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토론회, 확률형 아이템 열띤 찬반 토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놓고 국회의원회관에서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학계에서는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과 법적 규제의 부작용을 근거로 들어 반대했으며, 녹색소비자연대에서는 법제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90%가 넘는다며 규제에 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법적 규제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확률형 아이템 습득확률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입법절차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토론화 좌장을 맡고, 유창석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와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 주제를 발제했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컨텐츠산업과 과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개최자인 노웅래 의원과 이동섭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법적 규제 실효성 없고 문제점 많다” 학계 입모아 반대

유병준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모든 유저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확률형 아이템 도입 후 무료 유저가 PvP에서 이기는 확률이 늘어나고 경쟁이 재미있어졌다는 것. 많은 돈을 지불하는 최상위 유저들은 재미를 얻고, 중위권 유저부터 무료 유저들 사이의 격차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이 없어지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이 없어지고 확정형 아이템으로 대체될 경우 아이템 가격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진다”며 “확률형 아이템이 없어지면 아이템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창석 교수는 “소비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하는 현상황은 확률형 아이템의 잘못이 아니라 해당 아이템을 디자인한 사람의 잘못”이라며 게임회사 비즈니스모델 담당자들의 이해도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10% 이상 확률을 무조건 보장하는 등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그 부분을 잘 몰라서 민원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성기 교수는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알 권리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에 너무 치우쳤다”며 “자율규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중에 판매중인 음료수에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주요 성분을 공개하고 있는데, 원재료에 얼마의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역시 핵심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한국게임 신뢰 잃었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한국게임이 외산게임에 안방을 내준 이유 중 하나로 확률형 아이템을 꼽았다. 한국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염증을 느낀 유저들이 외산게임으로 관심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PC방 점유율 10위권 게임 중 순수한 한국 게임은 5개 뿐이며, 그 중에서 2005년 이후에 출시된 게임이 전무하다는 점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의 경우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외관아이템이나 PC방 혜택 등의 비즈니스모델을 채택했다”며 “확률형 아이템이 혁신적인 유료화모델로 도입된 것은 맞지만, 현재는 기간제 아이템 등으로 과도하게 변질됐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아이템도 청약철회가 가능한 재화나 상품이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TV홈쇼핑에서 1만원짜리 랜덤박스를 판다면 매출은 엄청나게 늘겠지만 방송심의위원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경품의 경우 확률에 대해 정부가 법적 규제를 하고 있는데, 게임아이템은 돈을 주고 사는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게임회사들에게는 자정능력 및 사회와 호흡하려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며 “최소한의 법률을 만들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확률형 아이템 민원 여전해, 법적 규제는 신중히”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대안 비즈니스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를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과장은 “2015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율규제가 시작됐는데, 자율규제 이후 관련 민원이 거의 줄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민원이 본질적으로 유저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유저들의 불만에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규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진전시키는 방식으로 신뢰성을 회복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과장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게임산업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은 확률형 아이템”이라며 “중요한 이슈이지만 법제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개최한 노웅래 의원은 “이번 법안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소비자들의 피해, 특히 청소년들과 관련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적 측면도 당연히 중요한만큼 오늘 토론에서 나온 여러가지 시각을 수렴해서 법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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