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기존 PC게임의 시너지 '아무거나' 입맛 사로잡고 대박

스마트폰 액정에 지문이 무성했던 올해 초와 다르게 최근 몇 달동안 이렇다할 게임이 없었다. 신작 게임은 쏟아졌지만 대작 게임도 쏟아졌냐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포화상태로 '이제는 레드 오션인건가' 의문이 생기는 시점, 6월 11일 CJ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 for Kakao(이하 모두의 마블)'은 이것이 '대박 게임의 폭풍전야'였음을 알렸다.

2013년 6월 19일 구글플레이 기준 '모두의 마블'은 인기 무료 게임과 최고 매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시 6일만인 17일부터 이루어낸 성과니 놀랄만 하다. 동시 접속자수 또한 40만명을 돌파해 기세가 무섭다. 넷마블 관계자는 "'다함께 차차차' 이후 엄청난 속도로 유저가 늘고있다"며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니 '대박'이라는 호를 붙여도 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은 '모두의 마블'의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 '프로게이머'를 파산시키는 '라이트 유저'

우선 쉽고 간단하다는 것에 있다. 스마트폰 게임에서 '쉽고, 간단하다'는 장점은 뻔한 이야기지만, '모두의 마블'의 경우 터치로 진행하는 플레이방법뿐만 아니라 이미 기본적으로 학습이 된 게임이란 것에 강점이 있다.

▲ '모두의 마블' 플레이 장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도시를 사고 파는 친숙한 게임 룰은 어렸을 때 한번은 해봤을 '부루마블' 게임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블'은 종이 돈을 쥐고 '서울'을 사기 위해 회심의 주사위를 던지던 어릴 때 모습을 오버랩 시킬 수 있는 게임이다.

더불어 '머리쓰는 게임'이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보드 게임은 기본적 플레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킹의 '캔디크러시사가'를 예로 들면 페이스북 친구가 다함께 만나 '계모임'을 할 수 있는 65레벨에서는 '운' 뿐만 아니라 머리를 써야 클리어할 수 있다.

▲ 킹의 '캔디크러시사가' 중 공포의 65레벨
하지만 '모두의 마블'의 경우 단순하게 도시를 사고, 발전시키고, 내 도시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는다. 이때 시간제한을 걸어 '머리를 써서' 선택을 한다기보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도시를 사고 판다.

그만큼 게임 실력과 재미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강점도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 32GB를 온갖 종류의 게임으로 꽉꽉 채운 '프로 스마트폰 게이머'와 평범한 '라이트유저'의 싸움에서 주사위 크리(결정적인 혹은 치명타를 뜻함)가 터진 라이트 유저가 프로게이머를 파산시키기도 했다.

■ 신의 한 수는 소셜 메신저 '카카오톡'

'모두의 마블'에서 신의 한수는 카카오톡과 찰떡궁합이라는 점이다. 사먹는 밥도 맛있지만 친구의 하나 남은 도시락 반찬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법이다. '모두의 마블'에서는 랜덤으로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있지만, 방을 만들어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 '모두의 마블' 플레이 중 친구를 방으로 초대하기
'모두의 마블'은 국내 최초로 실시간 4인 대전을 구현해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하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스마트폰 게임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실시간 대전이 아니라 AI(인공지능)과 싸우는 형식이라 긴장감이 떨어졌다. 마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속 여자친구 같이 현실성이 2% 부족해 아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마블'에서는 직접 친구들과 싸우며 재미를 더한다.

또한 오른쪽 하단에 있는 채팅 서비스는 아주 간단한 '안돼, 좋아, 빨리' 등의 이모티콘을 지원한다. 이 채팅으로 내 도시에 들어온 친구에게 '통행료'를 받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진다.

■ 양날의 검, '쉽고 간단한 게임성과 긴 플레이 시간'

▲ 아프리카 TV 인기 BJ 커맨더지코의 '모두의 마블' 방송 중 파산하고 괴로워하는 모습
'모두의 마블'에서 양날의 검은 '쉽고 간단하며 게임 실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인기 BJ 커맨더지코의 '샷건(책상을 쾅쾅 치는 소리를 말한다)'이 남일이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1분전 4위였던 사람이 3분뒤 1위로 올라가고, 30초 전에는 2위였지만 모든 도시를 매각해 상대방 도시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따라서 아무리 차분한 사람도 급변하는 게임 상황때문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또한 '게임 시간이 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스마트폰 보드 게임의 플레이시간은 '애니팡'과 같이 1분 정도로 매우 짧다. 따라서 유저들은 가쁜 호흡으로 게임을 따라가지만, 모두의 마블은 플레이시간이 한 판에 10분 정도로 보드 게임치고 긴 편에 속한다.

게임을 'AUTO' 모드로 전환하면 10분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분이라는 시간에 적응된 유저들에게 10분은,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익숙한 사람이 수제버거가 만들어지는 걸 기다리는 만큼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수제버거의 퀄리티에 감동하며 기다리는 시간 따위 까맣게 잊을 수 있지만,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아무거나' 입맛 만족시킨 '모두의 마블'

'모두의 마블'은 업계 사람들로부터 "스마트폰 게임으로 만들면 무조건 대박이다"라는 평가를 받아온 게임이다. 하지만 '선천적 스마트폰 게임'이냐 물어본다면 이 대답 역시 '글쎄요..'이다. 선천적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스마트폰 보드게임과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 '모두의 마블'이 휩쓸고 지나간 카카오톡
보드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길게 느껴지는 플레이 시간과 약간의 갬블링적 느낌이 그 이유다. '모두의 마블' 인기 비결로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고, 소셜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만나면서 유저들에게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난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모두의 마블'이 허리케인급으로 강력한 게임인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폰 게임의 홍수 속에서 다양한 게임을 접하며 여자친구처럼 입맛이 까다로워진 요즘 유저의 마음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 여자들의 '아무거나'에 담긴 속뜻
'모두의 마블'은 플레이 방식은 간단하되, 게임 자체가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면서, 게임 실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친구랑 함께 즐길수도 있으면서, 그래픽도 귀엽고, 쫄깃하게 재밌는 게임인 것이다.

현재 모바일뿐만 아니라 온라인 버전까지 12위로 오르며 그야말로 '진격'을 하고 있는 '모두의 마블'은 모바일 버전이 출시한 지 일주일만에 비오는 날 죽순같이 성장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쪽 사람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카카오톡 게임 메시지가 5개 이상 오면 대박 게임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다. 근 일주일간의 오는 카카오톡은 모두 '클로버' 메시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더욱 기대할만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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