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앵그리 버드’ 3억 5000만 다운로드 ‘제 2노키아’ 

‘화난 새’가 핀란드의 자존심을 살렸다. 앱 게임 ‘앵그리 버드’가 노키아 추락으로 마음 상한 핀란드인들의 새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와 ‘휘바휘바’로 잘 알려진 자일리톨(Xylitol)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노키아는 애플의 아이폰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우울한 소식을 달래준 건 스마트폰 앱게임 ‘앵그리 버드’였다. 

▲ 앵그리 버드
게임 내용처럼 알을 훔쳐간 돼지에 복수하는 화난 새에 환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핀란드 국적 항공사인 핀에어가 에어버스 A340을 온통 앵그리 버드로 치장할 정도니 말이다. 

이런 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했던가. 2003년 핀란드 공대생 3명이 설립한 로비오(Rovio)모바일이 애플 아이폰용 앱게임 앵그리 버드를 개발한 건 2009년 12월. 이 게임을 만든 세 명의 공대생은 2003년 노키아가 주최했던 모바일게임 개발대회에서 우승했던 멤버들이었다. 이처럼 노키아의 추락과 이들의 고공행진은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로비오 모바일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디스럽(Disrupt) 컨퍼런스에서 앵그리 버드가 총 다운로드 3억 5000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2억 5000회에서 3개월 만에 1억 회가 증가했으니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을 포함해 25개의 각종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게임 내용은 단순하다. 알을 훔쳐간 돼지들을 향해 성난 새들이 돌진해 복수한다. 잔뜩 화난 새가 나무와 돌 벽돌 틈에 숨은 돼지를 공격해 사냥한다. 새는 기능에 따라 빨강․노랑․파랑 등 다른 색깔을 띠고, 돼지는 크기와 모양만 다를 뿐 색은 죄다 연두색이다.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화끈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개성 있는 새 캐릭터들의 매력이 더해져 출시 후 2년도 안된 지금까지도 인기가 꺼질 줄 모른다.  

스마트폰 보급이 1000만대가 넘어선 한국에서의 인기도 만만찮다. 앵그리 버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게임 중 각각 세계 8위와 3위 이용률을 기록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배우 서기,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와 신현준 등이 트위터 등에 앵그리 버드 쿠션을 들고 표정을 따라한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중국의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한 놀이공원에는 앵그리 버드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이렇게 전세계인들이 앵그리 버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매일 총 3억분에 이른다.  

앱 게임 개발 ‘골드 러시’의 신호탄이 된 앵그리 버드의 파워는 게임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난감과 티셔츠, 영화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 달걀 요리 레시피로 채워진 ‘앵그리버드 요리책’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며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캐릭터 사업이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22일 임명된 북미 법인 대표 앤드루 스탤바우 역시 폭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사에서 20세기폭스가 제작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라이센싱 업무를 담당해왔다. 앵그리 버드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화인 ‘리오’ 제작 중 맺은 인연으로 로비오사에 영입됐다.  

앵그리 버드는 6월 현재 300만개의 관련 장난감을 팔았다. 장난감과 티셔츠는 각각 매달 100만장씩 불티나게 팔린다. 10만 달러(1억 4000만원)를 투자해 개발한 앵그리 버드는 지금까지 750억원을 쓸어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엔 엑셀 파트너스와 애토미코 등으로부터 42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바 있는 앵그리 버드는 핀란드 이외의 지역에 현지 설립, 중국 시장 확대 등에도 나섰다. 블룸버그는 뉴스코프, 월트 디즈니, EA(컴퓨터 게임업체), 징가(SNS 게임업체) 등이 로비오모바일의 가치를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전제하고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앵그리 버드는 영어권 국가도 아닌 핀란드 업체에서 개발됐다. 전 세계 60개국 앱스토어에서 1년 이상 게임 부문 1위를 지키며 스마트폰 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앱으로 시작해 캐릭터 상품으로 확장한 이 게임은 약 1조원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 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노키아는 몰락하고 있지만 앱 비즈니스의 성공신화를 창조한 ‘앵그리 버드’는 ‘제2노키아’로서 핀란드를 상징하는 새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소프트웨어 논쟁’이 한창인 한국에서도 1조원대 가치를 창출한 스마트폰 앱게임 신화를 어서 빨리 보고 싶다. 박명기 칼럼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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