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게임 양대산맥, 2K와 EA의 라이선스 계약 물밑경쟁

[상위 20위 게임]
이미지 – https://newzoo.com/insights/rankings/top-20-core-pc-games/

2K 게임즈와 EA 스포츠는 현재 양대 산맥을 이루는 스포츠 게임계의 거장이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장르는 현실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분야 중에 하나이지만 게임 쪽에서는 현실 세계만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현실에 존재하는 분야이다 보니 게임 상으로 그 현장감이나 사실감을 살려내기 쉽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며 다른 어떤 게임의 내용보다 현실에서 쉽게 체감하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에서까지 스포츠에 빠져 사는 것 보다는 게임에서만큼은 다른 세계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보니 주로 RPG나 슈팅(FPS)게임 또는 AOS(MOBA) 게임 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꼬집어 말하자면 스포츠 게임은 의외로 어렵다. 각종 룰이나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상위 100위 권에 들어 있는 게임 목록만 봐도 스포츠 게임은 대략 10여 종이 될까 말까 한다.

최근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을 보면 스포츠 게임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다. 물론 국가 단위나 플랫폼 단위로 한정하면 순위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스포츠 게임이 최상위라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스포츠 게임들은 극 사실주의를 따라가다 보니 PC사양도 높아야 하는 등의 이유로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지표에 오차범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스포츠 게임이 마이너 장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스포츠 게임이 인기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전체 게임 유저 중에서도 일부가 즐기는 장르라는 의미이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스포츠 게임이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 그 자체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나친 사실주의에 빠져든 나머지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진입장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구나 축구는 그나마 TV중계나 주변에서 용어라도 쉽게 들어볼 수 있지만, NFL같은 아이스 하키 종목은 주변에서 쉽게 접해 보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 특정 국가에서만 인기 있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야구나 축구와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 조차도 실제로 관람하는 입장과 필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의 입장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 경기의 정확한 룰이나 용어를 알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야구만 해도 최근 게임들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투수의 입장에서 선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구질이 다른데 스트라이크, 볼 정도의 용어는 알 수 있다 해도 당장 투심, 포심, 포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구질 용어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컴프야 2019]
이미지 – 필자의 폰에 있는 게임장면

용어는 들어봤어도 각각의 구질에 대한 차이점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투수 입장에서 야구 게임을 진행한다고 해도 재미가 있을 리 없고 뭘 알아야 상황에 맞는 액션을 취할 텐데 그냥 골라서 던져보고 안 맞으면 다행이고 맞으면 수비 모드로 돌아가서 열심히 잡아보려 해도 제대로 못 잡으면 점수 내주고 그런 식으로 몇 판 하다가 흥미를 잃고 다른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야구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있었거나 야구 동호회 등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사실적으로 구현 된 야구 게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전을 겪어보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런 게임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필자도 한 때 사회인야구에서 야구 경기를 직접 선수의 입장으로 뛰어본 적이 있어서 그나마 야구 게임을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뭔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어설프게 구색만 갖추고 겉 핥기 식으로 대충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야구 게임만 해도 그런데 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 같은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언젠가부터 스포츠 게임에서 그냥 대충해도 쉽게 알아서 잘 되는 게임은 ‘사실적이지 않은’것이 되어 버렸다. 극단적으로 비꼬자면 앞으로는 야구 게임에서 선수의 손가락 모양이나 방향까지 조절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ESPN NFL 2K5]
이미지 – https://www.walmart.com/ip/ESPN-NFL-2k5-Xbox-Refurbished/983140744

그럼에도 불구하고 2K게임즈나 EA스포츠의 스포츠 게임들은 많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계속해서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되고 있다. 물론 일부의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이지만 그 수는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해도 이미 해당 종목에 경험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보다 더한 재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2K 게임즈는 원래 세가의 자회사로 있을 당시부터 스포츠 게임 브랜드로 유명한 회사였지만 문명 시리즈의 개발자인 시드 마이어를 영입하고 그의 새로운 회사 파이락시스를 인수하면서 마이크로프로즈 시절 시드 마이어가 참여했던 게임들의 라이선스를 모두 획득하여 현재는 스포츠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 시뮬레이션부터 경영 시뮬레이션과 RPG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MLB 2K3]
이미지 – 유투브(/watch?v=ddZJi4lZWl8)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는 EA 스포츠와 견줄 수 있는 유명 스포츠 게임 메이커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회사 2K 게임즈와 EA 스포츠는 한 때 NBA와 MLB 라이선스 독점 문제로 인해 어느 한 쪽이 해당 리그의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해버리면 다른 한 쪽이 아예 게임을 출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이르는 등 문제가 심각했었다.

하지만, 야구와는 다르게 두 회사 모두 꾸준히 NBA 농구 시리즈는 출시를 계속 했는데 이렇게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는 NBA와 NHL리그는 라이선스의 독점 계약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NBA 리그 협회가 상업적인 수단에만 집중하는 것에 반대하여 공익에 우선하는 이유로 거절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4년 당시 EA 스포츠는 NFL과 5년 독점 계약에 성공하면서 NBA의 라이선스도 획득하려고 시도했지만 NBA측의 거절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NBA의 거절 사유는 EA 스포츠의 NBA Live 시리즈가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장악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점계약을 체결할 경우 오히려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비즈니스는 돈이..) 2004년 당시 EA의 NBA 시리즈뿐만 아니라 ESPN NBA나 NBA폴라 등 다른 타이틀 역시 계속해서 출시 중이었기 때문이었는데 EA는 NBA의 독점 라이선스 실패 이후로 급하게 MLB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추진했었다.

[MVP BASEBALL 2004]
이미지 – 유투브(/watch?v=aSuJa69spU4)

당시 EA는 MVP 베이스볼 시리즈를 출시했었고 2K 게임즈(비주얼 컨셉츠)는 MLB 2K 시리즈를 출시 중이었는데 EA가 경쟁사로 취급하지도 않았던 2K 게임즈의 MLB 2K가 세간의 화제를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하자 EA도 더 이상 손 놓고 구경만 하며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안방을 내주게 생긴 EA가 시작한 일은 먼저 미국의 4대 스포츠라 불리는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중에 NFL(미식축구) 라이선스를 독점 계약을 시작했던 일이다. EA는 NFL의 독점 사용권을 내세워 다른 게임 개발업체들에게 NFL 라이선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로 인해 NFL 리그에 등록되어 있는 실제 프로팀과 선수 이름들을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EA가 아닌 다른 게임 개발사들은 NFL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직격탄을 맞은 회사가 바로 2K 게임즈의 전신이었던 비주얼 컨셉츠의 모회사 세가였다. 당시 세가의 자회사였던 비주얼 컨셉츠의 NFL 2K는 시리즈 제작이 중단되면서 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여기서 맞붙은 것이 미국의 대중 스포츠 중에 하나인 메이저 리그를 소재로 한 야구 게임 MLB 라이선스였다. 세가(2K 게임즈 전신 비주얼 컨셉츠는 세가의 자회사)는 EA의 독주를 막기 위해 MLB와 접촉하여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데 성공한다. 당연히 세가는 EA의 야구 게임에 제동을 걸었고 EA는 자사의 스포츠 게임 브랜드 중 하나였던 MVP 베이스볼 시리즈를 더 이상 출시할 수 없게 되었다.

[NFL 20]
이미지 – https://www.ea.com/games/madden-nfl/madden-nfl-20/about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미 사미그룹과의 인수합병과 가세가 기울어진 세가의 입장에서 EA와 맞붙어 싸울 힘은 남아 있지 않았고 테이크 투에 인수된 세가의 자회사 비주얼컨셉츠가 MLB 2K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었던 터라 해당 라이선스도 테이크 투에 함께 인계하면서 모두 넘겨버렸다. 이런 과정에서도 EA는 MLB의 독점 라이선스 제한으로 더 이상 MLB 리그 관련 게임을 출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NFL(미식축구) 라이선스의 독점으로 EA는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독점권을 행사하며 작년(2018년) 기준으로 이미 1억 3천만장이 넘는 누적판매량을 달성했다. NFL을 얻는 대신 MLB를 잃는 뼈아픈 과오를 범하긴 했어도 상대방인 세가 역시 NFL 2K 시리즈 시장 철수를 해야 했으니 서로 비긴 셈이라고 해야 할지 서로 하나씩 잃어서 둘 다 손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만 손해 본 느낌이다.

[SONY – THE SHOW 19]

참고로 두 회사의 MLB 라이선스 싸움으로 EA 스포츠와 2K 게임즈 모두 야구 게임이 수렁으로 빠져들 때 어부지리 격으로 재미를 본 회사가 있었으니 그 회사가 바로 SONY다. 소니는 두 회사가 치열한 라이선스 전쟁으로 돌입할 때 조용히 뒤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세가(이후 테이크 투 – 2K 게임즈) MLB의 라이선스 사용 허가를 받고 2006년부터 MLB THE SHOW(더 쇼) 시리즈를 출시했다.

현재 MLB 관련 게임은 소니의 ‘더 쇼’ 시리즈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형태다. 한 때 견원지간 이상으로 서로의 목을 걸고 싸움을 했던 소니와 세가(이후 테이크 투 – 2K 게임즈)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MLB의 사용허가를 받은 소니를 볼 때 당시 세가와 EA의 사이가 얼마나 나빴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EA 스포츠와 2K 게임즈 두 회사는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취득하면서 서로의 자존심을 지켰는지는 몰라도 MLB 야구 게임 시장은 다른 회사가 차지해버렸고 잘 나가던 NFL 시리즈는 한 쪽에서 출시도 못하게 되어 버리고(나중에는 다시 출시됐지만) 결국 손해 본 것은 유저들뿐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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