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와 스프 공식 트레일러

"혹시 '랜선 집사'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터넷 선을 의미하는 '랜선'과 반려 동물을 모시고 산다는 뜻의 '집사'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털 알러지 등 여러 사정으로 반려 동물을 직접 키우지는 못하지만 인터넷 상으로나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반려 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이미 대중화되었지만 지금도 입양을 망설이는 분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의 반려 동물 관련 콘텐츠 열풍은 랜선 집사들의 대리만족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랜선 집사의 일원으로서 인터넷을 떠도는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사진을 저장하는 것이 취미인데요.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 평생 직접 키우지는 못하겠지만, 화면 너머로나마 작고 소중한 동물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아무 것도 안 해도 꼬물꼬물 움직이는 고양이를 볼 수 있다는 게임이 있다지 뭡니까. 역시 고양이 없어서 서러운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니었던 거예요. 커뮤니티에서 '고양이와 스프' 추천글을 본 순간 제 손은 무의식적으로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불가항력이었어요.

 

■ 일은 고양이가 하고, 돈은 집사가 번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스프를 만든다냥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스프를 만든다냥
- 집사는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이나 찍으라냥
- 집사는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이나 찍으라냥

게임을 시작하면 흰 고양이가 열심히 스프를 젓고 있습니다. 튜토리얼이 하라는 대로 당근 써는 시설을 설치하면, 갑자기 밤하늘에서 별똥별이 반짝 떨어져요. 지상에 불시착한 별의 정체는 새로운 고양이로, 떨어지자마자 새로 설치한 시설에 들어가 당근을 쫑쫑 썰기 시작합니다. 단 한 마디 말도 없이요.

게임은 이게 전부입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스프를 끓이고, 주스를 갈고, 야채를 볶는 등 요리는 고양이님이 알아서 해 주시는 거예요. 집사는 그저 고양이들이 바쁘게 일하고 알차게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레시피를 떠올리는 것을 구경만 하면 됩니다.

고양이들이 무심하게 툭툭 대령하는 요리들을 재깍재깍 팔아주면 돈을 빨리 벌긴 하겠지만, 그게 다예요. 가끔 낚시로 고양이에게 조공할 간식을 마련하거나,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는 정도가 집사의 할 일입니다. 심지어 자주 요구하지도 않아요.

현실에서도 고양이님을 모시는 집사의 역할이야 기실 제때 밥 대령하고, 화장실 치워주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는 정도니 제법 잘 반영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내킬 때 재롱부리는 것처럼 그러고 싶을 때 집사를 위한 선물을 던져주는 것도 비슷해요.

고양이 카페같은 곳을 가도 직접 간택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멀찍이서 감상만 하다 돌아오잖아요? 비록 액정 너머라 감촉을 느낄 수 없지만, 귀여움을 감상한다는 측면에선 꽤 유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 귀엽고 손 타지 않는 현대인 최적화 랜선 고양이 

-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히고 고양이의 마이룸을 꾸며줄 수 있다
-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히고 고양이의 마이룸을 꾸며줄 수 있다
- 고양이 숲의 낮과 밤
- 고양이 숲의 낮과 밤

왜 랜선 집사를 택하겠습니까? 가장 흔한 이유는 주거 환경을 비롯한 경제적 여건이겠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바쁜 나머지 반려 동물을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설령 지금 키울 만한 상황이 충족된다고 해도, 반려 동물의 기대 수명이 최소 10년에서 15년인 만큼 후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입양을 망설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고양이와 스프는 그런 점에서 랜선 집사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집사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고, 무엇도 책임질 필요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방치형 게임이기 때문에 접속 시간을 강제하지도 않습니다. 여유가 될 때 접속해서 귀여운 고양이들이 열심히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해요.

방치형이지만 엄연히 게임이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제때 팔아준다든지, 생산 시설이나 레시피를 업그레이드 한다든지 하는 소소한 퀘스트가 존재하긴 합니다. 그러나 생산시설, 레시피 추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추천 탭에 뜨는 버튼을 꾹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물론 AI 추천인 만큼 골드를 최적 효율로 벌지는 못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 게임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개발사도 왜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옷 입히기 기능과 방 꾸미기 기능 때문이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레시피로 옷과 모자, 장신구 등을 제작하고 고양이에게 입혀줄 수 있어요.

부가 효과가 존재하긴 하지만, 제작 만으로도 즉시 모든 고양이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효과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원하는 옷을 마음대로 입혀주면 됩니다. 꾸민 고양이와 어울리도록 마이룸의 인테리어도 바꿀 수 있고요.

옷 입히기 기능과 방 꾸미기 기능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아요. 그냥 꼬까옷을 입은 고양이가 귀엽고 보는 자기만족이 전부입니다. 마음에 드는 고양이에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고, 옷에 어울리도록 방을 예쁘게 장식하면 보는 것만으로 뿌듯하고 마음이 훈훈해지잖아요. 그거면 충분하죠.

화창하게 밝은 숲에 서서히 어스름이 드리우고, 별이 쏟아질 듯 반짝거리다가, 가끔씩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도 하는 고양이 숲의 정경을 가만 지켜보고 있으면 절로 감성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눈이 피로하지 않은 파스텔 색감의 아기자기한 그래픽,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잔잔한 배경 음악도 게임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려요.

이 게임이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플레이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확실히 고양이와 귀여움의 조합은 여심 저격 치트키이긴 합니다. 고양이와 스프 서비스 기업인 네오위즈에 따르면 고양이와 스프 유저 중 여성 비중은 70%에 이릅니다. 

네오위즈에 여성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물어봤어요. 네오위즈는 "동화같은 일러스트와 귀엽고 다양한 고양이 캐릭터, 별도의 경쟁 요소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어필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할 수 있고, 고양이의 이름을 짓거나 외모를 꾸미는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어요. 

 

■ 랜선 고양이 키우는 데도 댓가가 많이 필요하네

- "게임 반, 광고 반" 정말 이 말이 가장 어울렸다
- "게임 반, 광고 반" 정말 이 말이 가장 어울렸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내내 아쉬웠던 건, 대체 광고를 언제까지 봐야 하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방치형 게임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이런 장르의 게임은 광고를 통해 주로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와 스프는 피로감이 심했어요.

요리 속도를 증가시키는데도, 항아리 정령에게서 보상을 받을 때도, 하다못해 고양이가 준 선물 상자를 열 때도 광고를 봐야 합니다. 보상을 적게 받으면 상관 없는 것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구 재화 양이 생산 시설과 레시피 업그레이드로는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봐야 해요. 

개발사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광고 스킵 기능을 따로 판매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광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서 계속 똑같은 광고만 반복해서 나오는 데다, 어떤 광고들은 30초는 커녕 1분을 그냥 잡아먹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내내 광고 스킵 기능 구매하라고 강요받는 느낌이었어요.

광고 스킵 기능 뿐만 아니라 시즌 한정 고양이 옷과 펫, 시설 스킨, 패스를 통해서만 배포하는 옷과 가구를 얻기 위한 프리미엄 패스도 따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금액들까지 합산하면 방치형 게임 치고는 과금 부담이 제법 큰 편입니다.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와 닿는 점이 조금 아쉬웠네요.

이렇게 느낀 건 저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유저들 또한 "게임은 참 마음에 드는데 광고 때문에 아쉽다", "광고만 아니면 인생 게임이었을듯", "내가 광고를 보는지 게임을 하는지 모르겠다", "방치형 게임이 어지간한 대작 콘솔 게임만큼의 과금을 강요한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 어쨌든 귀여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 천구의를 바라보는 빵실하고 치명적인 뒷태 / 고양이 별에서 막 떨어진 천사의 모습
- 천구의를 바라보는 빵실하고 치명적인 뒷태 / 고양이 별에서 막 떨어진 천사의 모습

흔히 예쁘지만 별 쓸모 없는 물건들을 '예쁜 쓰레기'라고 합니다. 작고 귀엽고 예뻐서 언젠간 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쟁여뒀지만 책상 한 켠에 장식되는 것으로 쓸모를 다하는 물건들을 의미하죠. 제품의 성능보다 디자인에 힘을 준 '감성값' 제품들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모든 소비가 다 그런 것 같아요. 실제 효용은 차치하더라도, 당시의 내가 그 구매에 만족스러웠다면 그만인 거죠. 혹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 되묻겠지만, 요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실체적 요소보다 구매자의 행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마다 행복의 역치나 체감은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그래봤자 고양이 그래픽이 움직이는 게 전부인 게임"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랜선 집사의 입장에선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일단 귀엽잖아요. 고양이는 귀여운 걸로 존재의의를 다한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랑뽀작한 고양이들이 화면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분들, 나만 고양이 없어서 손수건을 물어뜯으며 울분에 차셨던 분들,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시는 분들께. '고양이와 스프'를 추천드립니다. 취향에 맞는다면 정말 재밌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게임을 이끄는 네오위즈 이승엽 PM에게 유저들께 전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어요. 이 PM은 "평소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거나 키우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고양이와 스프가 더 많은 이용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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