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천 경마공원 수납본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토요일 4시만 되면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과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쇼! 음악중심’이라는 가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깨알 같은 재미는 가수들의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거나 예쁘고 잘생긴 얼굴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 같이 일하는 친구의 ‘덕력(덕후력)’을 시험하는 거였다.
친구는 신기하게도 신인 아이돌 가수들의 이름과 신곡까지 줄줄이 꿰고 있어서 ‘쟤는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곤 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좋아하는 ‘오빠’들의 생일은 물론 신발 사이즈까지 프로필을 줄줄이 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신인 아이돌의 그룹명을 외우는 것이 ‘경이로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유는 단지 늙어서가 아니라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신인 그룹도 금세 신곡과 앨범을 몇 개씩 내며 데뷔한 지 몇 년차 가수와 앨범 수만 따지면 엇비슷하기도 하다. 이제는 열 몇 곡씩 꽉 차있는 앨범이 아니라 유행과 트렌드에 맞는 곡들이 한두 개씩 들어있기 일쑤다.
이는 게임업계에서도 비슷하다. 현재 게임 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만드는 온라인 게임보다 스피드하게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만든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에 들어가는 정성은 다르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만드는 기간만큼은 큰 차이가 있다.
인기 무료 순위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플레이든 앱스토어 순위든 실시간으로 바뀌어 지금은 1위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몇 시간 뒤에는 몇 위일지 며느리도 모른다. 최근 일본 앱스토어 최고매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던 ‘포코팡’의 경우도 약 6시간 뒤 2위로 내려와 1위를 ‘찍고 내려온데’에 의의를 두기도 했다. 더 이상 순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모바일게임 순위 앱 ‘앱랭커’에 따른 결과를 볼 때, 인기 무료 순위나 최고 매출의 순위가 DAU(Daily Activity User)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AU 순위를 보면 2월 1주차부터 4월 2주차까지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for Kakao’, 위메이드의 ‘윈드러너 for Kakao’, CJ 넷마블의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가 사이좋게 순위권을 다툰다.
4월 3주차부터 6월 2주차까지는 ‘애니팡’,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for Kakao’, ‘윈드러너’가 순위를 다투고, 6월 3주차에는 CJ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이 순위권에 폭풍같이 진입해 ‘애니팡’, ‘쿠키런’과 7월 2주차까지 경쟁을 하다가 3주차에는 ‘윈드러너’가 ‘쿠키런’을 밀어내고 순위권에 접어든다.

그래서 참 어렵다. 사람들이 익숙한 게임을 계속해서 즐기고 있으니 비슷한 게임을 내면 ‘식상하다’고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내면 ‘편하게 게임할래’라며 익숙한 것을 찾는다. 그러니 시어머니보다 알 수 없는 까다로운 유저의 입맛을 맞추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