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낭만'의 계절, 아름다운 풍경-꿈꾸는 직업-잃어버린 감성 게임 속 낭만

흐드러지게 노란 은행잎, 바짝 말린 낙엽이 끼워져 있는 책 한 권, 걸을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 나는 길,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타닥타닥 소리가 나는 모닥불.

모두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가을은 왠지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기분이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가을을 제대로 타고 있는 기자가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서정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분위기’다. 기자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모습은 가수 요조의 노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이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볼 수 없는 것을 보려 눈을 감아보았지.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뭔가 잔뜩 들어 있는 배낭과 시들지 않는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우리 영원까지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을텐데.’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중

‘영원이라는 정류장’과 ‘시들지 않는 장미꽃’을 평생에 만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가능성이 적다하더라도 낭만을 포기할 순 없다. 게임은 그런 의미에서 낭만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매개체이다. 게임은 ‘서정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려는 심리 상태나 그 분위기’를 실현 가능성 높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각적으로도 현실세계에서는 보기 어렵거나 아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건물이 삐죽삐죽 서있는 도시에서는 비상구를 통해 보이는 자그마한 창문으로 남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듯 아파트 옥상만 내려다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용을 타고 날아다니며 하얀 모래사막이 바람에 부서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 검은사막
▲ 아스타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직업도 입맛대로 해볼 수 있다. 실제로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군인이 되어 좀비들에게서 연인을 지킬 수도 있고, 마법사가 되어 탑에 갇힌 공주를 구해올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정 부장’이 온종일 나에게 성을 냈을지라도, 게임 속에서는 공격대장이 되어 ‘정 법사’와 PVP를 벌여 거대한 성을 차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게임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한 지인은 ‘게임 속 낭만’에 대해 추억하며 ‘리니지’를 떠올렸다. ‘리니지’에는 ‘군주’라는 직업이 있다. 군주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낭만이 있는 직업이다. 오직 ‘군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다른 직업들이 자기 대신 죽어줘야 하는 군주 직업 퀘스트가 있었다. 리니지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로 인한 손해가 컸지만, 기꺼이 군주를 위해 희생했다. ‘군주’이기 때문이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만약 진짜 ‘군주’같은 존재가 현실에도 있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존중을 받으며 사람들이 희생을 불사할지 의문이다.

올 가을 메말라버린 낭만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로맨틱한 음악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게임 속에서 대륙을 탐험하며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아지트를 찾아보기도 하고, 어느 게임에서나 항상 핍박받는 멀록 일족을 구하는 용사가 되어보기도 하고, 기꺼이 희생을 해보기도 하면서 색다른 방법으로 낭만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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