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육성의 해외 트렌드와 거꾸로 억압하는 한국, 게임 4대 중독 포함

11월의 시작이었던 지난 금요일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초겨울에 입는 두꺼운 크림색 스웨터를 입고 나온 게 민망할 정도로 햇살은 쨍쨍하고, 공기는 시원했다. 딱 동물원에서 기린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종일 판교에서 이어지던 일정이 소풍을 나온 것마냥 즐겁기까지 했다. 가을바람에 설레며 미팅을 하려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온통 휴대폰 카메라로 하늘을 찍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위를 올려다보니 무지개가 떠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약 7년 만에 본 무지개가 반가워 기자 역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는 무지개는 둥근 참빗처럼 다소곳하게 오목한 모양인데, 판교의 무지개는 모양이 거꾸로였다. 양 다리를 하늘로 치켜든 모습에 ‘무지개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비도 오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등장한 무지개가 신기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절묘하다. 하필이면 판교에 거꾸로 뜬 무지개의 모습이 꼭 요즘의 ‘게임 산업’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게임업계는 시끄럽다. 페이스북에는 온통 ‘중독법’ 이야기다. 마약, 술, 도박과 함께 게임이 4대 중독에 들어간다니 게임업계 사람들은 뿔이 나도 단단히 났다. 여기에 매출의 6%를 과징금으로 떼어간다는 희대의 상상이 현실화할 수도 있으니 당황스럽다.

어떤 사람은 ‘숨 쉬는 것도 중독이다. 마약이 어느 정도 하지 않으면 금단현상을 일으키듯 숨쉬기도 10분만 안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또한 희대의 살인마들도 모두 숨쉬기를 했다. 중독성과 폭력성을 갖고 있는 숨쉬기는 중독에 포함돼야 한다. 10분 숨쉬고 10초 멈추는 쿨링오프제와 산소의 근원인 식물에게 6% 과징금을 징수하는 법안을 만들자’라며 규제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기도 한다.

지금은 낭만적인 취미생활로 자리잡은 ‘통기타’ 역시 예전에는 일탈의 상징이었다. 한국인이 소비하는 문화생활 80% 이상을 차지하는 ‘영화’ 역시 불건전한 콘텐츠였다. 따라서 지금의 게임에 대한 소란 역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기 위한 진통의 일부, 혹은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문득 얼마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약 한 달 반 정도 아이슬란드부터 시작해 프랑스, 독일, 런던, 크로아티아 등 유럽 여기저기를 다녀왔다. 그녀는 평범한 25세 여대생이다. 게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물론 게임 산업에 종사하지도 않는다.

그 친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들이 딱히 K-POP에 열광하는 건 아니더라. 그냥 마니아층이 있는 정도야. 그리고 한국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지도 않았어. 물론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었어, 또 ‘강남스타일’은 알아도 싸이를 모르거나, 싸이를 알아도 한국 사람이라는 건 모르는 경우도 있었어”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물어보는 질문이 ‘한국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게임을 잘해?’였어. 난 게임에 관해서 잘 모르니까 그냥 웃으면서 ‘태어날 때부터 키보드를 쥐고 태어난다’고 말해줬지”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문화가 선도하는 시대, 남들은 게임 산업을 어화둥둥 금이야 옥이야 문화 콘텐츠로 키워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매년 3%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와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알아서 잘 큰 효자 게임 산업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게임의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아예 내놓고 ‘마약쟁이’ 취급에 충격을 받아 ‘이 나라에선 도저히 못해먹겠다’며 실제로 해외로 나간 이도 있다. 이러다가 귀한 인재들을 다 놓치고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것은 뻔하다.

게임 산업의 육성을 장려하는 해외 트렌드와 달리, 이중삼중 각종 규제로 억압하며 거꾸로만 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지켜보니 갑갑하다. 무지개 끝에는 보물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꾸로 전복되어 하늘 끝에 있는 무지개 끝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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