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로 부캐로 등장한 유재석. 사진=MBC 캡처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로 부캐로 등장한 유재석. 사진=MBC 캡처

우리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나 행아웃(Hangouts)으로 미팅을 하고 기업용 메신저나 카카오톡, 이메일 그리고 전자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일을 하고 있다.

또 대부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인터넷뱅킹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한다.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사회·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초세계, 메타버스가 이미 우리 삶의 영역에 스며들어왔다는 증거들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정치·사회·경제 문제로 현실세계가 점점 더 어렵고 힘들어지는 사이, 현실과 유사하지만 근사하고 완벽한 초세계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초세계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틀을 깨뜨려줄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지 않아질 전망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즉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대에 초세계는 인간관계나 만남, 일을 하는 방식, 사회활동 등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IT기술을 통해 점점 더 일상의 지루한 요소를 자동화하려 한다. 마트에 가서 가정용 일상용품을 구매하는 일, 음식을 만드는 일, 청소하는 일 등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세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객체로서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여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같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진짜일까? 우리는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좀 더 잘 나온 연출 샷을 올린다. SNS 속 우리의 모습은 실제 우리의 모습과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 현실보다 가짜의 현실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도 모른다. 진짜를 넘어서는 가짜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진짜보다 더 가치 있는 가짜, 초세계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는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가 공존한다. 인간은 2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원초아와 초자아,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와 페르소나 역시 사적인 나와 공적인 나를 구분한다.

즉 ‘나’는 사회적으로 참여하고 인정받고 싶은 ‘나’와 개인 공간에서의 은밀하고 사적인 ‘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하면 결핍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 2개의 ‘나’ 사이에 균형이 성립되어야 한다.

인간은 지금까지 상호성의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자신의 본능을 감추고 사회 안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혼자가 아니고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초세계’는 사회공동체가 곧 나 자신이었던 시대에서 나 자신이 곧 세상인 시대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조직 속에 나를 적당히 숨기던 시대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놓은 시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본질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메타버스 시대를 한 발짝 더 앞당겼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 일하고 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비대면 언택트 시대! 그 안에서 메타버스는 우리가 직접 접할 수 없는 현실세계를 대체하는 돌파구로 등장한 것이다.

메타버스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 MZ세대는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오프라인보다 SNS 같은 온라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 인기 있는, 유재석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부캐’ 개념이 지닌 ‘멀티 페르소나’ 특성도 MZ세대와 잘 맞는다. MZ세대들은 아바타라는 부캐로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에 거부감이 덜하다.

MZ세대들은 구직난에 힘들어하고 멈출 줄 모르는 집값 폭등에 상심한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 가상세계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하고 현실과 다른 부캐로 살아가는 걸 즐긴다. 기존 세대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자아가 분리되는 것을 싫어하지만, MZ세대는 부캐가 자신과 똑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부캐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하다.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평행세계는 평행우주(平行宇宙, Parallel Universe) 개념을 기반으로 한, 같은 시간에 공존하는 다른 세계를 뜻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다. 디지털 트윈이나 메타버스는 일종의 평행세계다. 두 세계 모두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우리가 만든 부캐처럼 다른 세계를 만든다. 

내면의 아이덴티티와 남들이 보는 평판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싶은 욕망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내면의 아이덴티티는 본능에 충실하며 감정적이고 자기애가 강하다.

반면 평판은 이성적이고 이타적이며 타인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심리에 기댄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본능에 충실한 자아와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초자아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행위다.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하고 기존 기술을 고도화한다. 우리는 초세계를 향해 한발 한발 움직이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하나씩 모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정치·사회·경제 문제로 현실세계는 점점 더 어렵고 힘들어지는 사이, 현실과 유사하지만 더 근사하고 완벽한 메타버스의 초세계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물리적·시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나(아바타)’가 되어 사회·경제·미래 걱정 없이 현실세계의 ‘메타포’를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글쓴이=안병익 식신 대표

안병익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과학 박사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SEIT과정을 수료했다. KT 연구원에서 전자지도를 연구하고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위치기반서비스)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하여 코스닥에 상장하였다.

2010년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하였고, 푸드테크 기업 ‘식신 주식회사’를 창업하여 맛집정보 앱 ‘식신’과 모바일식권 ‘식신E식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2021년 물리공간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코리아’를 시작했다.

저서로는 소셜네트워크와 복잡계 현상을 다룬 ‘커넥터-세상을 지배하는 힘’과 ‘Meta Universe 초세계-새로운 세상을 꿰뚫는 지혜4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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