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긴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투게더’는 동화 풍의 가상세계 ‘카이아 섬’을 배경으로 전 세계 친구들과 다양한 미니게임과 취미생활 등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다. 지난해 4월 정식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1억 다운로드, 일 사용자 수(DAU) 400만명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플레이투게더’에서는 유저가 직접 ‘마이홈’에서 집안의 배경음악을 선택해 바꿀 수 있다. 곡을 검색하다보면 곡 제목 옆에 ‘RPM’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RPM은 음악을 제작한 ‘롤리폴리뮤직’을 뜻한다.
롤리폴리뮤직은 ‘플레이투게더’의 모든 음악과 효과음, 사운드를 제작한 회사다. 이 게임을 위해 제작된 배경 음악만 30여 곡에 이른다. 이 회사의 조원재 대표는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 게임 음악을 만들어 온, 한국 모바일 게임 음악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음악 작곡 경력만 20년인 베테랑 음악인이다.
그는 ‘플레이투게더’에 대해 “초반에 콘셉트에 관해 담당 PD분과 엄청나게 많은 의견을 나누며 방향성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며 “아무래도 대작 게임들은 게임사 내부에서 직접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오긴 쉽지 않아서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더불어 유저들이 ‘플레이투게더’ 음악에 대해 계속 피드백을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이 음악을 만든 사람으로서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조원재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하드록과 프로그레시브록 음악에 열광했던 록 마니아였다. 베이스를 배우면서 또래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이후 MIDI를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곡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겠다고 사람들을 모아 지하 골방에서 작업실을 만들었다”며 “당시 학교가 끝나면 주말이나 저녁에 밤을 새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각종 BGM과 CF 음악 작업을 주로 했다고 한다.
입대 이후에도 군부대 간부들을 설득해 작은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는 “회식이나 행사 때 불려나가 노래 반주를 하는 정도였지만, 군 생활의 피난처 같은 역할을 했다”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대 후 조원재 대표는 다른 가수들의 앨범을 제작했다. 하지만 당시 IMF가 터지면서 야심차게 프로듀싱 한 2장의 앨범이 자금난으로 무산됐다. 그는 “작업실도 해체되고 많이 지친 상태였는데, 먹고는 살아야 해서 벨소리와 노래방 음원을 만드는 회사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피처폰용 야마하 음원칩과 적용하는 모듈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며 매일 음원을 만들었다.
그는 “그때 지인이 피처폰 게임을 만들고 있었는데, 게임 사운드를 도와달라고 했다”며 “원래 게임을 좋아했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포켓스페이스 등 초창기 피처폰 회사들과 외주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때 컴투스에서 내부 사운드 팀을 만들기로 하고 조원재 대표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스스로 게임 쪽 감성에 더 맞는 것 같아 합류하기로 결정했고, 그게 본격적으로 게임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덧붙였다.
과거 피처폰은 대부분 야마하의 음원칩이 내장돼 있었다. 음원칩의 모듈과 툴을 이용해야만 피처폰용 음원을 만들수 있었다.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제약이 무척 심했던 시절이었다. 조원재 대표는 “처음에는 모든 제약들이 스트레스였는데, 그렇게 제한된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작업 물을 뽑아내는 것이 묘하게 성취감이 들었다”며 “8비트 레트로의 감성 같았다”고 회상했다. 피처폰은 계속 발전했어도 내장 스피커는 열악한 상황이라, 악기 소리들이 묻히지 않게 해당 주파수 대역을 매칭시키는 작업도 해야 했다. 그는 피처폰에 사용되는 스피커만 따로 분리해, 사운드 모니터 용으로 사용하면서 음원을 만들었다.
초창기 컴투스에서 나왔던 게임 음악 중에서는 ‘아이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는 “출시한지 15년 이상이 됐고 아직까지도 서비스 중인데, 유저들이 BGM을 너무 좋아해 주셔서 커버 연주도 많이 올려주셨다. 정말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컴투스의 RPG 시리즈인 ‘이노티아 연대기’를 비롯해 ‘컴투스 프로야구’, ‘붕어빵 타이쿤’, ‘포춘 골프’ 등 다양한 캐주얼 게임들의 음악들을 작업해왔다. 컴투스 퇴사 이후에도 여러 게임들의 사운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중 원더피플의 ‘프렌즈마블’이 외주업체 입장에서는 처음 흥행한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글로벌 순항 중인 ‘플레이투게더’도 애착이 가는 게임이다.
조원재 대표는 작곡가이지만 특이하게 잠시 게임 개발팀에서 PD 업무를 본 적도 있다. 리듬게임을 만들 때 기획 및 PD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됐다. 그는 “덕분에 게임 사운드뿐만 아니라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개발팀을 이해하고 고민을 같이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게임 음악을 만들 때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게임 PD나 기획자가 어떤 콘셉트로 큰 틀을 짜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전체 디자인과 구현된 느낌들을 사운드 관점에서 조율하는 것이 제일 우선인 것 같다”며 “이 부분이 합의되지 않으면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사운드가 다른 사운드와 차별되는 부분은 유저와 게임의 인터랙션”이라고 전했다. 유저의 리액션과 위치, 특정 상황에서 발동되는 사운드 등은 다른 미디어의 사운드와 구조가 다르다. 스마트폰의 출력 특성도 함께 고려를 해야 한다. 그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영화 작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다”며 “기술적인 스킬과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계속된 피드백과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롤리폴리뮤직 조원재 대표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게임 사운드를 오래 해왔지만, 꾸준하게 더 오래도록 작업했으면 좋겠다”며 “게임음악, 사운드를 하면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장르나 콘셉트별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음악을 만들다가, 비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들다가, 신나는 록 음악을 만들다 보면 밤을 새워도 그 순간이 그냥 즐겁습니다. 좋은 개발팀과 협업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죠. 거기에 그 게임이 잘 되고 유저들도 같이 좋아해주면 그것에 만족합니다. 한국 게임 업계의 모든 분들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