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일본-한국 앱스토어 피처드 화제작…컬킹 공동대표 3인 인터뷰

▲ (사진 왼쪽부터 컬킹의 최정환, 김윤환, 최선엽 공동대표)

모바일게임 ‘반격유희’는 이소룡의 영화 ‘사망유희’와 고전 액션 게임 ‘스파르탄X’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다. 단 두 개의 버튼만을 사용해 적들을 물리치며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간단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이 게임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고, 미국과 일본,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 차례로 피처드 되기에 이르렀다.

‘반격유희’의 개발사는 컬킹(Curlking)이라는 작은 인디게임 회사다. ‘반격유희’는 지난 9일 개막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의 출품작 중 하나로 선정됐다. 부산을 찾은 컬킹의 개발자들을 만났다.

컬킹은 김윤환, 최선엽, 최정환 세 명이 모두 공동대표인 회사다. 셋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85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게임에 대한 꿈은 김윤환 대표가 먼저 꿨다. 어린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개발사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지경이었다. “차라리 내가 회사를 차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게임을 만들려니 그림 그릴 사람이 필요했다. 만화를 전공했으나 포크레인 운전을 하던 최선엽 대표에게 연락했다. 둘 만으로는 힘들었다. UI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친구 최정환 대표도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셋은 컬킹이라는 게임 회사를 설립했다. 컬킹은 ‘파마 왕’이라는 뜻이다. 김윤환 대표의 헤어스타일에서 따왔다. 이들은 경기도 성남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게임을 개발한다. 사무실이 없어 집 안에서 만든다.

컬킹의 첫 작품은 퍼즐 액션 게임 ‘컴바인 로봇’이었다. 최선엽 대표는 “지금 만들면 3개월도 걸리지 않을 게임인데, 그때는 경험이 없어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호기롭게 첫 게임을 내놨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스스로의 개발력을 끌어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실험작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반격유희’는 세 친구가 4번째로 만든 실험작 중 하나다.

게임을 만드는 컬킹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도권을 쥐고 개발하되, 2주 만에 게임을 하나씩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세 사람의 의견을 모두 동등하게 반영하기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확실하게 밀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격유희’의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최선엽 대표였다. 그는 전직 포크레인 운전수이자, 인디밴드 멤버로 활동했던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과거 홍콩 무협영화 속 쿵푸의 합을 모바일게임에 녹여내고 싶었다. 2주 만에 만들어야 했기에 최대한 작업량을 줄였다. 하반신을 그리지 않고 캐릭터의 상반신만 등장시켰다. 공격 버튼도 없이 오로지 반격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선엽 대표는 “먼저 공격하지 않아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만들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며 웃었다.

“예전부터 제가 좋아했던 게임들은 대부분 버튼이 많지 않았다. 저는 재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악랄하고 다소 불친절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유저들의 돈을 갈취하는 비겁한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걸 유저들이 알아봐주신 것 같다.”

이들은 개발 도중 페이스북의 한 개발자 포럼에 ‘반격유희’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최 대표는 욕심을 부렸다. “우리 2주 만 더 만들어보자.” 이미 이들의 통장 잔고는 바닥을 찍어, 생계를 위해 주차장 청소를 하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 게임 속 콘텐츠를 조금씩 추가했다. 목소리 녹음은 다른 친구에게 부탁했다. 게임은 그렇게 4주 만에 완성됐다.

6월 30일 ‘반격유희’는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출시됐다. 흔치 않은 감성, 만만치 않은 난이도, 단 두 개의 버튼으로 느끼는 타격감이 특징이었다. 엔딩은 총 3가지다. 난이도가 높아 엔딩을 본 사람이 많지 않다. 이후 미국, 일본,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 차례로 피처드 되면서 전 세계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대표는 “셋 중에 저만 유일하게 게임 회사를 다녔기에,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두 친구는 현실 감각이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인기 다운로드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으니 “돈 많이 벌지 않았나”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반격유희’에는 특별한 BM이 없다. 경험을 쌓기 위한 실험작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최정환 대표는 “인앱 결제 요소는 아무것도 없고, 단순히 광고만 붙여놓은 상태로 출시했다”며 “상업적 계산을 전혀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매출도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큰 회사로부터 퍼블리싱 제안을 받은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절했다. 상업적인 요소들을 추가하기 보다는 개발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선엽 대표는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사업에 먼저 욕심을 냈다가는 역효과가 날 것 같다”며 “지금은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환 대표 역시 “돈을 벌려고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돈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지금은 워낙 돈이 없다”며 웃었다. 당장의 목표를 묻자 “일단 사무실을 갖고 싶다” “외국에 한번 초청돼 나가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선엽 대표는 “BIC 측에서 제공해준 숙소가 참 좋더라. 부산에 와 있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며 웃었다.

‘반격유희’가 잘 됐으니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 최 대표는 “당장 ‘반격유희’ 후속작을 먼저 내는 것은 너무 얄팍한 것 같다”며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순서대로라면 컬킹의 다음 게임은 김윤환 대표가 주도해 만들게 된다. ‘반격유희’의 후속작이 아닌, 김 대표만의 또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격유희’로 세상에 게임을 알렸지만 이들은 여전히 경험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말한다. 최선엽 대표는 “‘반격유희’로 알려졌지만, ‘반격유희’만으로 기억되는 회사가 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부담이 커져서 이러다 다음 개발작이 망할까 걱정스럽다”며 웃음을 보였다.

“‘반격유희’는 옛날 오락실, 옛날 홍콩영화의 감성이다. 유치하고 불편하고 친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감성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다. 저희 게임을 해본 분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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