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디게임 양대산맥, 아웃 오브 인덱스-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2015>

[칼럼] 한국의 인디게임 양대산맥, ‘실험’ OOI vs ‘종합선물세트’ BIC

인디게임은 한 나라의 게임 시장이 얼마나 다양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도 중요한 이러한 인디게임 페스티벌이 2개나 생겼다. 하나는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이하 OOI)이고, 다른 하나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usan Indie Connect Festival, 이하 BIC)이다.

그런데 두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 OOI의 경우 실험성이 매우 강한 페스티벌이다. 올해 4회째를 맞는 OOI는 인디게임 중에서도 괴작(怪作)들이 선정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달 서울 상암동 S-플렉스 센터에서 열렸던 OOI에 참여한 뒤,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런 신선한 괴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지만, 12개의 선정 작품 중 한국 게임은 딱 2개뿐이라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소미(Somi)가 개발한 ‘레플리카(Replica)’와 지핑크(Zpink)가 개발한 ‘컨트롤 마이셀프(Control Myself)’만이 한국 작품이었다. 사실 OOI는 그간 게임의 국적보다는 실험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선별해 왔기 때문에, 한국 인디게임이 딱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한 것이다.

<라인 워블러.출처: http://aipanic.com/projects/wobble>

<라인 워블러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2h8AtDR85Y >

대신 그 자리는 전 세계에서 모인 매우 다양한 형태의 인디게임들이 메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로빈 바움가르텐(Robin Baumgarten)이라는 개발자가 혼자서 디자인 한 ‘라인 워블러(Line Wobbler)’라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LED를 몇 미터 이상 늘어놓고 그 끝에 스프링을 단 컨트롤러를 붙인 아주 독특한 던전 크롤러 게임이었다. 아두이노를 통해 컨트롤되는 LED 상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한 후 컨트롤러의 조작을 통해 던전을 뚫고 나가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얼핏 보면 한 가닥으로 이루어진 1차원적인 LED 상에서 어떻게 복잡한 전투가 이루어지는지 의심이 들 수 있겠지만, 다양한 LED 연출을 통해 직관적으로 승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인디게임 전시라고 해서 모두 무료라는 법은 없는 것이, OOI는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일찌감치 참가자를 모집했고, 일정 인원을 채운 뒤 모집을 완전 중단했다. 현장 판매가 전혀 없는지라 미리 참여하지 않으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OOI의 특징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열정적인 인디게임 팬들이 관객의 대부분이다.

<엔터 더 건전. 출처: http://store.steampowered.com/app/311690/ >

반면 BIC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올해 9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BIC는 OOI에 비하면 보다 많은 인디게임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BIC는 18개국에서 모인 280개의 인디게임 중 우수 작품 80개를 골라 전시한다. 이 80개의 게임 외에도 일본의 비트서밋(BitSummit), 미국의 팩스이스트(PAX East), 대만의 타이베이 게임쇼 등 해외의 여러 게임 쇼에 출품되었던 인디게임들을 초청작 형식으로 상호순환 전시하게 되었다. 이 덕분에 초청작을 포함해 총 100개의 인디게임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엔터 더 건전(Enter the Gungeon)’처럼 스팀 플랫폼에서 40만 카피 가량을 판매한 인디게임계의 간판급 게임에서부터 시리아 난민이 겪게 되는 독일에서의 고단한 삶을 시뮬레이션한 ‘21 데이즈(21 Days)’같은 한국 인디게임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포진하고 있다.

OOI가 실험적인 인디게임을 한국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자리라면, BIC는 모바일, PC, VR 등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디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 쇼이다. 두 행사 모두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한 행사이며, 이제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번 BIC에서 심사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280개가 넘는 인디 게임 중에서 80개가 넘는 인디게임을 고르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한국 게임 응모작이 200여개에 달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몇 작품은 한국에서 모바일 상용게임으로 많이 개발 중인 장르들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클리커, 자동전투 RPG 같이 플레이어의 게임하는 쾌감을 빼앗아가는 게임들이 과연 인디적인 요소를 가진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러한 장르들이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 중 일부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게임이 인디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소재와 메커닉, 장르의 선택에 있어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자문해본다.

글=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lises@sch.ac.kr

이정엽은?

1980년대 초 아케이드 게임과 아버지가 사주신 애플 ][e와 북미판 닌텐도를 시작으로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7년째 게임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개설해 왔다.

이 수업들을 통해 제자들의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후원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 엑스몬게임즈의 감사 겸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연구교수 및 카이스트 대우교수를 역임했다.  2016년 9월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에 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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