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바둑대결’, 게임 개발자들도 관심 집중…“알파고 실력 만만찮다”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구글 알파고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자 게임업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첫 대국에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충격의 1패를 당했다. 186수만의 불계패였다.

이번 대결은 바둑, 장기, 카드게임 등을 개발해 온 보드게임 개발자들과 인공지능, 게임관련 학과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김성완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대표는 “알파고의 승리가 아니라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 데미스 하사비스의 승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완 대표는 “15년 전 하사비스를 직접 만났는데, 상당히 도전적인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알파고의 우세를 점치기는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목도하니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로,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알파고는 지난 10월 이후부터 양질의 데이터로 자기 학습을 해왔다”며 “알파고는 피로를 느끼지 않고, 겁을 먹거나 주눅이 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게임 시절부터 웹보드게임을 개발해 온 김현수 파티게임즈 대표는 “경기를 본 결과 이세돌 9단이 실리 바둑을 두고, 오히려 알파고가 세력 바둑을 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단순히 데이터만 학습하는 기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바둑 고수처럼 둔다는 설명이다. 아마 7단인 김 대표는 “알파고의 실력이 더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윤형섭 상명대학교 대학원 게임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바둑에서 인간을 극복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둑계에서는 경기 전부터 이세돌 9단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알파고의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카드게임 ‘마비노기 듀얼’ 개발자인 넥슨의 김동건 본부장은 대국 전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한 인물이다. 그는 실제 지인들과 건 내기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인공지능 분야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이 발전 중”이라며 “구글에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왔으니, 분명히 상상 이상의 실력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후의 대국에서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김성완 협회장은 “이세돌 9단이 첫 판을 이길 것이라 기대했는데 졌다”며 “알파고는 계속해서 학습을 하므로 앞으로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슨 김동건 본부장은 “앞으로도 알파고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긴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패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가 학습한 데이터들은 그 동안 수많은 바둑 기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누가 이기더라도 결국에는 인간이 이기는 이벤트”라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은 통산 47회 우승을 차지한 현역 최강 바둑기사로, 조치훈 9단과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과 함께 천재 기사로 불린다. 이 9단과 알파고의 2국은 10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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