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총괄 남궁훈 부사장 “인공지능 육성하려면 게임산업 키워야”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게임업계가 쓴 웃음을 짓고 있다. 게임 산업이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정부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몰아가는데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더불어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고, 민간에서도 같은 기간 2조 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투입되는 비용만 3조 5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한 관계자는 “게임은 인공지능과 밀접한 분야인데, 이미 게임은 한국에서 중독물질로 취급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관련 분야의 뛰어난 인재가 나올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열렸던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해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번에는 인공지능 산업을 정부가 주도해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남궁훈 부사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에 열광하면서 동시에 게임은 중독물질로 취급되는 현실에 개탄했다.

그는 “알파고의 그 근간에 무엇이 있는지, 저 사람(데미스 하사비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고의 체계가 정립됐는지 돌아봐야한다”며 “근간은 게임”이라고 전했다.

실제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유명 게임개발자 출신이다. 그는 17세에 유명 개발자 피터 몰리뉴와 함께 ‘테마파크’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시뮬레이션 게임 ‘블랙 앤 화이트’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맡았고, 이후에도 여러 가지 게임을 개발하며 인공지능과 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어왔다.

남궁훈 부사장은 “바둑을 일반인보다 과하게 오래한다고 정신병원에 보낼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싶으시면, 더욱 더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부터 ‘AI 랩(Lab)’ 조직을 만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실제 게임에 적용해왔고, 넷마블게임즈는 인공지능 게임서비스 엔진 ‘콜럼버스’를 개발 중이다. 미래의 게임은 인공지능이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게임 중독의 과학적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2015년부터 정부 예산 170억원을 들여 ‘인터넷 게임 디톡스’ 사업을 추진중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