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노조, 출범 1주년 맞아 고용안전 요구하는 집회 개최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이하 넥슨노조)가 3일 오후 넥슨 판교 사옥 앞에서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첫 집회를 개최했다. 이 날 넥슨노조는 “넥슨의 노동자는 넥슨에서 책임져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넥슨노조에 따르면 8월 기준 넥슨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1500명을 넘는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약 600명이다. 넥슨노조 뿐만 아니라 화섬식품노조 소속의 네이버 노조, 스마일게이트 SG길드 등 IT 기업 지회들이 힘을 보탰다.

단상에 오른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넥슨을 포함해 한국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고용불안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 지회장은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3개월간 대기발령 상태에 놓이고, 면접을 통해 타 팀으로 배치된다”며 “면접에서 떨어지면 사실상 권고사직 절차를 밟게 된다. 과연 이게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미 입사한 노동자가 면접을 다시 보고, 면접에서 떨어지면 일자리를 주지 않는 업종은 우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

이어 “이는 방송과 같은 흥행산업이나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는 드문 일”이라며 “일본 게임업계에는 넥슨보다 근속년수가 몇배가 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만 이렇다”고 덧붙였다.

배 지회장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지금까지 고용불안을 겪은 넥슨 직원의 수는 2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은 전환배치에 성공했거나 전환배치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특히 최근 개발이 취소된 띵소프트의 ‘페리아연대기’ 개발팀이 대기인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넥슨측은 ‘페리아연대기’가 취소된 것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최근 개발팀에 2주간의 유급휴가를 권고했다.

배 지회장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프로젝트를 대거 정리한 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명 중 절반을 전환배치했다는 점에서 배 지회장은 “회사의 최선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절반에게도 고용을 보장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 지회장은 대기발령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진퇴사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또한 구조조정이라고 밝했다. 그는 “전환배치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되는지 회사에 물어보지만 대부분 답을 주지 않는다”며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언제 자기 차례가 될지 몰라서 불안에 떤다. 경영상 비밀이라면 최소한 고용보장이라도 해달라. 그렇게만 해주면 회사를 믿고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환배치 면접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면접에 떨어져도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이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했을 때 받아들일 수 없어 자진퇴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회사가 아닌 개인이 책임지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배 지회장은 “이번 집회에 대해 선의를 갖고 넥슨의 입장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넥슨과 노조는 꾸준히 대화를 하며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며 “혹시 이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화섬식품노조 소속의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지회장은 최근 넥슨 합류가 확실시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허민 대표가 넥슨 임원진으로 합류하는 것은 거의 확정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입사하기도 전인데 벌써 반대의사를 표명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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