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웰메이드 액션 RPG, 드랍률-랜덤옵션 업그레이드 준비중

냉랭한 집안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다리가 휘어져라 구첩 반상을 올리는것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 것도 아니다. 애교넘치는 '막둥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차가웠던 가족관계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로, 혹은 늦둥이 동생으로 다시 끈끈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게임업계의 막둥이로 들어온 '던전스트라이커(이하 던스)'가 그런 역할이다. 4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한국 게임업계를 던스가 훈훈하게 녹이고 있다.

던스는 아이덴티티가 개발하고 NHN 한게임이 퍼블리싱하는 기대주다. 6월 7일 기준으로 게임트릭스 9위를 기록하고 있는 던스는 5월 15일 OBT(오픈베타서비스) 시작 후 빠르게 10위권 내로 접어들었다. 최고 6위를 기록하며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루키' 던스의 '엄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연 기획팀장을 6월 7일 서울 삼성동 아이덴티티 건물 회의실에서 만나봤다. 지난주까지 밤에 잠 안자고 보채는 아기처럼 김 팀장을 괴롭힌 각종 이슈 때문에 '때꾼한' 얼굴이다. 하지만 던스이야기를 시작하자 '우리 아이는 천재인가봐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부모님처럼 자랑을 늘어놓았다.

▲ 김태연 던전스트라이커 기획팀장

■ "웰메이드 던스, 콘텐츠 예측 빗나간 것은 아쉬워"

던스는 NHN 한게임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게임이다. 던스보다 '세 달' 형인 '크리티카'와 함께 한게임 브랜드 이미지와 액션 RPG 영역을 크게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액션 RPG 분야에서 던스와 크리티카를 합한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한게임의 될성부른 '효자 게임'들이다. 

특히 던스는 5월 15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해 아직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젖먹이'지만 기세가 무섭다. 김 팀장은 그동안의 소감을 "유저들이 게임을 즐겁게 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2012년 지스타(G-Star)때부터 던스는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RPG 장르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빠른 액션으로 10대 여성 유저부터 20대 남성 유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꽉 잡은 치명적 매력을 가졌다.

김 팀장은 "던스는 특이한 게임이다. 직업 변경과 스킬 계승에 자유도가 매우 높다. CBT와 공개 서비스는 매우 다르다. CBT의 경우 열혈 게이머분들이 참여해주시지만 공개 서비스는 다르다. 처음에는 '유저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인기의 비결을 'well-made'라 말한다. "우리는 well-made 게임을 지향한다. 잘 만든 게임은 유저분들이 먼저 알아주실 거라 생각한다. 개발 중에도 '과연 이게 대중성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기도 했지만 자신 있었다."

하지만 김 팀장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는 "콘텐츠 예측이 조금 빗나간 것은 사실이다. 개발자가 생각한 엔드 콘텐츠의 재미와 유저가 생각한 재미가 조금 다른 것 같다. CBT에서 좀더 예민하게 캐치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유저에게 '난 레벨이 65인데 왜 45레벨 던전을 아직도 돌아야 하나?'라고 말할 때 아쉬움이 더한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이제 시작이지만 항상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 김태연 던전스트라이커 기획 팀장

■ "아이템 드랍률 불만, 잘 알고 있다"

좋은 게임에는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동기부여', '규칙', '보상'이다. 던스의 경우 동기부여와 규칙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보상'의 문제에서 이슈가 있었다.

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은 '드랍률'이다.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있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던스의 경우 아이템 드랍률이 너무 낮아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지치게 했다. '패치를 했는데도 왜 이 모양이냐'며 화를 내는 유저들도 있었다.

김 팀장은 "약간의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다. 한게임쪽에서 공지사항으로 올리는 부분과 내가 '노트' 형식으로 올리는 것이 있다. 간혹 내가 올리는 '노트'를 공지사항으로 오해하시는 유저가 계신것 같다. 드랍률에 대한 패치도 그 부분 중 하나다. 현재 드랍률에 대한 패치는 인식하고 있고, 수정을 진행 중이다. 아직 패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드랍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인정한다. 현재 작게나마 변화를 준 것은 '재료'다. 큰 재료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작은 재료를 합해 대신할 수 있다. 화룡던전의 예를 들어 날개가 나오지 않고 비늘만 나올 경우 비늘을 합쳐 날개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전에는 대응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의 패치가 되기도 했다. 급하게 하다보니 폐기 데이터가 나오는 등의 사고가 나기도 했다. 따라서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패치를 진행하는 것이 유저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랜덤 옵션'에 대한 불만도 컸다. 양념 치킨이 먹고 싶어 주문을 했더니 치킨 샐러드가 배달오면 엄청난 실망과 분노 그리고 배고픔을 느낀다. '랜덤 옵션'는 유저들에게 치킨 샐러드같이 다가왔다.

김 팀장은 "옵션의 경우 하드코어한 플레이한 유저와 라이트하게 플레이하는 유저가 느끼는 체감이 다르다. '랜덤'이라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을 수 있다. 코어한 유저들은 스텟의 작은 차이도 알아차리지만 라이트한 유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랜덤'이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저들이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적용했다"며 설명했다.

■ "던스는 캐릭터가 아닌 직업을 플레이하는 게임"

한국 유저의 경우 콘텐츠 소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지난해 '디아블로3'가 출시되었을 때 미국, 러시아, 일본, 한국 네 나라의 게임 플레이 장면을 그린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디아블로를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한국은 이미 때려잡고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디아블로3' 관련 만화
던스의 유저들도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다. 크리티카의 경우 '피로도'가 있는데, 던스에도 이런 피로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다. 김 팀장은 "던스의 경우 캐릭터가 아니라 직업을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또한 유저들이 그냥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몇몇 던전의 경우 입장료를 받고 있다. 유저들에게 정말 어렵고, 굳이 피로도가 아니라도 플레이를 하다보면 심신이 '피로'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즉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막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몇몇 입장료를 받는 던전' 중 '화룡 던전'은 '너무 어려운거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몬스터헌터'라는 게임에서처럼 몬스터에게 한 대도 맞지 않아야 클리어할 수 있는 '초 하드코어 콘텐츠'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 팀장은 "꼭 하드코어 유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아이템을 조금씩 강화하다보면 유저들도 쉬워졌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성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성취감과 재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화룡 던전'의 클리어는 아이템을 하나씩 맞추면서 도전해야 심신에 건강하다.

■ "PVP요, 개발자들도 무척 기다리는 콘텐츠"

현재 던스의 만렙은 65지만 만렙을 찍어도 45~50레벨 던전을 돌아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잊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컨트롤' 싸움이다. 현재 PVP는 아직 '결투'라는 형식으로만 이루어져있다.

던스의 가장 큰 강점은 자유로운 직업 선택과 스킬 선택이다. 이를 PVP에 적용한다면 다른 게임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른 게임의 경우 오래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대 직업에 대한 스킬을 외울 수 있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던스의 경우 사제가 총을 쏘거나, 도적이 힐을 하는 등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PVP의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던스의 경우 워낙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하지만 몬스터의 경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PVP가 된다면 엄청난 경우의 수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PVP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부터 나왔다. 기다려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새롭게 나온다면 밸런스 문제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결투를 통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조금 더 준비된 후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보여드리고 싶다"

■ "2주간 새 직업 드레드노트와 워프리스트 선보일 것 "

▲ 김태연 던전스트라이커 기획 팀장
던스는 '착한 유료화'를 선언한 게임이다. 아이템을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이라는 것. 유저들은 '땡큐'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땡'일 수 있다. 김 팀장은 단호히 '던스는 오래갈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능력치가 붙은 아바타의 경우 수명이 짧다. 계속 새로운 것을 출시해야하며 그때마다 스텟을 계속 올려야한다. 만약 디자인이 잘 안나올 경우 매출이 안나온다. 굳이 유저들에게 아이템을 강요하지 않고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앞으로 장수할 게임 던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 팀장은 '콘텐츠'와 '드랍률 수정'이라고 대답한다. 콘텐츠의 경우 새로운 던전과 직업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라 밝혔다. 드랍률 역시 수정 우선순위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2주 간격으로 새로운 직업인 드레드노트와 워프리스트가 나올 예정이다. 여름 방학 업데이트에서는 블레이드댄서와 미스틱이 추가된다. 다른 직업도 추가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던스는 살아있는 게임이다"라고 말한다. "던스는 지금부터 시작인 게임이다. 벽돌을 쌓듯 하나하나 쌓아올려 사용자 분들이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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