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지만 엔진을 만든 에픽게임즈에서 인정해주어 기쁘다.”
앤유의 PC MMORPG ‘N1’(프로젝트명)이 에픽 메가그랜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총 지원금 1억 달러(약 1139억 원) 규모의 개발사 자금지원 프로젝트다.
김정환 앤유 대표는 “단순히 게임뿐이 아니라 혁신, 언리얼 엔진을 통해 IT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퀄리티’에 대한 수상”이라며 즐거움을 표시했다.
기자는 3년 전 앤유가 경기도 판교에 창업했을 초기 방문했었다. 당시 김 대표에게 물었다.
“다들 모바일 게임으로 갈아타는데, 왜 PC온라인게임, 그것도 MMORPG로 역주행을 하느냐?”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대답은 “아직 온라인게임은 죽지 않았다”였다. 그는 “당시 주변에 있는 모두가 ‘모바일 시대에 웬 PC MMORPG냐, 무모하다’며 뜯어말렸다. 하지만 봐라, 역주행이 아니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이제 PC MMORPG는 희귀하다. 지금은 되레 저희를 부러워한다”고 웃었다.
앤유는 판교 유스페이스에 이어 세븐벤처밸리에 이어 세 번째 둥지를 양재동 남부터미널역 바로 앞 하이트진로 건물에 틀었다. 1미터 90cm 거구임에도 늘 부드럽고 차분한 그리고 진지한 김정환 대표를 새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게임업계, 북미-유럽 타깃의 PC플랫폼 ‘대작’을 기다린다”
앤유가 3년째 개발 중인 PC MMORPG ‘N1’는 북미-유럽 타깃의 PC플랫폼 ‘대작’이다. 그동안 투자도 순조로웠다. 1~3차 개발비를 유치해 안정적으로 개발 중이다.
그는 “MMORPG의 핵심은 수많은 유저들이 각각의 역할놀이를 하면서 하나의 월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수십만 명이 ‘같이 즐기는’ 게임이고, 나의 역할이 일종의 ‘수치’로만 강조되는 모바일 MMORPG와 달리, PC MMORPG에서는 서사에 따른 사명이 함께 역할에 부여된다“라고 말했다.
‘N1’은 중세 유럽이 배경이다. 몰입감 있는 판타지 세계관과 개연성 있는 설정, 실사풍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그래픽만으로만 보면 너무 과장되는 판타지 비주얼보다 실사 아트풍이 가미되었다. 그는 “미소녀풍이 아닌 개성의 매력을 살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앤유는 초창기 4명에서 시작, 현재 100여명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게임의 타깃은 출발부터 북미-유럽이지만, 한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 내로라 하는 유명 게임사 출신...개발자 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개발자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와 엑스엘게임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유명 게임사를 거쳤다.
그는 “놀이의 재미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는 관점에서 ‘개발 출신이냐, 사업 출신이냐’라는 프레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놀이’에 깊이 심취되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게임에 푹 빠져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저는 재미있는 게임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이 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엔씨소프트에 마케팅팀장으로 입사했다. 전설적인 게임 ‘리니지’의 개발팀이 8명뿐인 시절이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성공으로 급성장해 자타공인 한국 최고 게임사가 되었다.
그는 엔씨소프트 해외 퍼블리싱을 직접 맡아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실제 그는 게임 관련으로 업계에서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리처드 게리엇이나 시드 마이어를 직접 만나 유저로서 게임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개발자로서 게임 개발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또한 게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은 물론 개발도 해봤다.
“예전처럼 손발이 맞는 몇 명이 개발하는 시대는 끝났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게임을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봐야 한다. 게임 공간에서 새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제 방향이 맞다는 믿음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N1’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받을 무렵 “지금 이런 프로젝트가 없다. 만약 모바일이었다면 투자를 안했다”고 들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눈도 콘텐츠 사업의 필요한 안목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트렌드에 통찰은 들어맞았다. 모바일이 득세하는 시절, PC MMORPG라는 ‘희소성’이 자연스레 새 기회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실사 아트 컨셉의 ‘N1’...캐릭터 경험 따라 성장 달라져
앤유 공식홈페이지에서 ‘혼돈과 질서, 그 영원의 전장에…’로 소개되는 ‘N1’은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실사 아트 컨셉의 MMORPG이다.
김 대표는 “N1은 플레이어들이 월드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해당 경험의 축적이 캐릭터의 역할로 나타나게 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경험에 따라 성장 방향이 달라지는 게임을 추구하고 있고 고정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중 경험하게 되는 것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역할을 결정하는 형태이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N1은 중세 유럽을 기반으로 현실성 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타지 세계라고 해서 터무니없는 것이 모두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증을 기반으로 하거나 현실의 논리적 설계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세계관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 “MMORPG, 에픽한 경험 콘텐츠 중요... 새 유저인 젊은 층도 쉽게 접근하게 만들 것"
김 대표는 ‘N1’과 관련 “에픽(Epic)한 경험을 주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며 게임 방향을 강조했다. 게임 속에서 장편 대사서시를 만나는 경험하게 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시로 개발팀들과 “우리가 만들고 싶은 MMORPG는 뭔가? 주는 재미는 뭘까?"라는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

앤유는 개발이나 사업 등 모든 직군에 걸쳐 ‘'찐 게이머'들이 모여 있는 회사다. 그들이 몸소 체험했던 경험들, 유저들과 함께 체험해보고 싶은 경험들, 모든 출발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을까?’ ‘어떤 경험을 만들까?’에서 시작된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A부터 Z까지의 준비, 북미-유럽 타깃에 맞는 비주얼, 구현되는 게임 속의 역할 그리고 스토리텔링 등 '게이머 눈높이'로 접근한다.
김 대표는 “저희 목표는 PC MMORPG를 한 번도 못했던 젊은 층도 쉽게 접근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MMORPG의 향수를 어떻게 재해석해서 새 유저층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하는 재미도 중요하다. 여기에다 보는 재미도 중요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글로벌 게임 서비스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가령 하드웨어의 발전, 플랫폼의 다양화, 인플루언서들의 활약 등이 시장을 더욱 크게, 액티브하게 움직이고 있다. 앤유는 이 흐름을 잘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앤유의 ‘N1’은 귀한(?) 장르인 PC 온라인게임이고, 에픽 메가그랜트 수상 등 잇달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진행된 20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글로벌게임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N1’이 MMORPG가 강한 한국뿐이 아닌 북미-유럽 시장 등 본고장에서 ‘에픽’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정환 대표 프로필
• (주)앤유 설립/대표이사 (2016년 11월 11일)
-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
•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이사 (2015~2016)
- 오버워치 한국 론치
• (주)엑스엘게임즈 공동설립(2007~2015)
- 사업본부장 : 아키에이지 개발 및 사업 총괄, 2K와 문명온라인 공동개발 진행
• (주)엔씨소프트 (1999~2007)
- NC Taiwan Co., Ltd, CEO, 사업개발실장, 해외전략팀장, 게임마케팅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