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대응 못한 것은 잘못…역차별 문제도 신중히 살펴봐야”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이 모바일게임 시장의 RPG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황 협회장은 23일, 게임기자연구모임이 주최한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게임협회의 현재 활동과 비전에 대해 밝혔다. 올해 1월 설립된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단체로, 한국무선인터넷콘텐츠협회(MOCA)가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포함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와 달리 중소 모바일게임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황 협회장은 두루넷,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 등을 거쳐 게임빌에서 마케팅과 퍼블리싱 사업 본부장으로 재직했으며, 네오아레나(현 네오이녹스엔모크스)에서도 1년 간 일해 왔다.

그는 “모바일게임협회는 중소업체들, 인디게임들 같이 소외된 개발사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기 위해 출범하게 됐다”며 “한국에 약 2000개 정도의 모바일게임 업체가 있는데, 그 중 약 400개 정도의 법인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각 부회장사와 이사사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일반 회원사에겐 연회비나 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황성익 협회장은 “취임 당시에는 명함을 만들 돈이 없었을 만큼 재정이 어려웠다”며 “저 역시 월급을 받지 않는 비상근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K-IDEA와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해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규모 개발사들은 자율규제에 크게 신경쓰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말이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것은 대형 퍼블리셔들이 넣거나 빼는 것인데, 회원사 대부분 소규모 개발사들이라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율규제 이슈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협회 부회장사인 엠플러스소프트의 정철화 대표는 “원칙적으로 자율규제는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규제는 민간에서 해야 하고, 스스로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가가 일괄적으로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전했다.

황 회장은 자율규제로 인해 한국 게임사들에 역차별이 생길 수 있음을 거론했다. 그는 “해외게임사들은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것은 한국 개발사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또 글로벌 원빌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에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수익 모델의 다양성이 떨어진 점은 업계가 고쳐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그는 “모바일 게임사들이 지나치게 가차(뽑기)로만 매출을 올리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게임사들이 처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사들에 대한 투자시장이 막혀있다고 말했다. MMORPG 장르가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게임사들이 모바일 MMORPG만 만들면서 다양성이 떨어졌다”며 “RPG를 만드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치우치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모바일 MMORPG를 개발하려면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데, 5~10명 인원의 개발사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국내 대형 퍼블리셔들은 물론 업계 전체가 RPG만 만들려 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지원사업에서도 돈을 못 받는다. 심사위원들이 RPG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이 다양한 도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

더불어 황성익 협회장은 “중국에서는 자국의 게임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 법인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들을 만들고 있다. 해외 법인 입장에서는 중국진출이 점점 어려워진다”며 부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에는 컴투스, 게임빌 등이 가입돼 있지만 회원사 대부분은 중소 개발사들이다. 하지만 그는 “대형 업체들만 모여 있어야 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회원사들의 규모가 작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한국 게임업계에는 허리가 없다. 작은 업체들을 잘 도와줘서 위로 갈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협회 활동을 작은 업체들이 서로 의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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