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무’도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만 규정...이제 구체적인 지침 마련할 때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미용숍, 반려견 호텔, 동물카페 등 관련 산업들이 확대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과는 동떨어지게 반려동물을 위한 보호 규정은 제자리입니다.

요즘 주변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크고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동물카페의 동물들이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일, 반려견 호텔에 위탁된 반려견이 이틀 동안 사료나 물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일, 등록만 하면 운영이 가능한 실내동물원에서 동물 생태가 고려되지 않은 환경이 제공되고 체험이라는 이름의 무차별적인 노출이 이루어진다는 일...

이처럼 동물들이 학대받고 있는 사건들을 쉽게 그리고 계속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안타깝게도 적절한 대응 즉, 동물의 보호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이 동물들에게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가혹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 동물들이 학대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동물들이 보호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한국 동물보호법은 구체적인 동물학대 유형을 열거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 대한 처벌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의무’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어 실제 생활에서 구체적인 행위의 지침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이 모든 현실을 규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의 팽창에 따라 반복되고 구조화 되어가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책이 절실합니다.

한국 현행 동물보호법상 규정만으로는 예상되어지는 동물학대행위를 방지할 수가 없습니다. 관련 법에 규정된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시설기준 및 동물보호 규정들을 고려하여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에 대한 실질적인 행위의 기준이 성문의 법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입니다.  

■ 동물보호법 규정은 동물학대 행위 유형만 한정적으로만 열거뿐

한국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학대행위’(동물보호법 제2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금지되는 동물학대행위를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규정(동물보호법 제8조)하여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동물보호법 제46조)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동물보호법 상에 규정된 구체적 행위유형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동물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동물보호법 상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등이 금지되는 동물학대 행위로 한정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로, 또는 잔인한 방법 등 한정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 등에만 동물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 매우 추상적인 기준뿐인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대한 시설 기준

한국은 동물관련 영업의 세부범위로 동물장묘업, 동물판매업, 동물카페 등의 동물전시업, 동물미용업, 반려견 호텔 등의 동물위탁관리업 등을 규정하고 시행규칙을 통해 위 산업들에 대해 필요한 지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물보호법 제32조,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35조, 제36조).

그런데 위 산업들에 필요한 지침을 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전시업(동물카페 등)의 경우 ‘전시실과 휴식실을 구분하여 설치’, ‘소독장비를 갖출 것’, ‘전시되는 동물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시설을 갖출 것’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물위탁관리업(반려견 호텔 등)의 경우에도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매우 기본적인 내용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지침 내지는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육환경이나 관리 지침 빠진 동물보호-돌봄행위 지침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와 관련하여 한국은 동물보호 기본원칙에 의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하며,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고, 공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물보호법 제3조).

또한 ‘소유자는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동물보호법 제7조) 그 세부내용으로 ‘동물의 크기, 특성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3조), 동물종류에 따른 구체적인 사육환경이나 관리 지침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규정한 기본원칙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지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나아가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벌칙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동물복지로만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사진=jtbc유튜브 캡처]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각 주들은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을 두어 이를 통해 동물보호, 돌봄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조사결과(2018년 7월 발표)에 따르면, 반려견의 경우, 워싱턴주에서는 ‘개 묶어두기’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였다. ‘외부에 개를 묶어서 두는 경우에는 과하지 않은 시간동안만 가능’하도록 한다. 이 시간동안에도 ‘개가 움직이는 범위를 허용하도록 한다. 쇠목줄은 사용할 수 없다. 개가 편안하게 서거나 눕거나 앉을 수 있는 줄을 이용해야 한다. 줄에 묶인 개가 깨끗한 물과 쉼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등의 매우 구체적인 준수사항을 규정하여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텍사스주에서도 외부온도가 일정온도 이하이거나 허리케인, 태풍 등심각한 기후 상황에서 동물을 외부에 묶어 방치해서는 안된다, 구속줄은 동물의 코부터 꼬리까지 계산한 동물의 길이의 5배보다 짧아서는 안된다는 등의 매우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사항을 규정하였습니다.

뉴욕주는 극심한 고온이나 저온 상태의 차량 내에 반려동물을 가두어두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고의로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 산업 확대에 대응할 동물학대행위 방지할 구체적인 행위지침 마련되어야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해 잔혹행위를 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행위의 동물학대행위를 처벌하는 사후적인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산업 유형별 지침 및 반려동물에 대한 돌봄의무, 보호의무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만 규정할 뿐이고 구체적인 행위규범으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서는 점점 확대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 마련과 함께 동물학대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방법 이외에 사전적으로 반려동물 보호의무, 돌봄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를 전담하는 조직이 과 단위로 확대 신설되어 정부 차원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물들에 대한 습성, 생활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동물보호의무, 돌봄의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위지침들이 입법화되었으면 합니다.

글쓴이=박단비 변호사(법률사무소 서초), pdb4029@naver.com

박단비 변호사는?
동물법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 동물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현재는 공정거래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법률사무소 서초에서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 하도급 등과 관련된 소송을 맡고 있다.

서울시 공익변호사, 국방부 검찰단 국선변호인, 대한변호사협회 등기경매회 공보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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