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차이나조이’와 비교-덥고 습한 날씨-1시간 넘게 기다리는 택시

“어머, 보양식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차이나조이’에 간다고 말하면, 게임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다. 그만큼 ‘차이나조이’는 업계에서 유명한 게임쇼다. 그런 ‘차이나조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중국 상하이 뉴 인터내셔널 엑스포 센터에서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가장 더울 시기에 꼭 맞춰서 말이다.

‘차이나조이 2013’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차이나조이 2014’에 참가한 기자의 입장에서, 올해 행사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담백한 평가를 전하고 싶다.

■ ‘차이나조이’, 지난해과는 어떤 차이가?

‘차이나조이 2014’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발전했다. 숫자로 보더라도 전시장 규모는 10만 평방미터에 5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하며, 700개 이상의 전시부스로 구성되었다. 물론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질도 향상되었다. 전시장 부스는 B2B와 B2C 모두 작년보다 고급스러워졌으며, 관람객 수준도, 부스걸 언니들의 미모도 업그레이드되었다.

게다가 WMGC(World Mobile Game Conference&Expo) 전시관이 따로 열렸다. 이름 그대로 모바일 게임 전시관으로, 2014년 중국 게임 시장의 큰 화두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B2C 전시장 가장자리에서 모자나 부채와 같은 물건을 팔기도 했지만, 올해는 E5 전시관에서만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번잡스럽지 않고, 전시장도 비교적 깔끔했던 것 같다.

다만 전시장 위치는 훨씬 멀어졌다. 지난해에는 B2B 부스가 입구에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W 전시장 쪽에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N1에는 B2B가, N2에는 WMGC가 개최되면서 B2C가 N3, N4, N5와 함께 E7, E6에서 열리면서 동선이 멀어졌다.

N 전시관에는 텐센트와 퍼펙트월드, 자이언트, 샨다, EA, 공중망, 쿤룬, 추콩, 360, 아이드림스카이 등 비교적 넓은 부스로 참가해 관람객에게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지난해보다 사람이 적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E로 넘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부스가 쪼개져서 여러개 있다보니 사람들의 동선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복잡해진 것. 특히 E7홀에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콘솔 게임이 모여서 전시되어 더욱 복잡했다. E6홀에서는 사람에 질식할 것 같아서 중간에 잠시 전시장 밖으로 빠져나와 숨을 고르고 들어가기도 했다.

전시장이 멀어진 까닭에 가운데 있는 공터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딱히 실외 부스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큰 장점은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비도 오고, 표지판도 없이 울타리만 쳐져 있어 처음 온 사람은 방향을 알기 어려웠다.

처음 E홀에 간 기자는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사람에 휩쓸려 울타리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기자와 같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 한 중국인 남성이 다시 들어가려고 하자, 한 발자국만 나왔을 뿐인데도 경비 아저씨는 중국말로 무섭게 소리쳤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다시 전시장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보아 ‘들어가려면 다시 입구로 들어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싶다.

■ ‘사우나조이’, 악명 높은 상하이의 날씨는?

상하이가 얼마나 덥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하는 대답이 있다. “눈을 감고, 네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더웠을 때를 떠올려봐. 거기에다가 습기를 10배 더하고, 온도를 10도 가량 높여. 그게 바로 상하이야”고 말이다.

40도가 넘는 기온에 바다와 근접해 축축한 습기로 찜통 사우나를 연상시켜 ‘차이나조이’가 아닌 ‘사우나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상하이에서는 웃통을 벗은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자에게는 참으로 흐뭇한 일이지만, 운이 없는 탓인지 아직까지는 식스팩의 울끈불끈 복근남보다는 푸근한 몸매의 아저씨들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14년은 뭔가 다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온도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8월 1일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까지 쏟아져서 시원했다. ‘차이나조이’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여기가 상하이야 서울이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비록 비로 인해 습도가 더욱 높아져 전시장에서 다른 사람과 팔이 닿을 때의 끈적함을 견뎌야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훨씬 시원했다. 오히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녹아내릴 것 같다”라며 더위를 호소할 때, 상하이에서는 가디건을 걸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더위로 지면(?)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하듯, ‘차이나조이’의 치명적인 매력 중 하나인 ‘더위’를 올해는 마음껏 느끼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 ‘싸우자조이’, 켈리 호텔 앞 택시 정류장에서 1시간은 기본

매번 ‘차이나조이’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 받고, 분노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택시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해, 30위안이면 올 거리를 300위안을 주고 오기도 했다. 올해는 기자에게 ‘무한 기다림’을 선물하며 ‘나랑 싸우자는 건가’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쇼 ‘지스타(G-Star)’에서 문제된 것 중 하나가 교통이다. 전시장이 마감하고,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피크 시간에는 택시를 잡을래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택시를 운 좋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승차거부를 당하기 일쑤다.

서태건 부산정보산업 진흥원장은 “관련해서 개선 사항을 고민중에 있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셔틀 버스 운행을 집중적으로 증차할 계획이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택시가 안 잡히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되지’라고 말하는 것은, ‘빵이 없으면 쿠키를 먹으면 되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내국인의 입장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지만, 까막눈에 귀머거리나 마찬가지인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기 때문이다.

‘차이나조이’에서도 교통 문제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일단 ‘지스타’보다 규모가 훨씬 커 사람도 훨씬 많고, 자연스레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려는 외국인도 훨씬 많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했던 무지한 기자는 7월 31일, 켈리호텔 앞에서 생애 처음으로 택시를 1시간 반 넘게 기다렸다. 처음 30분은 ‘금방 빠지겠지’라는 희망에 부풀었고, 그 다음 30분은 짜증과 분노가 폭발했고, 그 다음 30분은 더 이상 택시를 타기 위한 게 아닌 기다림을 위한 기다림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적은 없지만, 왠지 군인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내가 서있는 줄은 끝이 없어 보이고, 택시를 타고 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저기에 있을까?’라는 서글픈 마음과 함께 ‘집이 그립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차라리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할 일 다 하고 늦게 갔으면 지금 여기서 고생은 안하지 않았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줄을 섰고, 더 이상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차이나조이’는 올해로 12회차를 맞이하며 ‘짝퉁 전시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세계 게임시장을 뒤흔드는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차이나조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콘텐츠는 물론 좋은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UI(유저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면 유저에게 금방 버림받는다. ‘차이나조이’ 역시 롱런하는 전시회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시회 수준을 매년 높이는 것은 물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하이=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