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게임업계 속 이벤트, 사다리게임-600 댓글 등 이슈

▲ 돌배 작가 네이버 웹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27회 '사랑은 도처에 존재한다' 중
가게마다 장식된 호박 머리와 마녀 모자가 익숙해지는 날이 돌아왔다. 바로 10월 31일 할로윈 데이다. 서양에서는 이 날을 위해 사람은 물론 동물들까지 정성들여 코스튬을 준비하고, 집집마다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하지만 한국에서는 이태원을 빼고는 딱히 이렇다 할 행사를 진행하진 않는다.

물론 게임업계는 빼고 말이다. 게임업계는 참 이벤트를 좋아한다. 사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다. 이벤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네이버에 ‘이벤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뉴스는 죄다 게임 기사다. 워낙에 자유롭고 재밌는 업계인 탓도 있지만, 각종 업데이트와 패치 등으로 이벤트와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 속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이벤트에 좋다, 나쁘다를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벤트에 대한 이슈가 잦았던 만큼, 이번주 레알겜톡에서는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두고두고 회자될 뻔한 사다리 게임

초등학생 시절, 방학식이 끝나고 하교할 때 친구들끼리 꼭 하는 놀이가 있었다. 바로 ‘가방 들기’이다. 방학식의 가방은 보통 가방이 아니다. 사물함에 처박아둔 각종 잡동사니와 체육복, 교과서들을 꽉꽉 눌러 담아 터지기 일보직전인 가방이다.

보통은 2~3명이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우르르 몰아주고 오십 걸음을 걸어가 기다리곤 했지만, 한 번은 6명이서 대규모로 한 적 있었다. 방학식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이 일이 기억나는 이유는 기자가 가방을 들었기 때문이다. 연약한(?) 기자를 뒤로한 채, 돌덩이 같은 가방을 발밑에 던져두고는 친구들의 모습은 야속하기만 했다.

얼마 전,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야속한 이벤트가 있을 뻔했다. 바로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 이벤트로 6명의 유저가 특정 아이템을 고르고 사다리를 타서, ‘꽝’에 걸린 유저가 모든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것.

시작하기 전부터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전면 취소되었다. 만약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기록적인 이벤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모바일 게임 기사 600개 댓글의 신화

얼마 전 우연히 기사를 검색하다가 네이버에서 댓글이 무려 600개나 달린 모바일 게임 관련 기사를 발견했다. ‘사회면 기사가 잘못 들어왔나’라며 눈을 의심했지만, 게임 기사가 맞았다. 안타깝게도(그리고 놀랍게도) 600개의 댓글 대부분 게임사에 분노를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게임 내 이벤트 때문이었다. 저레벨 유저들에게만 랜덤으로 지급하는 보석(게임 내 재화)에 고레벨 유저들이 단단히 뿔난 것.

개발사는 전체적인 유저 밸런스와 게임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고레벨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 사탕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

게임사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저들에게 신선하고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현금 결제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정액제가 아닌 부분유료화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이벤트는 어쩌면 필수적이다.

업데이트를 알리는 이벤트,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진행하는 이벤트, 그냥 심심해서 하는 이벤트(?) 등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유저를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면서 얻는 즐거움, (결제를 하더라도)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며 얻는 즐거움 등 어떤 형태로든 즐거움을 제공해야한다.

하지만 요즘 게임업계의 이벤트는 유저의 즐거움이 아닌 게임사만의 즐거움을 유도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할로윈데이 때 “trick or treat(과자 안주면 장난칠 거예요)”을 외치는 사람은 문을 두드리는 코스튬 복장으로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집주인의 역할은 집으로 찾아주는 손님을 기쁘게 맞이하며 콘텐츠(사탕)를 나눠주고, 축제를 함께 즐기며 달달한 정을 쌓는 것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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