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축구 전문가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 대표팀을 평가하는 단어다. 이중국적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가나는 월드컵 예선보다 전력이 훨씬 강해졌다. 강점은 뚜렷하다. 아프리카 국가 중 최고 기량을 가진 중원 라인과 순간 속도가 빠른 윙 플레이어다. 골 결정력은 좋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공격수, 노쇠화로 속도전에 약한 우루과이와 반대다.
한국은 우루과이전에서 중원 싸움을 최대한 피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들과 맞상대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영권과 김민재가 롱패스로 뒷공간을 노렸다. 긴 공중볼로 행운을 노리는 과거 한국 축구 스타일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벤투 감독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역습에 집중한 전략은 위협적이었다. 골은 만들지 못했지만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피파23 기준 가나 베스트 스쿼드 평균 능력치는 76.54로 한국 76.72와 거의 비슷하다. 조직력을 제외한 개인 능력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조직력이 강한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가나는 이중국적 선수들의 합류가 오래 되지 않아 조직력이 우리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나의 키플레이어는 '토마스 파티', '안드레 아이유', '아냐키 윌리엄스'다. 토마스 파티는 경계 대상 0순위다. 과거 가나에서 활약한 '마이클 에시엔'과 스타일이 유사하다. 활동량이 매우 많다.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몸싸움 기량도 출중하다. 한국은 중원에서 토마스 파티를 어떻게 대응할 지가 최우선 과제다.
안드레 아이유는 가나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다. 마르세유, 스완지 시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페네르바체 등 유럽 무대에서 오래 활동한 그는 팀의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속도는 예전만큼 위협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빠른 발과 슈팅력을 갖추고 있다. 기회를 주면 언제든 중거리에서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인 만큼 한국 수비진이 항상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강한 몸싸움과 빠른 속도를 지닌 가나도 약점은 있다. 포르투갈전에서 불안한 조직력이 드러났다. 분명 포르투갈 미드필더들은 가나 선수들보다 몸싸움과 속도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해결했다.
피파23 게임에서도 그 약점은 부각됐다. 실제로 가나는 포르투갈 중원의 정교한 빌드업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는 가나의 실책을 이끌어냈다. 가나는 상대 패스를 차단하려고 비효율적으로 체력을 소모했다. 그 결과 후반에는 속도마저 급감해 실수가 잦았다. 결국 고배를 마셨다.
우리의 가나전 승리는 16강 진출과 직결된다. 가나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한국 전략에 맞춰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직력은 단 기간 내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 한국은 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중원만 벗겨내면 수월할 전망이다. 가나에는 '디에고 고딘'과 같은 탄탄한 수비력을 지닌 선수가 없다. 피파23 능력치만 봐도 70 중후반이다. 골키퍼도 약점이다. 아티 지기 능력치가 크게 상승했지만 월드 클래스라 칭하긴 어렵다. 손흥민 기량이라면 충분히 골문을 흔들 수 있다.
안정환 카타르 월드컵 해설위원도 "가나를 잡지 못하면 한국은 끝이다. 되도록 조 1위로 진출해야 한다. 조 2위는 16강에서 높은 확률로 브라질을 만난다. 가나는 개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은 조직력으로 가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 피파23 가나 주요 선수 능력치
토마스 파티(2018년 80 → 현재 84)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나의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척추다. 피파23 기준 가나 대표팀에서 가장 높은 능력치(84)를 자랑한다. 여타 아프리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드리블과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러나 파워는 압도적이다. 느린 속도를 굳건한 신체 피지컬로 극복한 스타일이다. 파워 관련 능력치만 봐도 82.6으로 상위권이다. 피지컬 싸움으로는 한국 선수들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두세 명이 숏패스로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포르투갈전에서도 그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증명했다. 볼 터치 68회, 패스 성공 47회, 태클 4회를 기록했다. 볼 터치 기록은 가나 대표팀 중 가장 높다. 토마스 파티 → 모하메드 쿠두스 → 안드레 아이유 3박자가 가나의 기본 공격 패턴이다. 이러한 활약에도 전문가들은 "그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얼마나 위협적인 선수인지 알 수 있는 평가다.
한국 입장에선 토마스 파티의 패스 경로를 예측해서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가나에는 토마스 파티 외 패싱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없다. 토마스 파티만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면 가나의 공격력은 크게 감소한다.
이냐키 윌리엄스(2018년 81 → 현재 81)
이중국적으로 가나 대표팀에 합류한 이냐키 윌리엄스는 가나의 새로운 공격 카드로 급부상했다. 발이 워낙 빨라 수비 라인을 돌파하는데 능하다. 피파23에서도 속도 능력치가 인상적이다. 가속력 92, 질주 속도 93으로 월드 클래스 수준이다. 손흥민의 가속력(88), 질주 속도(91)보다도 한 수 위니 얼마나 빠른 선수인지 알 수 있다.
이를 상대하는 한국 수비진 속도가 80대 초반이다. 이냐키 윌리엄스에게 전달되는 공을 속도전으로 차단할 확률은 낮다. 신속하게 패스 경로를 파악하고 미리 움직여 맞붙어야 한다.
신장 186㎝로 공중볼 경합도 뛰어나다. 포르투갈 수비진은 그의 속도보다 공중볼 캐치 능력으로 고전했다. 가나의 전술이 공중전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 이냐키 윌리엄스가 공을 터치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1차전 최종 스코어는 3대3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가나전은 이냐키 윌리엄스와 모하메드 쿠두스를 상대하는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안드레 아이유(2018년 77 → 현재 77)
가나 축구 역사상 최다 A매치 출전 기록을 보유한 상징적 존재다. 득점은 24골로 역대 6위다. 한국 팬 입장에선 2015~2016시즌 스완지 시티에서 기성용 동료로 익숙하다. 안드레 아이유 특징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 공격수, 윙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 어느 포지션에 배치해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피지컬과 왕성한 활동력이다. 피파23 능력치만 봐도 점프력, 밸런스, 스태미나가 80 이상이다. 예전만큼 스피드는 발휘하지 못하지만 드리블 능력도 여전히 준수하다.
포르투갈전에서는 여전히 그가 가나 대표팀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0대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8분 동점골을 기록했다. 한국이 방심하면 즉시 승점 3점을 빼앗을 선수이므로 조직적인 수비 대응이 필요하다.
[다크호스] 모하메드 쿠두스(2019년 64 → 77)
대표팀에서 모하메드 쿠두스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포지션인 프로팀과 달리 측면 윙 포워드 혹은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된다. 그는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포르투갈 수비진을 쉽게 파고들었다.
피파23에서도 볼 컨트롤(80)과 드리블 능력치(80)가 돋보인다. 움직임 관련 능력치는 무려 85.6이다. 능력치로만 분석했을 경우 한국 수비진 중에 1대1로 모하메드 쿠두스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2019년 데뷔 당시 64였던 능력치가 어느새 77까지 상승했다. 그의 성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르투갈전 2골도 모두 왼쪽 측면 공격에서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는 모하메드 쿠두스의 돌파력과 안드레 아이유의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 포르투갈 수비진이 어떻게 고전했는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우측 수비가 더욱더 중요해졌다. 우측 측면은 한국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모하메드 쿠두스가 활개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