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휴일로 정식 한국어 명칭은 ‘핼러윈’이지만, 자장면만큼이나 입에 안 붙는 탓인지 너도나도 할로윈데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서울 이태원 정도를 제외하고 할로윈데이를 크게 챙기지 않는 분위기지만, 외국은 다르다. 아이들을 위한 사탕과 초콜릿 등의 간식도 살뜰히 챙기고, 오랜 시간동안 공들여 코스튬(의상)을 준비하기도 한다.

코스튬은 단순히 마녀와 유령뿐만이 아니라 영화 주인공부터 체게바라 티셔츠까지 모든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누구의 코스튬이 더 기발한지, 혹은 고퀄리티인지를 겨룬다. 물론 여기서 게임 콘텐츠도 단골 주인공이다. 워낙 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가 발달해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할로윈데이 기분을 내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어렵지만 각종 게임 행사에서는 코스프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할로윈데이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각종 게임 행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게임 콘텐츠 코스프레 사진으로 모아보았다.

#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입거나, 울끈불끈한 형들이 입어주길..

게임 속 캐릭터는 대부분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 여성 캐릭터의 경우 개미허리에 탄력있는 꿀벅지와 엉덩이, 볼륨감까지 삼박자를 갖추었고, 남성 캐릭터는 숨만 쉬는데도 근육이 생기는 듯 거대한 역삼각형 몸매를 자랑한다.

보통은 전문 코스프레 팀이나 연예인들이 이 역할을 담당하지만 종종 일반인 중에도 있다. “덕 중의 덕은 양덕(서양 오덕후)”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고퀄리티 고스튬으로 ‘블리즈컨 2013’ 코스프레 콘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하고, 평화로운 행사장을 순식간에 ‘워크래프트’ 공간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다.

# 사랑스러운 게임 속 캐릭터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다!

할로윈데이는 특히나 아이들의 축제다. 하루종일 장난을 치고, 달콤한 간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늦은 시간까지 다른 사람 집 문을 두드리며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이들을 더욱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코스튬도 있다.

갓난아기를 ‘게임보이’로 만들어 레트로한(?) 느낌을 더하는 코스프레부터 온 가족이 마리오와 피치공주, 버섯으로 변신할 수 있는 코스프레까지 각양각색이다. 지난 7월 26일에 열린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에서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코스프레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보기만 해도 빵 터지는 센스만점 코스프레

보기만 해도 빵 터지는 코스프레도 있다. 말도 안되는(?) 저질 퀄리티의 창의적인 코스프레나 반대로 쓸데없이 엄청난 고퀄리티 코스프레, 당황스러운 배역 선정, 웃음을 주려고 작정한 코스프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당황스러운 배역 선정의 본좌는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이다. 일명 ‘그라가스 회장’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세 번이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베테랑(?)이다. 매번 당황스러울만큼 싱크로율 높은 배역을 선정한 전병헌 회장은 e스포츠 팬들과 소통을 위해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격한 공감대 형성으로 게이머들을 빵 터지게 한 코스프레도 있었다. ‘블리즈컨 2013’ 코스튬 콘테스트에 나온 한 남성은 반소매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멍하니 책상에 앉아 에너지음료를 마시며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모습을 코스프레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게임행사 속 코스프레는 직접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보기 위함이고, 할로윈데이의 코스프레는 대규모 축제의 일환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할로윈데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루쯤은 모두가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서로의 덕력(?)을 뽐내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