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트럭으로 질책을, 커피차로 응원을

최근 게임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트럭’이다. 유저들이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해 게임사로 보내는 전광판 트럭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트럭은 유저들이 작성한 메시지를 전광판에 띄운 채 게임사 앞에서 유저 대신 시위를 벌인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한 모바일게임에서 처음 시작된 이 트럭 시위는 이내 다른 유명 게임들로 들불처럼 번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들 앞에서 트럭을 발견하는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다.

유저들의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면 미련 없이 다른 게임으로 갈아탔겠지만, 이렇게라도 트럭을 보내는 것은 아직 게임에 애정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사들도 그걸 알기에 부랴부랴 해명문을 내고, 긴급 유저 간담회를 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성의 없거나 준비가 덜 된 대응이 나오면 또 한번 뭇매를 맞는다. 아마 게임사들도 유저들의 채찍질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에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저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마냥 질책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못 하는 게임사에게는 전광판 트럭을 보내지만, 잘 하는 게임사에게는 칭찬이 담긴 커피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에서는 “고생하는 개발자들을 칭찬하고,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나온 이 의견은 한 트위치 스트리머가 총대를 메고 현실화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방송을 통해 유저들은 트럭에 부착할 응원 문구와 커피 디자인을 만들었다. 또 커피차 섭외까지 완료했다. 계획은 빠르게 진행되어 마지막으로 십시일반 모금을 위한 펀딩만 남았다. 

그러나 이 커피차 이벤트는 아쉽게도 실현되지 못했다. 게임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안전상의 이유로 고사했기 때문이다. 또 전사 재택근무중이라 커피를 마실 개발진이 거의 없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결국 커피차 이벤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스마일게이트RPG 관계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정말 많은 게임인데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유저분들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좋은 콘텐츠와 운영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로스트아크’가 처음부터 유저들의 칭찬을 받은 게임은 아니다. 서비스 초기만 해도 불만과 항의가 빗발쳤던 게임이다. 화난 유저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날이 서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시즌2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여기에 유저 간담회에서 보인 개발진들의 성의 있는 업데이트 계획과 진솔한 답변들이 유저들을 누그러트렸다. 게임사의 대응에 따라 유저들의 태도가 바뀐 대표적인 사례다.

유저들이 게임사를 응원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는 사례는 드물긴 하지만 몇 건 더 있다. 2018년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소울워커’ 운영팀에도 유저들이 보낸 간식거리가 쏟아졌다. 당시 예기치 않은 외부 이슈로 ‘소울워커’는 호황을 맞았는데, 운영팀이 밤낮 가리지 않고 운영에 열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밀려드는 음식을 감당하지 못해 기부처에 나눔을 진행했고, 이에 자극받은 유저들은 때 아닌 기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343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헤일로: 마스터치프 콜렉션(MCC)’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CC’는 원래 Xbox에 독점으로 공급되는 인기 슈팅게임이다. 한 유저가 ‘MCC’가 PC용으로도 출시되면 개발팀에 피자를 돌리겠다고 공언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MCC’는 PC 버전으로 출시됐고, 이에 감동한 유저들은 너도나도 게임사에 피자를 보냈다. 게임사도 이에 화답해 PC 버전에 피자 모양의 총기 스킨을 제공했다.

처음부터 특정 게임에 특정 성향을 가진 유저들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게임 서비스에 따라 평범한 성정의 유저가 흑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부천사로 각성하기도 한다. 결국 겜심은 게임사 하기 나름이라는 걸, 요새 부쩍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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