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 “벤처 DNA, 고향에 온 느낌”

‘카본의 눈을 가진 종족들’을 아시나요? 세상에서 산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탄소(카본)다. 삶에서도 산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이 있다.

이은상 족 부족장과 ‘드래곤네스트’의 초창기부터 생사고락을 같이한 핵심 개발자 후배들과 라인게임 열풍을 일으킨 ‘라인팝’을 주도한 전 NHN엔터테인먼트의 정혁 개발 이사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근무한 최용호 이사도 합류했다. 6월 초 현재 모두 35명. 40~50명까지 계속 뽑고 있다.

‘카본아이드’라는 간판을 단 판교역 인근 메리어트 빌딩 6층 유리창 밖으로 엔씨소프트 등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이 훤히 보였다. “항상 벤처에 올인했던 사람이라, 고향에 온 기분”이라는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는 건강한 모습으로 “올 안이나 내년 초까지 2개 모바일게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탄소는 산소 다음으로 중요...회사명에 담긴 의미요?”

지난 5월 초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약 4개월의 휴식을 마치고 게임업계 컴백하겠다는 근황을 알렸다. 이후 한 달, 대기업 게임사 CEO에서 스타트업의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로 낮은 곳으로 내려온 그는 편안해보였다.

지난해 말 건강 문제로 장기 휴가를 냈고 1월부로 NHN엔터 대표 직을 사임했다. 먼저 건강을 물었다. 그는 “몸은 술자리가 정겨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웃었다.

창업으로 벤처회사 CEO의 소감도 물었다. “항상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때부터 창업을 꿈꿔왔다. 이를 동경하기도 했고, 벤처정신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해왔다. 역시 게임을 제일 좋아했다. 게임이 천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생소하게 다가온 ‘카본아이드’이라는 회사명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카본아이드는 사무실을 6층 전체 하나를 쓴다. 천장이 높은 사무실 입구 앞에는 축구공 같은 아니 ‘FIFA로고’ 같은 로고가 설치물이 눈길을 끈다. 절로 뭘까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하나 더. 그는 ‘눈(eye)’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덴티티에 이어 카본아이드까지 게임사 명에 ‘눈’이 들어갔다. 우연이 아닐 것 같다.

“세상에는 산소 다음으로 탄소(카본)가 중요하다. 삶에 있어 산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이름을 지었다. ‘카본의 눈을 가진 종족들’, 혜안을 가진 사람들, ‘종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로고 조형물을 보고 ‘디스코볼이다’, ‘FIFA로고다’라고 여러 말을 해주었지만 탄소의 입자로 된 눈을 뜻한다."

■ “이은상표 게임의 산실....재미에 올인할 수 있는 구조 중요”

그에게 창업이란 의미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고 한다.

남들이 전혀 만들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가는 희열,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 등이 “마치 하얀 눈을 처음 밟는 느낌”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해 의심을 버릴 만한 나이 마흔이 넘어 새로 창업을 하며 느낀 것도 있다. 그는 “아이덴티티 때는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실수나 오판을 줄이고, 과정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놀러간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과정을 즐기자”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이은상 족이 추구하는 벤처 DNA는 뭘까?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즐겁게 벤처 그 과정을 즐기는 것, 도전하는 것, 그리고 혁신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는 트렌드로 쫓아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끼리 팀장, 팀원 서로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인 것 같다.”

그는 “재미에 올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이덴티티를 설립해 온라인게임 ‘드래곤네스트’를 성공했고, NHN엔터테인먼트에서 모바일 브랜드 ‘토스트’를 런칭했다. 창업한 모바일게임사에서 ‘이은상표’ 게임을 기대해도 될까.

“항상 내 인생이 제일 소중하듯이 직원들도 자신들의 인생이 무엇보다 제일 소중하다. 때론 회사보다도. 회사가 중요하고 돈을 버는 것보다 내가 중요하고 내가 만족하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개개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이런 것이 이은상표라면 이은상표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방향을 전세계에서 먹힐 수 있는 게임 룰셋을 창작해 나가는 부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만족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 회사가 우선이다.”

■ “대중적인 장르 하나에 깊이 있는 게임, 올해 안 2개 출시”

‘카본아이드’ 현재 35명 멤버는 모바일쪽 경험이 있는 사람들, 모바일 다수의 성공 경험을 가진 멤버들, 아이덴티티에서 ‘드래곤네스트’ 7000억 정도로 라이브를 해온 경험이 출중한 사업 멤버들에다 젊은 피들까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이미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2개를 출시할 계획이다. 완성도를 높일 생각이라 확정은 아니다. 하나는 대중적인 장르, 하나는 깊이있는 게임”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블레이드’나 ‘몬스터길들이기’ ‘영웅의군단’으로 RPG 장르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그 다음 재미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제 게임업계 리더 그룹에 속한 그의 분석이 돋보인다.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은 아직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생활, 결제, 디바이스가 연결되고 패턴이 더 달라질 것이다. 게임의 경우 단순히 쉽게 트렌드를 쫒아가는 게임이 있고, 현재 한국에서 집중하는 코어한 게임 장르가 있다. 트렌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만 쫓아가는 방법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를 맞을 것이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게임 속에서 유저들의 경험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유저들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이를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덜 질리는 공통의 재밌는 룰이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그는 “우리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이라며 최근에 개발 중인 수많은 코어한 RPG류의 게임들과 앵그리버드’ 류의 캐주얼한 게임을 비교했다. 대부분의 모바일 유저들이 선호하는 플레이 패턴을 생각한다면 한국은 “너무 코어한 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훨씬 더 잠깐씩 꺼내서 직관적이고 쉽고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 조금은 더 고민해보거나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그는 아이덴티티에서 ‘드래곤네스트’를 만들어 중국을 비롯 동남아, 유럽 등 20개국 수출했다. 그래서 남다른 글로벌 전략을 물어보았다.

“확실히 답이 없다. 다만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놀 수 있는 룰이 있다. 이를 잡아야 한다. 게임을 만들어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들이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쥬얼드’ ‘모노폴리’ ‘카탄’ 등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룰의 집합이 있다. 누가 봐도 직관적이다. 이게 재밌게 구현이 된다면 글로벌이 쉬워지지 않겠나.”

■ 그가 판교로 간 까닭은?

카본아이드 창가에 서보면 판교테크노 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가 페이스북에 새 회사를 설립하고 올린 포스트가 생각났다. “묵묵히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오래된 그리고 새로운 마음 맞는 동지들과 제 마음의 고향인 벤처로 다시 돌아오게 된 지금, 냉정과 열정사이 어디쯤 방황하며 박혀있던 가슴이 다시금 설레임으로 뜨거워지는군요.”

연어처럼 그는 판교 초입의 수문장을 자처한 것일까. 역시 환경을 중시했다. 그는 “환경적으로 볼 때, 역이 가깝다. 앞에 개천도 있어 쾌적하다. 사무실은 천장이 높다. 작은 차이겠지만 좋은 제품이 나오려면 직원들에게 작은 영감이라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부여해야 한다. 이런 데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샘 솟는다”며 “결국 틈이 생길 때마다 직원들에게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회사에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사람들에게 모티브를 줘야 엣지있는 게임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감을 주는 구조, 넓은 천장, 넓은 책상과 좋은 기기, 쉴 수 있는 좋은 환경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사무실은 아무런 장식도 없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마이크 모하임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친필 사인이 있는 게임 포스터가 바닥에서 벽을 기대고 있을 뿐. 그는 기자가 전에 플레이포럼 시절 ‘꼬리를 잡았던’ 역사적인 특종 인터뷰(아이덴티티 매각)를 추억했다. 그도 당시를 회고하면서 문 앞 아니 1층까지 내려와 배웅했다.

“40줄에 가슴조차 뭉클해질 만큼 정들었던 회사를 나와, 조그마하게 새로운 벤처를 다시 시작한” 그는 “월드컵 시즌이 되면 직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을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이은상 대표는?

2014 ~ 카본아이드 대표
2013 ~ 2014 NHN엔터테인먼트 대표, NHN USA 대표
2012 ~ 2013 NHN 게임부문 대표 (한게임 대표)
2007 ~ 2011 아이덴티티게임즈 대표
2004 ~ 2007 웹젠
2004 ~ 2004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2001 ~ 2003 SK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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