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근 넥슨 게임 디자이너가 10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NDC)에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준비했던 과정과 고민을 공유했다.

‘듀랑고’는 넥슨 왓스튜디오가 개발, 2018년 출시한 모바일 MMORPG다. 섬 단위의 자연 맵을 탐험하면서 재료를 모아 아이템을 제작하고 공룡과 전투하는 샌드박스 게임이다. 참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으나, 2년이 안된 시점인 2019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 종료 당시 온라인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엔딩을 제공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둔 게임으로 평가된다.

오 디자이너는 “어떤 게임이든 서비스 종료를 원하는 게임은 없다. 듀랑고 역시도 서비스 종료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아쉽게 원하는 바를 채우지 못하고 퇴장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게임은 갑작스럽게 종료를 맞이하게 되면서 이야기를 다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듀랑고 개발팀은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의무로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을 선택했다. 당시 듀랑고 종료 소식 외에도 스튜디오 해체가 예고되어 개발팀이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엔딩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인 듀랑고 선셋(Sunset)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모바일게임들의 경우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스토어에서 게임 다운로드가 차단된다. 그러나 ‘듀랑고’ 개발팀은 마지막까지 엔딩을 제공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스토어에서 지속적으로 게임 다운로드가 가능해야 했다. 오 디자이너는 “최대한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듀랑고의 서버가 내려가는 마지막에 같이 스토어에서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디자이너는 ‘듀랑고’ 개발팀이 엔딩을 통해 ‘듀랑고’가 더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유저들 머리 속에만 남지 않고 실제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엔딩 퀘스트 ▲마지막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난투섬, 악기 연주, 꾸미기 보상) ▲종료 이후 남길 수 있는 방안(창작섬, 항공뷰, 개인섬 남기기 ▲플레이 경험 다양화(플레이 완화, N층 집) 등 총 4개 카테고리의 최종 업데이트 콘텐츠를 준비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엔딩 퀘스트였다. 엔딩은 퀘스트 방식으로 제공됐고, 일주일 내에 클리어 가능한 분량으로 준비됐다. 오 디자이너는 “사용할 수 있는 개발 비용이 한정적이어서 UI나 영상 등 제작 비용을 대부분 엔딩에 우선 배치했다”며 “엔딩 이야기와 별개로 개발팀에서 전달하고 싶은 듀랑고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는데, 이것들은 일일퀘스트를 통해 텍스트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오 디자이너는 “보통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이후로는 유저 이탈 낙폭이 굉장히 크다”며 “그렇지만 엔딩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남아서 엔딩을 플레이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이탈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는 시점에 엔딩을 준비한다는 점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기존 플레이어의 60%의 인원이 남아 엔딩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유저들을 위해 ‘듀랑고’를 남겨주는 기능에도 중점을 뒀다. ‘듀랑고’에는 유저 개인의 공간인 개인섬이 있는데, 규모가 커서 한 장의 이미지로 남길 수 있는 방안이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직접 한 땀 한 땀 사진을 찍어 연결하는 방법 뿐이었다. 오 디자이너는 “개인섬 사진을 쉽게 찍는 기능은 개발팀도 가장 원했던 기능 중 하나였지만, 개발 이슈로 후반까지 검토가 필요했고 다행히 마지막 업데이트에 포함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지 뿐만 아니라, 듀랑고가 종료된 이후에도 오프라인으로 앱을 실행하면 개인섬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됐다”며 “앱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들어가서 볼 수 있고 서비스 당시와 최대한 동일한 모습으로 남겨주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유저들의 피드백으로 추가된 콘텐츠도 있었다. 한 유저가 “내일 서비스 종료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고 싶으니 사과나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개발팀은 갖고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사과나무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오 디자이너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을 서비스 종료였지만, 듀랑고 선셋 프로젝트는 다시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듀랑고가 제공한 엔딩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새로운 기대감을 줬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엔딩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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