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노란 은행잎, 바짝 말린 낙엽이 끼워져 있는 책 한 권, 걸을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 나는 길,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타닥타닥 소리가 나는 모닥불.
모두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가을은 왠지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기분이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가을을 제대로 타고 있는 기자가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서정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분위기’다. 기자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모습은 가수 요조의 노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이다.

‘영원이라는 정류장’과 ‘시들지 않는 장미꽃’을 평생에 만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가능성이 적다하더라도 낭만을 포기할 순 없다. 게임은 그런 의미에서 낭만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매개체이다. 게임은 ‘서정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려는 심리 상태나 그 분위기’를 실현 가능성 높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각적으로도 현실세계에서는 보기 어렵거나 아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건물이 삐죽삐죽 서있는 도시에서는 비상구를 통해 보이는 자그마한 창문으로 남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듯 아파트 옥상만 내려다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용을 타고 날아다니며 하얀 모래사막이 바람에 부서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게임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한 지인은 ‘게임 속 낭만’에 대해 추억하며 ‘리니지’를 떠올렸다. ‘리니지’에는 ‘군주’라는 직업이 있다. 군주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낭만이 있는 직업이다. 오직 ‘군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다른 직업들이 자기 대신 죽어줘야 하는 군주 직업 퀘스트가 있었다. 리니지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로 인한 손해가 컸지만, 기꺼이 군주를 위해 희생했다. ‘군주’이기 때문이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만약 진짜 ‘군주’같은 존재가 현실에도 있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존중을 받으며 사람들이 희생을 불사할지 의문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