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엔도어즈 상무 “청개구리 철학으로 게임업계 반란 성공”

[인터뷰] 엔도어즈 상무 “청개구리 철학으로 게임업계 반란 성공”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43)는 한국게임업계 스타 개발자 중 한 명이다. 특히 개발한 게임 6개는 모두 대작으로 불리는 MMORPG다. ‘군주’(2002) ‘거상’(2003) ‘타임 앤 테일즈’(2005) ‘아틀란티카’(2006) ‘삼국지를 품다’(2011)에 이어 ‘영웅의 군단’까지 하나같이 성공시켰다. 이 게임들은 그가 “삶의 일부”라고 말하는 한 팀에서 만들었다.

지난 2월 14일, 그는 4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쳐 빚어낸 명품 RPG ‘영웅의 군단’을 선보였다. 엔도어즈가 개발, 모기업인 넥슨의 퍼블리싱. 이 게임은 비 카카오 게임으로 보름 만에 100만 다운로드, 단독 서비스를 시작을 하자마자 매출 10위권, 다운로드 5위권에 진입했다.

게임업계나 유저들은 “넥슨이 이제 ‘감’을 잡았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기회에 3000만명에 달하는 넥슨 플레이의 파워풀한 유저풀도 확인했다. 서울 가락동 엔도어즈 사무실에서 만난 김 상무는 “엔도어즈의 청개구리의 철학과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반란’이 제대로 먹혔다”라며 활짝 웃었다.

■ 엔도어즈의 ‘청개구리 반란’ 과연 정체는?
‘영웅의 군단’은 MMORPG의 명가 엔도어즈뿐만이 아니라 한국 대표게임사인 넥슨에게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넥슨은 모바일게임 성공사례에 대해 목말랐는데 한여름 시원한 소나기처럼 제대로 홈런을 쳤다.

김태곤 상무는 “‘영웅의 군단’이 넥슨과 엔도어즈 모두 전환점이 될 것 같다”라며 “엔도어즈는 한 번도 캐주얼 게임을 개발을 한 적이 없다. 사업-시장성 허들(장애물)이 있지만 ‘이 세상 넘쳐나는 것 다시 보태고 싶지 않다. 다시 할 필요가 없다’다”며 개발 철학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청개구리 반란은 무슨 뜻일까. “우선 카카오라는 특정 플랫폼에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 특정업체 퍼블리싱-선두업체가 아닌 게임, 모바일 MMORPG는 힘들 것이라는 선입관을 깬 점, ‘삼국지를 품다’의 멀티 플랫폼을 벗어나 모바일 전용 게임 선택 등 기존 게임업계의 통념을 깬 ‘청개구리 반란’의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영웅의 군단’의 개발 기간은 4년. 당초 PC게임으로 ‘삼국지를 품다(이하 삼품)’와 동시에 개발을 진행하다 멀티 플랫폼을 선택한 삼품과 달리 모바일 전용 게임으로 출시했다. 김 상무 자신부터, 10~20년 PC중심 개발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입관을 깼고, 삼품을 통한 모바일 학습이 제대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넥슨 플레이의 파워를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다. 그는 “12세 이상가 게임이지만 주 타겟이 20대 이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회원 데이터베이스 3000만인 ‘넥슨 플레이’의 유저는 폭이 넓었다. 넥슨 플레이와 자연 연동해 성년 유저뿐만이 아니라 저연령층까지 신규 유저로 흡수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린 유저들이 ‘영웅의 군단’을 해 놀랐다”고 말했다.

■ ‘삼국지를 품다’에서 ‘영웅의 군단’으로 "악성 댓글 없다고?"
올해 들어 한국 게임업계는 RPG 바람으로 뜨겁다. 3~4월만에도 15개 안팎의 RPG가 쏟아진다. 자칫 과거 비슷한 온라인 게임이 한꺼번에 쏟아져 선두게임 이외 구분하기 어려운, 너무 익숙한 상황이 반복되는지 우려도 나온다.

김태곤 상무는 “캐주얼에서 RPG로의 변화가 화두다. 과거 캐주얼 게임을 주로 한 회사는 하드해지고 복잡해진다. 반대로 RPG를 해왔던 회사는 가벼워진다. 지금 주류는 캐주얼화한 게임에 RPG가 더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발자가 게임의 차별성으로 타격과 그래픽을 강조해도 유저들이 디테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마치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 군복 바지 줄을 두 개를 잡으나 하나를 잡으나 민간인들은 똑같이 느낀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개발-마케팅 포인트를 개발자 중심보다 유저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웅의 군단’은 온라인-모바일 연동 프로젝트 ‘삼품’의 절반의 성공이라는 쓴맛의 선행학습 덕분으로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삼품은 게임성을 강조하다 보니 유저에게 ‘게임이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비해 ‘영웅의 군단’은 무거움보다 가볍다는 느낌을 주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름도 하드한 느낌보다 평이한 단어를 선택했다. 유저들에게 ‘정통 MMORPG 모바일도 어렵지 않다’, ‘모바일이 온라인게임보다 더 어렵지는 않다. 다만 경험이 없어 어려웠을 뿐’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는 개발하는 입장에서 “과연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같이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짧은 기간 유저를 빨아들여 매출에 성공하고 버리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영웅의 군단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같이 하는 게임으로 컨셉을 잡았다”고 했다.

광고도 달라졌다. “과거 홍보영상은 타격 끝판왕, 절대강자라는 자극적인 어구를 사용했다. 영웅의 군단은 매출 중심보다 다음 업그레이드를 소개한다. 가령 ‘맥심’이라는 남성 잡지에 지면 광고를 했다. 하지만 게임이라고 모를 정도로 게임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이미지만 있다.”

소위 ‘버스광고’로 대표되어 포인트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뛰어넘어 “디자인 완성도, 무게가 있다는 대세감, 편안함과 깊이감, 신뢰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는 악성 댓글은 없고 “넥슨이 이제 ‘감’을 잡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 넥슨 그룹 합류 3년 “개발든 사업이든 전폭적 지원”
김태곤 상무가 넥슨 가족이 되고 벌써 3년이 흘렀다. 개발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뭘까. 넥슨은 “대기업이라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룰이 강하다. 하지만 개발사 엔도어즈는 스피드를 강조한다. 둘은 얼마 안 가 서로 깨달았다.

“PC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둘 중 선택하거나 미래를 방향을 잡아야했다. 그런데 방향이 안 보였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고 어려웠다. ‘삼품’의 개발 과정에서 서로 더 깊이 알게 되었다. 넥슨은 이제 사업든 뭐든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다. 때론 저희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

넥슨은 ‘던파’ ‘서든어택’ ‘카트라이터’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기라성 같은 기존 온라인게임의 탄탄한 성과로 모바일게임 진출에 주춤하는 사이 게임업계 주도권을 놓쳤다고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김태곤 상무의 온라인-모바일 연동 프로젝트로 출발한 ‘삼국지를 품다’로 온라인게임을 모바일게임으로 연동 확대하는 프로젝트도 절반의 성공에 그친 바 있었다.

그러나 6개월간 10만 유저를 대상으로 5차 CBT를 하고 나서 출시한 ‘영웅의 군단’은 넥슨의 모바일게임의 대반전을 이뤄냈다. 김태곤 사단이 모바일에 완전히 적응했고, 넥슨도 달라졌다. 그는 “개발 4년 이후 초기에서 오픈까지 과거 RPG의 ‘공’이다. 유저들도 게임성을 인정해주었고 내적-외적 품격이 있는 게임이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넥슨 그룹 회사의 장점도 하나 더. “넥슨은 해외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다. 그래서 영어권-일본 등 글로벌 진출하는데 유리하다. 개발할 때부터 해외 진출할 때 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고려했다. ‘영웅의 군단’은 넥슨 모바일게임 유저풀을 확보하는데 기여하고, 긴 안목으로 즐길 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시드 마이어 “장르보다 내용 깊이가 중요”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2006년이었다. ‘아틀란티카’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 2학년 때 ‘충무공전’을 개발했고, ‘임진록’은 100만 장을 판매한 그는 다른 개발자와는 달리 '역사'라는 주제에 매달렸다.

그의 중심은 ‘문명’시리즈로 유명한 시드 마이어처럼 늘 '역사의 자장' 안에 있었다. 한국의 시드 마이어로 불리는 그는 한국사는 물론 일본, 로마 등 전세계 역사를 두루 해박했다. 그리고 그 지식을 게임 속에 구현해왔다. 그 앞에 앉아 있으면 마치 구수한 역사 선생 앞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즐거웠다. 그래서 이후 시시때때도 만나기도 했다.

40대에 들어선 김태곤 PD는 “스마트폰 게임은 PC스타일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모바일 디바이스 장에 있다는 점에서 모두 온라인게임이다. 결국 모바일이나 PC나 결국 게임의 창작의 본질은 인성을 접근하는 것이다. 깊이를 갖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쟁사 마니아에게 요즘 관심사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17~18세기 계급은 어떻게 살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부르조아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삶의 패턴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미술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문득, 그 말 속에 차기작과 관련 힌트가 숨어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물론 “‘문명’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단 인류역사를 조명하되 한 부분을 확대하고 시뮬레이션 장르로 만들고 싶다”는 반듯한 정답만을 내놓았지만.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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