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서 작품의 표지가 갑작스럽게 교체되며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문피아 내부의 젠더 갈등으로 번지며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중이다.

사건은 지난 21일, 웹소설 ‘아카데미 검은머리 외국인’의 표지를 문피아 측이 수정을 하면서 벌어졌다. ‘아카데미 검은머리 외국인’은 일본 라이트노벨의 클리셰를 비트는 콘셉트의 작품이다. 이에 따라 표지 역시 일본 라이트노벨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제작된 표지는 이미 독자들에게 공개된 상황이다. 하지만 문피아 측이 여성 캐릭터의 가슴 크기와 다리 부분을 수정하고, 일러스트 작가의 이름도 삭제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표지에 있던 일본어도 삭제됐다. 문피아가 내세운 수정의 이유는 ‘유통 상의 문제’로 전해졌다. 하지만 작가와 독자들은 “캐릭터의 노출이 심하지 않음에도, 명확한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검열했다”며 반발했다.

또 문피아가 그 동안 내세워온 ‘작가 친화적인 플랫폼’의 모습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표지부터 작품이 검열 된다면 개성 있는 작품을 쓸 수 없다는 이유다. “네이버의 입김 때문에 문피아가 검열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검열을 두고 문피아 게시판에는 수천건의 항의글이 올라왔으며, 회원 탈퇴를 선언한 독자들도 생겨났다. 논란은 페미니즘 문제로까지 번졌다. 사이트에는 ‘SSS급 페미헌터’라는 작품이 등장, 무료 웹소설 1위에 올랐다. 검열 논란에 화가 난 다른 작가가 항의 차원에서 글을 쓴 것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문피아 측은 진화에 나섰다. 22일 문피아 측은 공지를 올리고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피아 측은 “전 플랫폼에 서비스되는 콘텐츠인 만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것을 고려한 전반적인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미숙함으로 인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젠더 이슈로 커진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전적으로 문피아의 대응 잘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근 강화된 인터넷내용 등급서비스(노출에 대한 세부 등급기준)와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기준(청소년 유해간행물 심의기준) 등에 의해 이미 수년 전부터 문피아는 향후 문제가 생기지 않는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건 또한 그런 고민의 일환이었으나, 뜻하지 않게 작가님과 독자님께 큰 심려를 끼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식 사과문 이후에도 이용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과는 했지만 문제가 된 표지의 수정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2012년 설립된 문피아는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월 평균 페이지뷰는 1억 회 이상이다. 등록된 작가 수는 4만 7000여명에 달한다. 최근 네이버가 문피아 인수전에 뛰어들어 콘텐츠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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