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도색이 백미…마니아 장르에 필요한 킬러 콘텐츠 보강 필요

신작 '문브레이커'는 크래프톤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지난 2021년 크래프톤은 5억 달러(당시 약 586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심해 생존게임 '서브노티카' 개발사로 유명한 언노운월즈를 인수하며 배틀그라운드에 이은 글로벌 히트작을 준비했다.

문브레이커는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함께 크래프톤의 개발력과 퍼블리싱 역량을 글로벌적으로 알릴 주역으로 평가 받아왔다. 경쟁 MMORPG에 지쳐가고 독창적인 게임에 목말라 있는 많은 유저들이 문브레이커에 큰 기대를 걸었다. 턴제 전략 게임은 다소 마이너하지만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기자 역시 턴제 전략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로서 출시일을 기다렸다.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스팀 얼리 액세스 출시 후 직접 플레이를 해보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동일 장르의 기존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미니어처 감성이 가득하다는 것은 눈길을 끌었지만 독창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분명 재미는 있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의 신선함은 받지 못했다.

오랜만에 나온 턴제 전략 게임 신작인 만큼 꽤 오랜 시간동안 즐겨봤다
오랜만에 나온 턴제 전략 게임 신작인 만큼 꽤 오랜 시간동안 즐겨봤다

 

장르 : 미니어처 턴제 전략
출시일 : 2022년 9월 29일 (얼리 액세스)
개발사 : 언노운 월즈

플랫폼 : PC 

■ 미니어처 게임과 CCG의 찰떡 궁합

문브레이커 실제 인게임 플레이 모습 
문브레이커 실제 인게임 플레이 모습 
워해머 40K: 배틀섹터 인게임 화면 

문브레이커는 크게 '워해머'와 '하스스톤'에 많은 영감을 받은 게임이다. 이는 찰리 클리블랜드 언노운월즈 대표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직접 해보니 확실히 두 게임의 분위기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워해머 40K: 배틀섹터'와 유사하다.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부대 배치 및 이동시키며 수 싸움을 하는 방식이다. 차이점은 부대를 이미 편성하고 전투를 치르는 방식이 아니란 사실이다. 하스스톤처럼 매 턴마다 총량이 1씩 증가하는 '신더'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개체수를 늘려간다. 

하스스톤, 매직 더 게더링, 섀도우버스 등 다수의 CCG 게임이 사용 중인 마나 시스템
하스스톤, 매직 더 게더링, 섀도우버스 등 다수의 CCG 게임이 사용 중인 마나 시스템
문브레이커는 신더라는 이름으로 마나 시스템을 채용했다. 
문브레이커는 신더라는 이름으로 마나 시스템을 채용했다. 

신더라는 자원에서 볼 수 있듯 하스스톤과 같은 CCG 장르 게임들의 특징을 접목시켰다. 하스스톤의 '덱'처럼 문브레이커는 '부대 편성'을 해야 한다. 편성 점수 상한은 없으며 원하는 유닛을 최대 10개까지 넣을 수 있다. 각 유닛 소환에 필요한 신더의 양은 다르다. 

하스스톤을 비롯한 마나를 소모하는 카드게임의 덱메이킹 이론인 '마나 커브'도 그대로 적용했다. 마나 커브란 덱에 들어갈 유닛(카드)을 필요 비용에 따라 구성함으로써 각 턴마다 마나를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덱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까지 문브레이커를 플레이해 본 바로는 밸런스가 중요했다. 만약 게임이 더 세분화되고 고도화된다면 하스스톤의 어그로 덱처럼 저비용 유닛을 빨리 뽑아 전장 우위를 점하거나 빅 덱처럼 초반에 수비하고 후반 고비용 유닛으로 승부를 보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스스톤의 카드 코스트처럼 유닛 배치 시 신더가 소모된다 
하스스톤의 카드 코스트처럼 유닛 배치 시 신더가 소모된다 
함교의 유닛이 다 떨어지게 되면 코스트를 지불하여 보충해야 한다 
함교의 유닛이 다 떨어지게 되면 코스트를 지불하여 보충해야 한다 

덱을 적절하게 구성했다고 원하는 콤보를 바로 쓸 수 있지 않다. 카드 게임이 카드를 뽑아야 쓸 수 있는 것처럼 문브레이커도 이와 유사하다. 바로 '함교' 시스템이다. 카드게임으로 치면 '패(핸드)'다. 

함교에는 게임 시작 시 덱을 구상한 유닛 중 무작위 3종이 함교에 포함된다. 플레이어는 이 함교에 있는 유닛만 신더를 사용하여 배치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카드 게임은 매 턴 시작 시 '드로우'를 통해 패를 보충한다면 문브레이커는 그렇지 않다. 함교 보충에는 신더 3개가 비용으로 든다. 즉, 드로우를 하기 위해 마나가 소모된다는 뜻이다. 

문브레이커의 그랩은 적을 당기거나 아군을 끌아올수도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
문브레이커의 그랩은 적을 당기거나 아군을 끌아올수도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

전략적 요소는 풍부하다. 유닛마다 고유한 스킬이 존재하여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을 끌어당기거나 밀쳐낼 수 있고, 아군을 치유하거나 상대 유닛에게 광역 공격을 퍼붓는 등 다양하다. 사용 시 코스트 배분도 중요하고 상대의 스킬을 알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드 게임과 비슷하게 운이 많이 개입된다. 지형지물과 거리에 따라 명중률이 달라지는 '다이스(주사위)' 시스템이 존재한다. 랜덤 요소는 게임을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준다. 명중률 99%의 상황에서 1% 확률로 빗나가 패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실력은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에 나온다. 

유닛은 이동거리 제한만 있을 뿐 사정거리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유닛은 이동거리 제한만 있을 뿐 사정거리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전장에 있다. 문브레이커는 기존 바둑판 모양의 그리드 위주 전투 방식을 탈피했다. 각 유닛은 이동거리 제한만 있을 뿐 사정거리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획일화된 전투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도 높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 도색에 너무 많은 힘을 썼다

도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발사 언노운월즈는 문브레이커의  독특한 콘텐츠로 도색을 꼽았다. 자신의 유닛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기능이다. 미니어처를 직접 조립하고 색칠하는 것이 미니어처 보드게임의 핵심인데 문브레이커 역시 '플레이 하비' 감성을 강조하면서 도색 콘텐츠를 디테일하게 구현했다. 

도색 작업은 체계적으로 구분된다. 미니어처 도색을 시작하면 페인트, 브러쉬, 스티플 등 다양한 도색 도구가 있으며 채색 범위부터 투명도까지 조절하면서 자신의 유닛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다. '되돌리기' 기능과 자동 마스킹도 지원한다.

클리블랜드 대표는 "과장 보태 도색이 게임의 절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니어처 게임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브레이커가 앞서 말한 것처럼 도색 디테일에 신경 쓴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츠 분리를 통해 더욱 디테일하게 도색할 수 있다 
파츠 분리를 통해 더욱 디테일하게 도색할 수 있다 

도색을 하고 있으면 몰입감이 상당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기자는 미대에 진학할 만큼 무엇인가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문브레이커의 도색 콘텐츠는 마음에 쏙 들었다. 도색을 통해 개성 있는 미니어처를 제작하여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방식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턴제 전략 게임'에서 전투보다 도색이 재밌는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른바 본말전도다. 도색은 잠시 쉬어가는 콘텐츠일 뿐 주류로 올라오기 어렵다. 도색이 정말 재밌으면 문브레이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테니 말이다. 턴제 전략 '전투'를 좋아하는 게이머 입장에선 킬러 콘텐츠보다 도색에 너무 많은 힘을 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확실한 킬러 콘텐츠 확보가 시급하다

샤드바운드 인게임 플레이 모습 - 이미지 출처 : 스팀
샤드바운드 인게임 플레이 모습 - 이미지 출처 : 스팀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을 지향하는 문브레이커의 인게임 유닛과 각종 오브젝트는 보드게임의 기물을 보는 것 같다. 미니어처 감성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긴 하나, 최근 이런 감성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 거의 없어서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끌 뿐 오래 붙잡을지는 미지수다. 턴제 전략 게임으로서 문브레이커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생각했을 땐 마땅한 답을 떠오르지 않는다. CCG 장르의 특징과 미니어처 게임 구조의 결합은 해당 장르를 잘 모르는 게이머에게는 유니크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듀얼리스트', '샤드바운드', '워밴드' 등처럼 문브레이커와 유사한 시스템 기반의 게임을 해본 유저에게는 익숙할 뿐 신선하지 않다.  

듀얼리스트 인게임 플레이 모습 - 이미지 출처 : 스팀
듀얼리스트 인게임 플레이 모습 - 이미지 출처 : 스팀
워밴드 인게임 플레이 모습 - 이미지 출처 : 스팀

문브레이커만의 독특한 감성의 그래픽을 제외하면 어디선가 해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대중적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개성이 없다. '미니어처'와 '턴제 전략' 모두 대중적이라기보단 마니아 장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현재 턴제 장르 게임을 주름잡고 있는 굵직한 게임을 내버려두고 과연 문브레이커를 할 이유가 있을까. 어디선가 많이 본 시스템들이 혼재된 느낌으로 뚜렷한 '강점'을 찾기 어려웠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는 말처럼 해당 장르의 유명 시스템이 대부분 들어가 있지만 새로운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장르의 후발주자라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게임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포인트가 경쟁력이다. 그래야 하고 있는 게임에서 신작으로 유저가 이동할 테니 말이다. 가령,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글로벌 대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던전앤드래곤, 엘더스크롤 등 당시 유명 RPG의 장점을 흡수하고 '대규모 레이드'라는 플러스 알파를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브레이커에는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재미가 없는 게임은 아니다. 문브레이커만의 분명한 재미가 있다. 다만, 마니아층 확보가 중요한 장르에서 신선한 게임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 시스템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가다듬은 완성도 높은 게임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유저를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얼리 액세스 단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추가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편의성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발전 가능하다. 디테일을 가다듬고 정식 출시 때까지 문브레이커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장점

1. 미니어처 게임만의 독특한 감성을 게임에 잘 녹여냈다
2. 하스스톤 등의 익숙한 방식을 사용해 신규 유저가 적응하기 쉽다  
3. 도색으로 개성 있는 미니어처를 제작,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단점

1. 기존 장르의 게임과 차별화되는 참신함이 부족하다
2.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편의성 등 디테일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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