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외형, 편의성 등 어느 매력 느낄 만한 장점 전혀 없어

"정식 버전에선 반전이 있길 기대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신작 '디아블로4'로 22년 만에 성역에 복귀한 '드루이드'는 실망스러웠다. 오랜 시간 전장과 멀어진 탓일까 몸은 거대하게 불어있었고 성능 또한 강령술사, 원소술사 등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형편없었다.

기자는 어린 시절 디아블로2에서 드루이드를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디아블로4에서 드루이드가 참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다이어 울프, 큰까마귀 등 다양한 동물 군단을 지휘하며 '퓨리'로 전장을 누비는 늑드루의 로망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다.

25레벨까지 육성한 결과 "디아블로4 정말 재미없는데"라는 평가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늑드루의 로망이 중요하지 않았다. 외형적으로, 성능적으로, 재미로도 전혀 매력이 없었다. 육성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굳이 드루이드를 하느니 다른 클래스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뇌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기자만 그렇게 느낀 것일까. 지인에게도 물어봤다. 그는 7레벨까지 육성하고 강령술사로 전환했다. 인플루언서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풍월량은 "그저 안 좋은 수준이 아니다. 정말 안 좋다. 테스트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고 센터로드는 "이거 하느니 야만용사가 낫다"고 실망했다.

기자는 늑대 변신 드루이드 세팅으로 육성했다. 이외에도 자연 마법을 사용하는 엘리드루, 곰 변신을 사용하는 곰드루 등 다양한 세팅이 존재한다. 하지만 원소술사라는 좋은 선택지를 두고 엘리드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두 직업 간의 차별성은 분명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당연히 늑드루보다 더 효율적인 드루이드 세팅은 많다. 그러나 모든 세팅을 비교해도 타 직업 대비 경쟁력이 없다. 기사에서는 세팅의 장, 단점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오픈 베타 동안 드루이드를 육성하면서 느낀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 변신 "일반 몬스터와 똑같은 건 선 넘었지"

글로벌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드루이드 체형, 외모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는 세계관, 설정에 따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늑대 변신 외형이 일반 늑대 인간 몬스터 외형과 동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기본 체형이 우람한 탓인지 늑대 변신도 우람하다. 디아블로2에서 날렵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곰 변신과 늑대 변신 외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보면 곰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스킬 이펙트도 심심하다. 야만용사에서 느꼈던 타격감을 드루이드에서도 기대를 했지만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찢어발기기가 준수했는데 재사용 대기시간이 50초를 넘는다. 찢어발기기도 피의 울부짖음과 같이 타격 시 재사용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매커니즘이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디아블로4 드루이드 변신은 디아블로2처럼 영구 변신이 아니다. 스킬을 사용하면 곰, 늑대으로 변신하고 일정 시간 후 해제된다. 하나의 모드가 아닌 인간, 곰, 늑대 변신을 다양하게 활용하라는 의도다.

실제로 피의 울부짖음, 폭풍강타, 산사태, 대지 방벽, 늑대 무리, 죄어오는 동굴 등 하이브리드 세팅이 더 효율적이었다. 이렇게 설계하면 직업 간의 차별성은 돋보일 수 있다. 하지만 드루이드 세팅 간의 차별성과 콘셉트가 사라지는 단점이 생긴다.

하나의 캐릭터로 다양한 세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디아블로의 장점이다. 기술 포인트가 넉넉해지는 정식 버전에서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으나 후반부에도 해당 기조가 유지된다면 개인적으로 드루이드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 과도한 요구 능력치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늑대 변신 드루이드의 핵심 능력치는 극대화와 공격속도다. 기본적으로 극대화 피해량을 상승시키거나 극대화 적중에 따라 발동되는 추가 효과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주력 스킬 사용 자원인 영력을 충전하려면 평타를 많이 때려야 하므로 공격속도도 챙겨야 할 옵션이다.

문제는 극대화와 공격속도 외에 챙겨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먼저 늑대나 곰으로 변신해도 생명력과 방어도가 상승하지 않는다. 육성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명력, 방어도, 보호 스킬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 극대화와 공격속도를 활용해 생명력 흡수 옵션도 필요하다. 그리고 부족한 영력과 긴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을 보완하기 위해 최대 영력 상승,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옵션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극대화와 공격속도만 챙겨도 모자를 판에 방어력, 생명력 및 방어도, 보호 스킬, 생명력 흡수,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최대 영력을 모두 챙겨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제외하면 원활한 전투를 펼칠 수 없다. 기본 화력 자체가 약한 직업인데 이를 모두 챙기니까 화력이 더 약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특히 오픈 베타는 최대 25레벨까지만 육성 가능하다. 기술 포인트가 매우 한정적이다. 이 상황에서 최대 영력, 영력 회복, 극대화 등 각종 패시브 스킬과 대지 방벽을 선택하니까 공격 스킬 레벨을 상승시킬 기술 포인트가 없다. 다른 직업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영력 "전투 재미를 극감시킨 핵심 문제"

마나 부족 현상은 다른 직업도 불만을 호소하는 요소다. 하지만 모든 직업을 25레벨까지 육성한 기자가 느꼈을 때 드루이드만큼 스킬 사용 자원이 부족한 직업은 없었다.

디아블로2 당시 늑드루를 떠올려보자. HP와 MP 흡수 옵션으로 무한 퓨리를 사용한다. 시원하게 적을 찢어발기는 모션과 타격감이 일품이다. 공격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석궁인 '발리스타'를 착용하는 등 다양한 세팅도 활용했다.

디아블로4에서는 한손 무기로 도끼, 철퇴만 사용 가능하다. 대미지가 좋은 양손 무기의 경우 공격속도 문제로 늑드루가 사용하기 어렵다. 시스템적으로 제한하니까 세팅의 다양성과 재미가 줄었다.

디아블로4 늑드루의 주력 스킬은 '칼날 발톱'이다. 아이템 미착용 25레벨 드루이드 기준 최대 영력은 110이다. 칼날 발톱 사용 시 소모되는 영력은 32다. 3번만 사용해도 영력이 바닥을 보인다. 영력을 충전하려면 하루 종일 평타를 때려야 한다. 기본 공격 시 영력 충전 패시브를 3단계까지 올리면 8타로 최대량을 충전시킬 수 있다.

영력 충전·소모량과 함께 재사용 대기시간도 문제다. 대지 방벽, 죄어오는 덩굴, 큰까마귀, 찢어발기기 등 늑드루 핵심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덕분에 평타만 때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오히려 대미지를 올리기 위해 기술 포인트를 기본 스킬과 핵심 스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까 성장에 따른 재미를 느끼기가 더 어려웠다.

 

■ 소환수 "대미지 이게 맞아?"

히드라, 해골 병사 등 소환수 스킬을 사용했을 때 대부분 반응은 "정말 좋다", "예상보다 너무 강한데" 등 긍정적이다. 반면 드루이드 소환수들은 "왜 이렇게 약하지", "이게 맞아?"라며 의문이 생길 정도로 약하다.

단순 피해량 수치만 비교해도 20레벨 강령술사 해골 병사 기본 공격 1타가 34~47이다. 동일 레벨 드루이드 다이어 울프 기본 공격은 7~17이다. 지속 피해 효과를 감안해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낮다.

쑥대밭 전설 옵션으로 다이어 울프를 1마리 추가해도, 야생의 부름과 밤울음꾼 전설 옵션으로 화력을 끌어올려도 대미지는 여전히 형편 없었다. 또한 디아블로4 다이어 울프는 자동으로 소환되는 형식이다. 하나씩 소환하는 과정이 정말 귀찮았던 디아블로2 수동 소환 방식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다이어 울프 생명력이 모두 소진됐을 때 곧바로 부활시킬 수 없다. 이 부분도 강한 적을 상대할 땐 불편했다.

다른 소환수 스킬인 죄어오는 덩굴과 큰까마귀의 경우 액티브 스킬이 나름 유용하다. 범위도 넓고 대미지도 준수하다. 특히 죄어오는 덩굴은 광역 속박이라 안정성을 상승시켜준다.

하지만 해당 스킬들은 지속 효과가 발동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죄어오는 덩굴은 7초마다 적에게 6초에 걸쳐  중독 피해를 준다. 큰까마귀는 5초마다 적에게 피해를 준다.

일시적 버그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속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굳이 일정 시간마다 공격하는 구조로 설계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지만 정식 버전에서는 꼭 개선해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2에서 등장했던 소환수 '그리즐리'의 부재도 아쉽다. 다른 소환수 대비 생명력이 높고 지속적으로 기절 효과를 부여해 안정성을 높여줬는데 디아블로4에선 그리즐리 스킬을 볼 수 없었다.

 

■ 장점 "아직은 찾기 어려워"

드루이드를 육성한 인플루언서 '소풍왔니'는 장점을 묻는 시청자들에게 "귀엽다"라고 답했다. 다른 장점은 말하지 못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이유로 오픈 베타 버전에선 드루이드 장점을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근접 캐릭터가 지닌 불합리한 요소를 다 감수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리턴이 없다. 독격자 몬스터가 등장하면 정말 끔찍하다. 초반부 보스 몬스터인 릴리트의 전령 'TCHORT'를 상대할 땐 다이어 울프가 어그로를 가져간 바람에 중앙에서 나오지 않아 고생했다.

25레벨 이후 파밍 단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얼리 액세스 당시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됐던 야만용사마저 일반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치하고 도살자와 보스 몬스터도 어렵지 않게 상대한다.

반면 드루이드는 전투력을 500 이상 달성해도 너무 오래 걸린다. 특히 도살자를 만나면 전설 등급 아이템 획득으로 기대감이 벅차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살이 떨린다. 심지어 늑드루로는 도살자를 이겨본 적도 없다. 

만약 드루이드를 고집하겠다면 피의 울부짖음, 폭풍강타, 산사태, 대지 방벽, 늑대 무리, 죄어오는 동굴으로 스킬을 선택하고 해당 전설 등급 아이템으로 세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투력 450 기준 산사태 대미지가 6~7000 정도라 무난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오픈 베타 버전이라 드루이드가 안 좋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다른 직업들과 다르게 드루이드 전용 옵션인 '영혼 은총'도 해금되지 않았다. 정식 버전에서는 평가가 역전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드루이드는 다른 직업보다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오픈 베타 버전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원소술사, 강령술사가 후반부에도 약하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팬들은 "드루이드로 먼저 시작하면 디아블로4가 정말 재미 없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22년 만에 전장에 복귀한 드루이드를 즐기기 위해 디아블로4를 기대한 팬들도 정말 많다. 첫 인상은 아쉬웠지만 정식 버전 전까지 유저들의 피드백이 잘 반영되어 매력적인 직업으로 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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