가 핵심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 고심과 성찰이 깃들여져 있다.

그때 그때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내 직관을 믿는다”는 김범수 의장은 말한다. “꿈(미래)을 기록하고 이미지를 만들라. 기록하지 않고 이미지 없는 꿈은 몽상에 그친다.”

2007년 회사를 떠날 당시 “100개의 신생벤처를 키우겠다”고 선언했던 김범수 의장. 그는 이미 카카오톡에 이어 지난해 3월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모바일앱 기업 ‘포도트리’를 2호 벤처로 키우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의장의 벤처 육성 의지에 1세대 벤처 CEO들도 응답했다는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넥슨 회장, 박성찬 다날 대표, 천양현 코코네 대표(전 NHN재팬 대표), 남궁훈 전 CJ E&M 대표 등이 벌써 카카오에 50억 원을 넘어서는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뷰 마지막 문장은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곰곰이 곱씹어볼 만하다. “꿈을 어떻게 이룰지 생각하고, 준비가 잘 됐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상상하지 않은 것이 어느날 갑자기 이뤄지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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