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 대규모 업데이트 앞둔 정민영 서머너즈워 PD 인터뷰

[인터뷰] '호문쿨루스' 대규모 업데이트 앞둔 '서머너즈워'의 아버지 정민영 PD 인터뷰

케이팝에 ‘강남스타일’이 있다면, 게임에는 ‘서머너즈워’가 있다. 그간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남긴 글로벌 기록은 화려하다. 누적 다운로드 6000만건, 누적 매출 6000억원, 106개 국가 애플 앱스토어 매출 TOP10, 91개 국가 구글 매출 TOP10, 전세계 구글 역대 최고 매출 8위 등 한국 모바일게임으로서는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특히 북미 구글 매출 4위, 프랑스 구글 매출 1위, 벨기에 애플 매출 1위 등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흥행이 인상적이다. 전략게임과 캐주얼게임이 강세인 서구권에서 동양 게임개발사가 만든 RPG ‘서머너즈워’가 거둔 성공은 전무후무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출시 2년이 지났음에도 인기가 전혀 식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미에서는 4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 순위 10위권을 유지중이며, 태국에서는 800일 가깝게 게임 순위 TOP10을 지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역주행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서머너즈워’의 흥행 덕분에 컴투스는 2016년 상반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서머너즈워’는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 ‘호문쿨루스’를 공개하며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들은 이계던전, 마법제작연구소, 호문쿨루스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장 가능성을 철저히 고려해 개발됐다. 게임이 서비스 안정 궤도에 진입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기존에 없었던, 좀 더 장기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내년까지는 (인기가) 끄떡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서머너즈워의 아버지’ 정민영 PD를 컴투스 본사에서 만났다.

업데이트는 느린데, 일단 하면 잘한다더라

‘호문쿨루스’는 지난해 말 ‘이계의틈’ 업데이트 이후에 9개월여만에 실시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다. 호흡을 짧게 가져가야 하는 모바일 RPG 치고는 느린 속도다. 2주에 한번꼴로 소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 유저들 입장에서는 영 마뜩지 않다. 공식 팬카페에는 “업데이트 좀 자주 해달라”는 성화가 빗발치곤 한다.

“콘텐츠 완성도가 생각한 것만큼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작업하는 편이다.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간다. 단단하게 잘 서비스하고 있는데 괜히 서두르다가 망가트리는 게 더 위험하다.”

‘서머너즈워’ 개발팀이 업데이트를 할 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신중히 결정하고 여러 번 검증한다. 확정되기 전까지는 업데이트 여부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정 PD는 “너희는 왜 업데이트를 예고 없이 갑자기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며 “업데이트가 느리다고는 하는데, 일단 업데이트를 하고 나면 잘했다고 하는 반응이 많다”며 웃었다.

이번 업데이트는 게임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스킬부터 이름까지 유저가 직접 창조하는 신개념 몬스터 호문쿨루스가 대표적이다. ‘서머너즈워’에서는 여러 몬스터를 조합해 만든 ‘조합 몬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호문쿨루스는 12마리 몬스터를 융합시킨 것과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다. 정 PD는 “그동안 조합 몬스터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게임 판도가 달라졌다”며 “호문쿨루스가 등장하면 그보다 더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머너즈워’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공격형, 방어형, 체력형, 지원형으로 나뉜다. 이번에 등장하는 호문쿨루스는 공격형이다. 정 PD는 “다음 업데이트에는 다른 타입의 호문쿨루스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신규던전인 이계던전과 제작 시스템인 마법제작연구소도 규모가 큰 콘텐츠다. 이계던전은 전투방식이나 보상획득방식 측면에서 전형적인 패턴을 벗어났다. 보스몬스터를 잡아야 상자가 떨어지는 형태가 아닌, 보스몬스터를 죽이지 못해도 준 데미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또 마법제작연구소는 ‘서머너즈워’에 최초로 도입된 제작 콘텐츠다. 룬, 건물, 호문쿨루스 등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다양한 제작아이템을 만들 수 있으며, 앞으로 추가될 제작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기대를 높인다.

앞으로는 신규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출시 2년이 지나면서 진입장벽에 가로막힌 초보자들에게 신경을 써달라는 기존 유저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정 PD는 “우리 게임이 초보자들이 접하기에 어렵고 딱딱한 편”이라며 “초반의 이탈 위기를 넘기고 원활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초반 가이드라인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래픽이 노후화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초반 그래픽을 강화하는 한편 인트로 및 시작점 연출을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공 이유? 옛 감성 글로벌에 먹혔다

‘서머너즈워’의 전례 없는 대성공은 개발팀들도 처음 겪는 경험이다. 정 PD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지만 이렇게 성공적인 경험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게임 개발하는 입장에서 둘도 없는 기회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서 공개하면 전세계 수백만 명의 유저들 사이에서 캐릭터에 대해 토론하고 팬아트를 올리는 등의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것 자체가 해당 개발자에게 엄청난 동기부여와 보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년에는 (인기가) 내려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개발팀 사이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내려가기는커녕 인기가 점차 상승하자 개발팀의 자세도 점차 달라졌다. 정 PD는 “모바일게임도 이렇게 성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감이 많이 오른 상태”라며 “힘내서 더 해보자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준 유저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서머너즈워’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게임이 오래 간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메인기획자도 저도 옛날 게이머의 성향을 갖고 있다”며 “한턴 한턴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결정하는 옛날 RPG의 감성이 글로벌에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타 RPG처럼 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 싫어서 결국 어렵고 보수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이러한 옛날 게이머의 고집이 북미와 유럽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옛날 스타일만 외골수로 파고드는 것만은 아니다. 자동사냥과 같은 최신 트렌드도 가져간다. 정 PD는 “우리가 너무 고집스럽게 가져가면 회사(컴투스)에서 풀어주는 방식으로 균형이 맞춰진다”고 웃었다.

그는 캐주얼게임이 대세인 서구권 모바일시장에도 RPG가 통한다고 믿는다. RPG를 좋아하는 유저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는 “옛날부터 쭉 RPG를 좋아했지만, RPG가 죽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캐주얼게임이 순위 상위권을 점령해도, SNG가 급부상해도 RPG 유저층은 줄어드는 것 없이 늘 꾸준했다”고 말했다.

‘서머너즈워’ 이후의 한국 RPG들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캐주얼게임보다 BM(비즈니스모델) 만들기가 용이한 것과, 요새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점도 한 몫 한다”며 “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서머너즈워와 비슷한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머너즈워’의 목표에 대해서는 “1등 안해도 된다”며 “TOP10에 영원히 있는 게 더 좋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짧고 굵게 타올랐다 꺼지는 게임보다는 꾸준히 빛을 발하는 게임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유저들도 ‘서머너즈워’를 오래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10년, 2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명작 게임들이 있다. 물론 그 게임을 지금 해보면 환상은 깨지겠지만”이라고 웃으며 “10년 후 서머너즈워도 유저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 꼽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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