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영 변호사 ‘개다움’에 관한 엉뚱한 상상...동물권은 있다

[3개월의 어린 장군이. 사진=송다영 변호사]

시골 부모님댁 옆집 마당에는 이름도 늠름한 ‘장군이’가 산다. 장군이는 흙마당에서 풀향을 맡으며 산다. 사계절 내내 바깥공기를 맡아서인지 털이 아주 강하고 거칠다. 장군이는 시골 개답게 편식도 않고 주는대로 다 잘 먹는다.

흔히 말해 옆집 할아버지네의 ‘짬’처리 전담이다. 동네 사람들은 장군이를 ‘경비’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집 지키는 개, 그 숙명적 의무를 충실히 행하고 있다.

장군이를 이웃집 개로 처음 만난 건 3개월 강아지 때다. 낯선 사람을 봐도 꼬리를 흔드는 순한 강아지였던 장군이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과 ‘짬’밥을 먹으며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다만, 이 세상에는 ‘산책’ 만을 위한 ‘목줄’이 있다는 것을, 개들도 추울 때 ‘옷’을 입기도 한다는 것을, 목욕 후 햇빛이 아닌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기도 한다는 것을, 마트에서 강아지도 ‘시저(Cesar)’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며 살고 있다. 비교적 단조롭고 무료할 수도 있는, 심심한 일상이다.  

■ ‘개다움’에 관한 엉뚱한 상상, 개들의 사회에도 헌법이 있다면?

모든 개들은 산책할 권리를 가진다(산책권). 모든 개들은 주인의 관심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관심 요구권). 모든 개들은 훈련받을 권리가 있다(훈련받을 권리). 모든 개들의 주거는 보장된다(주거권). 모든 개들은 평등하다(견종 차별 금지). 모든 개들은 버림받지 아니하고 개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행복추구권) 〮〮〮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보며 인간처럼 사랑하고 인간처럼 질투하는 펫(Pet)들을 보며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처럼 만약 개들에게도 “개다움”이 보장되는 기본권이 있다면, 조금은 귀여운 위와 같은 조항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되는 ‘동물권’

2019년 12월. 개의 주둥이에 전기를 흘려 도살한 도축업자에게 “잔인한 방법”에 의한 도살 방식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심과 2심은 “개를 죽이는 방법 중 잔인하지 아니한 도축 방법은 사실상 없다”라며 도축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대법원은 “잔인성에 관한 논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라고 이를 파기 환송하였고, 재판부는 개의 뇌 부위에 직접적으로 높은 전류를 흘려야 완전히 의식을 잃고 고통을 못 느끼는데 주둥이에 전류를 흘리면 도살당한 개는 죽음의 순간에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아 벌금 100만원을 선고 유예했다.

살아있는 것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권리보호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면, 개가 느꼈을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동물권’에 대한 인식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판부가 ‘잔인성’과 개의 ‘고통’을 언급한 이번 유죄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동물권’에 대해 공론화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 장군이의 행복한 하루, 소중한 일상의 선물

장군이는 오늘도 흙마당에서 풀향을 맡으며 배고플 때 밥 먹고, 졸릴 때 잠자는 시골개의 삶을 살고 있다. 장군이의 하루 나기에 관심을 가지니, 장군이가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개다운 삶’을 잘 누리다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 학대, 유기견, 떠돌이 개의 삶에 대해서는 장군이가 평생 모르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한편 오늘도 학대와 배고픔, 추위를 견디며 하루를 버텨내는 개들이 어딘가에서 ‘개다운’ 일상을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먹먹했다.

‘개다운 삶’을 개에게 주는 사회라면, 그 사회 속의 인간도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풍요롭게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장군이에게 소중한 일상의 특별한 행복을 위해 유기농 강아지 간식을 하나 사갈 예정이다. 따뜻한 연말연시 이웃사랑의 정을 장군이에게도 나누어 주어야겠다.

송다영 변호사 sdy6062@gmail.com

송다영 변호사는?

현) (주)위메프 사내변호사

전) (주)SK엔카, (주)HCAS 케이카

전자상거래, 기업법무, 스타트업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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