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점유율 160주 1위를 차지한 당대 최고의 PC 게임

'아이온 클래식'이 오리지널 클래스 '집행자'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꾀한다. 라이브 서버와 다른 행보인 만큼 게이머들은 과거 아이온의 명성을 다시 보여줄까 기대하는 중이다. 

2008년 11월에 출시한 엔씨소프트의 MMORPG '아이온'은 한국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당시 MMORPG 장르에선 블리자드의 대표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지배했는데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서만 양강 구도가 펼쳐졌다.

아이온의 세계관 구도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진영 간 대립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선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면 아이온에선 천족과 마족으로 구분된다. 당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내 종족 대립은 게이머들의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아이온 또한 국내에서 만만치 않은 소속감과 인기를 자랑했다.

아이온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큰 요인은 그래픽과 디자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북미 감성이 담긴 캐릭터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나뉜다. 아이온은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했고 최고 수준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지원했다.

당시 얼굴 생김새부터 체형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향후 출시된 MMORPG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그래픽과 디자인에 싫증을 느낀 MMORPG 팬들이 아이온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뒤지지 않은 콘텐츠 구성과 볼륨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4월 출시한 1.2 버전에서 신규 날개와 함께 선보인 공중전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맛볼 수 없는 아이온만의 시그니처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활강의 재미는 MMORPG를 선호하지 않은 게이머들도 혹하게 만들었다. 향후 엘리온, TL 등 여러 신작들에 들어간 활강 시스템의 유래가 아이온이다.

2010년 5월 2.0 버전 '용계진격'에선 천족과 마족이 서로 요새를 함락시키는 PVP를 선보여 흥행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아이온은 국내 MMORPG 최초 PC방 게임 순위 100주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기록했다.

2011년 11월 3.0 버전에선 하우징 시스템 등 전투 외 MMO 콘텐츠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탑승물로 답답했던 이동속도를 개선하고 입문자들이 상위 콘텐츠를 이전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레벨 상한선을 60까지 상향한 것이 호응을 얻었다.

2012년 12월 4.0 버전서는 신규 클래스로 '사격성'이 최초 등장했다. 당시 아이온은 PC방 점유율 16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유지했다. 이후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게 1위를 내줬으나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과 함께 여전히 PC방 점유율 상위권을 수성해 엔씨소프트 PC 게임의 전성기를 이어나갔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의 인기 반등을 노리기 위해 2013년 '음유성'과 '기갑성'을 잇달아 출시했다. 2014년에는 '마스터 서버'를 오픈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처럼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캐릭터 성장과 콘텐츠를 옛 감성에 맞춰 제한된 스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독 서버 개념이었다.

이에 따라 마스터 서버는 신규 클래스를 생성할 수 없고 50레벨까지만 육성할 수 있다. 기존 서버와의 차별성을 위해 PVP를 활성화시킨 것에 호평이 자자했다.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아이온이 추구했던 필드 전투 이용률이 대폭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는데 마스터 서버에서 필드 PVP를 한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월 정액제에서 부분 유료화로 전환했다. 무료 변경 자체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나 이 과정에서 변신 시스템과 각성수 등의 과금 요소가 발생했다. 물감으로 공격하는 '채화성'은 독특한 스타일로 관심을 끌었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와 강력한 화력으로 좋은 효율을 발휘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후 본 서버에는 폭풍의 땅 용계, 천상 무기 컬렉션, 실렌테라 비밀의 검, 아프시란타, 군단 교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원동력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게임이라도 서비스를 오래 지속하면 신선함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팀은 각종 업데이트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해왔다. 이 과정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유저들은 등을 돌린다. 특히 MMORPG는 장르 특성상 그 양상이 더 빨리 찾아온다. 국내 최고의 MMORPG로 칭송받던 아이온도 이 과정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새로운 요소가 대거 도입된 아이온은 초창기 재미와는 사뭇 달랐다. 종족 대립보다 PVE에 치중되고 스펙 관련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흥행을 기록하자 아이온 유저들도 '클래식'을 간절히 염원했다. 과거 아이온에 대한 그리움이 나날이 커져갔다.

마침내 팬들의 염원이 이뤄졌다. 2020년 11월 11일 출시된 아이온 클래식은 초창기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클래식의 인기는 전성기 못지 않았다. 과거 전성기를 기억하며 유저들이 몰렸다. 특히 PVP의 재미를 극대화한 덕분에 PC방 점유율도 4위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아이온 클래식은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하진 않았다. 10년 지난 게임인 만큼 최근 감성에 맞춰 편의성과 콘텐츠를 일부 개선했다. 과거 추억에 거슬리지 않는 선을 잘 지킨 덕에 유저들은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클래식으로 즐기니까 재밌네", "클래식으로 연락만 했던 과거 레기온 지인들과 재밌게 즐기고 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유저 소통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아이온 클래식은 기존 개발자 노트와 함께 이용자 의견을 접수하는 데바노트,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밸런스 연구소 등 소통 채널를 확장 중이다. 지난 10월 18일에는 서비스 최초 라이브 소통 방송 7979로 이용자와 마주했고 진솔한 답변과 향후 업데이트로 유저들의 응원을 받아냈다.

이번 소통 방송에서의 기대 포인트는 '라이브 서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것이다. 클래식 버전은 기존 콘텐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만큼 업데이트가 진행될수록 라이브 서버의 모습을 뒤따라간다. 아이온 클래식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라이브 서버에 없는 신규 클래스 등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첫 단추는 신규 클래스 '집행자', 신규 던전 '텔로스', 캐릭터 밸런스 조절이다. 집행자는 날개를 찢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는 클래스다. 아이온 클래식이 내세우는 PVP의 재미를 확장한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 클래스들과 동일하게 천족과 마족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비행과 전투 패턴 또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텔로스는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인스턴스 던전이다. 이곳에서 성장하면서 집행자의 성장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텔로스와 함께 진영전이 강조되면서 다소 소외된 레기온 기능을 강화된다. 또한 제작으로 공성 병기를 개발하거나 미션으로 공통 버프 등을 획득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숨겨진 이야기를 콜렉션할 수 있는 스토리북 기능도 기대감을 높였다.

신규 콘텐츠와 함께 밸런스 조정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개발팀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온 클래식은 2.4 버전까지 밸런스를 조정하지 않았다. 이전 버전을 그대로 유지해 잊었던 과거의 플레이 감각을 되살리겠다는 의도였다. 그 기간을 충분히 제공했다는 판단한 만큼 수호성, 검성, 살성, 마도성, 치유성, 호법성, 정령성 상향을 시작으로 순차적 밸런스 조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이온의 여정은 클래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브 서버, 클래식 버전을 선보인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재구성한 '아이온2'를 준비 중이다. 아이온2는 '아이온 템페스트'로 알려졌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18년 엔씨 디렉터스 컷 행사에서 최초 공개됐다. 아이온2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지만 천족과 마족이 없는 세계관이 이목을 끌었다. 또한 모든 지역에서 가능한 활강, 자신이 직접 그려 이동하는 바람길, 다이나믹 퀘스트, 레기온 하우징, 해저 도시, 수중 탐사, 플렉시블 웨폰, 거신병, 다른 서버로 넘어가는 월드 시공의 균열 등의 특징도 주목 포인트다.

엔씨소프트 측에 따르면 내부 테스트 결과의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또한 "새로운 세력에 대한 침략과 사수 그리고 모험 등 '아이온'의 꿈을 모바일에서 다시 그려보고자 한다"면서 '아이온2'에 기대감을 표했다.

이렇게 아이온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삼중주를 동시에 연주하고 있다. 과거에만 머물렀던 아이온 클래식의 변화는 마치 평행세계처럼 라이브 서버와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여기에 아이온2가 아이온이라는 IP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전망인데 아이온의 새로운 도전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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