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전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NYOU 대표로 판교에 온라인게임 개발사 설립

[인터뷰] 김정환 NYOU 대표, 전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판교 온라인 게임 개발-서비스사 설립

“모바일 MMORPG가 아니라 온라인 MMORPG라구요?” 아직 빈 자리가 남아 있고, 인테리어가 채 진행되지 않은 사무실을 찾은 기자가 놀라서 한 첫 질문이다.

김정환 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지사장이 창업을 했다. 사무실은 엔씨소프트가 코앞에 보이는 판교의 유스페이스다. 그런데 종목으로 보니 자칫 역주행으로 느껴질 것 같다. 지금은 모바일게임이 대세인데 온라인게임이라니.

김 대표는 “지난해 ‘검은사막’과 ‘오버워치’ 등 온라인게임이 글로벌에서 흥행했다. ‘리그오브레전드’도 여전히 전체 매출 1위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기형적일 정도로 모바일게임에 치우쳐 있다. 글로벌 PC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데 한때 전세계 랭킹 1위였던 한국 PC온라인게임은 공백이 생겼다. 이를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자리잡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다르고, 경험도 다른 PC게임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판타지 온라인 MMORPG 개발에 나선 그를 만나보았다.

■ “글로벌 PC온라인게임 성장 계속, 한국은 2007 이후 공백기”

2017년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레드오션(Red Ocean, 출혈을 각오해야 할 시장)이다. 지난해에 출시된 네오위즈게임즈 ‘블레스’ 넥슨 ‘서든어택’ 등의 부진 소식과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외면으로 출시 예정이었던 게임들도 줄줄이 접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이터널’ 스마일게이트 ‘로스트 아크’ 등 기대작이 있지만 이제 온라인게임을 개발할 능력과 인력을 겸비한 개발사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사실상 허리가 없는 상태다. 

모바일로 인터넷을 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온라인게임사들은 앞다퉈 모바일게임사로 전환했다. 넷마블이 10조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정도로 게임업계는 모바일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한국 게임시장의 쏠림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시장 조사 단체 DFC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PC온라인게임 매출이 두 배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 게임 시장은 역주행이었다. 2009년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합병 무렵 NHN-엔씨소프트 M&A 열풍으로 이어졌지만 되레 참신한 온라인게임 투자는 줄어들었다. 또한 PC방을 휩쓴 ‘리그오브레전드’ 독주와 모바일게임 매출이 커지자 PC온라인 게임 공백기가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시절, 자신이 한국 시장에 런칭해 성공시킨 ‘오버워치’와 유럽시장에서 큰 성공한 ‘검은사막’을 예를 들며 “아직 온라인게임은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발표하는 게이밍 노트북 간담회가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PC게임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개발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 “온라인 MMORPG는 종합예술...고객이 원하는 게임 만들고 싶다”

김대표가 지난해 11월에 설립한 게임사명은 ‘NYOU(앤유)’다. 영문으로 ‘And You’에서 착안했다. 유저를 먼저 생각하고, 유저와 함께 하자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MMORPG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게임사로 현재 15명이 합류한 상태다.

[김정환 대표가 2002년 프랑스 밀리아서 열린 컨퍼런스 패널로 참여한 사진.]

 
“MMORPG는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역할 놀이를 하면서 노는 것이다. 특히 세계관에 몰입되어 재미있게 논다. 역할수행을 하면서 강해진다. 전투나 클래스 등을 통해 캐릭터도 성장한다. 게임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면서 즐긴다.”
 
그는 몇 십만에서 몇 백만명이 동시에 접속해 즐기는 MMORPG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외에 기획, 아트가 포함돼 그래픽-스토리-음악-전투 등이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게임이다. 현재 NYOU에서 기획하는 게임은 본고장에서도 통할 ‘판타지’ 장르다.

NYOU는 회사 로고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임과 회사에 대해 상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미뤄야 할 것 같다. 다만 김 대표의 20년 게임인생, “현대정보기술에 다니다 산업은행으로 옮겼지만 게임이 너무 좋아 엔씨소프트로 입사한” 그 자체로 다이내믹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국 게임사를 살짝 들여다볼만하다.

창업한 그에게 주변에서는 “왜 고생할 길을 가느냐”고 묻는다. 그는 “엔씨소프트에 합류할 때, 엔씨소프트를 떠나 엑스엘게임즈에 합류할 때, 또 엑스엘게임즈를 떠나 블리자드로 갈 때도 모두 도전의 연속이었다. 쉬운 길은 없다”고 대답한다.

■ “김택진-송재경와 함께 게임사 레전드 리처드 게리엇 영입”

그의 게임 인생에서 '손꼽은 한 순간’은 ‘울티마온라인’으로 전세계 게임사에 레전드급으로 이름을 떨친 리처드 게리엇(Richard Garriott)을 엔씨소프트로 영입할 때다.

“저는 엔씨소프트 사번이 36번이다. 당시 송재경 부사장(현재 엑스엘게임즈 대표)이 리처드 게리엇과 머드개발자포럼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취소되어 게리엇으로부터 ‘연락줘라’는 소식만 전해들었다. 그래서 김택진 대표, 송재경 부사장이랑 함께 오스틴에 있는 게리엇 리처드 집에 직접 찾아가 영입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한국 온라인게임 대중화를 연 ‘리니지’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글로벌에서는 브랜드 밸류(회사 이름 가치)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게리엇 영입으로 그의 명성 덕분에 회사 이미지가 달라졌다. 그동안 ‘만나주지도 않았던’ 회사인 엔씨소프트였지만 스스로 찾아와 인수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그렇게 인수한 아레나넷은 ‘길드워(GuildWars)’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엔씨소프트 시절. 왼쪽 두번째 김대표, 그 옆이 송재경 부사장과 한 명 건너 김택진 대표]

엔씨소프트는 2000년 북미 지사 개설 등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일약 주류 브랜드로 대접받게 되었다. 그는 “미국 게임스톱에서 제가 입은 ‘엔씨소프트’ 티셔츠를 보고 계산하는 점원이 알아볼 때 기뻤다”고 회고했다.

■ “NYOU고객에서 출발해 재미로 끝난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MMORPG 5개를 성공하면서 의미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이후 김정환 대표는 엑스엘게임즈 창립멤버로 ‘문명온라인’을 개발하면서 실험적인 시도와 IP를 가진 2K로부터 미국 스타일 프로덕션의 장단점을 알 수 있었다. 블리자드코리아에 합류해 지난해 글로벌 히트한 ‘오버워치’를 런칭한 것도 ‘귀한’ 경험 중 하나다.

“‘오버워치’는 단순한 총싸움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블리자드 철학이 배어 있다. 여러 명이 같이 협동하면서 즐기는 게임으로 때깔(?)도 좋고 디테일도 좋았다.”

MMORPG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그는 '오버워치'의 여러 명이 같이 협동하면서 즐기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새로 출발하는 것은 도전이다. 그래서 설렘이 있다. 모바일게임이 아닌 PC온라인게임 MMORPG에서 재미를 만들어보겠다”며 “NYOU는 고객에서 출발해 재미로 끝나는 그런 개발사가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환 NYOU 대표는
(주)NYOU(앤유) 설립 (2016년 11월 11일)
   - 대표이사 / CEO
   -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이사(2015~2016)
   - '오버워치' 한국 론칭
(주)엑스엘게임즈(2007~2015)
   - 사업본부장 (2013~2015) : ‘아키에이지’ 개발 및 사업 총괄
  - 사업개발/해외사업본부장(2007~2013): 투자유치, 판권계약 및 2K와 ‘문명온라인’ 공동개발 진행
  - 공동설립: 2003
(주)엔씨소프트 (1999~2007)
   - NC Taiwan Co., LTd. CEO (2004~2007)
     : ‘리니지2’, ‘길드워’ 대만 퍼블리싱
  - 사업개발실장, 해외전략팀장, 게임마케팅팀장 (1999~2004)
     : 3rd Party Publishing: 히어오브히어로즈(City of Heroes) 외 다수
     : 아레나넷(ArenaNet, 길드워) 인수 (2002)
     : 데스티네이션 게임즈(Destination Games, 리처드 게리엇) 인수 (2001)
     : 국내 마케팅, 해외 판권 계약, 해외 지사 및 조인트 벤처 설립 등
 한국산업은행 (1997~1999)
   - 투자금융실 / 재무분석
 현대정보기술 (1995~1997)
   - EC사업부 / 기술영업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