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게임인생, 삼성전자-콘텐츠진흥원-가천대 게임대학원장 “이제 후학 양성”

서태건 가천대 게임대학원장은 ‘산(産, 산업)-학(學, 학교)-관(官, 관청)’을 섭렵한 보기 드문 인생 이력을 가졌다.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 그룹장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 부산정보진흥원 7대 원장(3연임)을 거쳐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이 되었다.

기자와도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졌다. 2005년 콘텐츠진흥원 시절부터 인터뷰를 한 것만도 10여 차례였다. 부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나누었던 밤 담소, 송정해수욕장 횟집도 이제 추억이 되었다.

가천대 게임대학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는 길을 출발한 서태건 원장. 그와 함께 서울 강남역 게임톡 사무실에서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옆 산책길을 걸으면서 ‘30년 게임인생’을 들어봤다. 그리고 창간 7주년을 맞은 게임톡에 대한 덕담도 부탁했다.

■ ‘산-학-관’ 3관왕, “선택한 인생은 아니지만 행복했다”

그를 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산이다. 무려 8년 동안 부산정보진흥원을 3연임했다. 이제 ‘이산가족’ 청산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소회를 물었다.

그는 “8년 동안 가족에게 미안했다. 지금은 가족들과 있으니 좋다”고 웃었다. 이어 “부산은 제 2고향이다. 부산을 영화의 도시에서 콘텐츠-게임의 도시로 바꾸는데 기반을 닦고 활성화한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개인에게 큰 보람이다”고 부산 사랑을 역설했다.

부산과의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니다. 게임물관리위 위원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 1년 이상 남아 있다. 매주 내려간다. 그리고 1월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BIC Fest) 조직위원장에 연임이 되어 3년 임기를 맡아 “떠나왔지만 늘 같이 있는 느낌”이다.

부산 사랑은 끝이 없었다. 그만큼 자부심도 컸다. 2005년부터 한국최대 게임쇼 ‘지스타’를 13년 주관하는 책임자(2008년 빼고)였고, 그가 부산진흥산업장 시절 계속 부산에서 열렸으니 ‘자식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그의 인생은 게임과 떼어낼 수 없다. 삼성전자 그룹장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 부산정보진흥원장 3연임을 거쳐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이 되면서 30년 게임 인생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내 인생이 계획된 길은 아니었다. ‘관’의 상관없이 산을 했다. 그런데 산을 하다 우연히 ‘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관을 마치고 ‘학’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30년 인생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어떤 이는 사시-행시-외시 3관왕을 빗대 ‘산-학-관’ 3관왕이라고 말했다.

■ “교수님 호칭 어색하지만 게임으로 융합리더십 산실 만들겠다”

가천대 게임대학원은 신설된 학과는 아니다. 4년차 된 학과다. 그는 “이전 대학원은 제작을 위한 기능 위주 과정이 중심이었다. 저희 대학원은 인문학 요소를 가미해 ‘중독’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 해결 안되는 이슈 등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학문 위주가 아닌 산업 기반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7년 서강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약 40년만에 캠퍼스 잔디밭을 밟았다. 그는 “당시 교수님은 어려웠다. 지금은 친구 같다”고 웃었다.

가천대 게임대학원은 70%가 업계 종사자다. 30%가 학부에서 올라오는 학생이다. 이 때문에 취업보다 기존 종사자의 협업과 학생간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중심이다. 가령 게임사 대표, QA, e스포츠, 기자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진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교과 과정보다 이슈 기반 토론, 현실감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령 매주 웹진 기사 등을 읽고 ‘이슈’에 대해 토론도 한다. 5년 차 대학원은 이제 외연을 확대하고 성숙 단계에 진입한 게임산업의 든든한 후원자로 융합리더십을 키우는 학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가령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적인 요소를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전 산업에 접목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과제다. 이미 40~50대로 성장한 게임업계 베테랑들이 후학을 위해 전도사로 변신하는 데 적극 돕는다.

서 원장은 “블록체인, 가상현실, 건축과 관광 등 전 산업에 게이미피게이션을 접목하는 방법도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제가 관여하는 창작스토리협회(명예회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명예회장), 보드게임협회(고문)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가천대 게임대학원은 게임이 모든 생활과 연계하고, 산업으로 확산하는 현장 리더십을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 BIC 조직위원장 “게임산업 양극화, 인디게임 창의성으로 새 길 찾아야”

서 원장은 현재 BIC조직위원장이다. BIC를 만든 주역이고 애정이 남다르다. 그래서 항상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강조한다.

“게임업계가 양극화가 심하다. 이런 때일수록 인디게임이 중요하다. ‘마인크래프트’ 같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들을 선보여야 한다. 단순한 직업이 아닌 천직을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가천대 게임대학원에서도 이 같은 철학을 전파하겠다.”

지난해 BIC는 전년 대비 약 1500명 증가한 1만 1797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창의력의 보물 같은 인디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올 초 타이베이게임쇼를 다녀온 소회를 전했다. “타이베이게임쇼(TGS)는 지스타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인디존이 활성화도 있고 현장 열기도 뜨거웠다. 다른 컨셉으로 경쟁력을 과시했다. 또한 콘솔 기반이어서 세가, 반다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참석했다. 지스타에 없는 모습이 있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BIC도 5년차다. 홍보보다 진짜 초심을 돌아볼 시기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더 유저와 개발자에게 다가서는 기획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정부도 진정성 있는 지원을 해주고, 협업기업도 창의 기반을 위해 지원을 부탁한다. 개발자들도 재미 요소가 돋보이는 창의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시종일관 ‘인디’ 정신을 강조했다.

■ “게임톡 창간 엊그제...시간을 뚫고 온 매체 새 역사 만들었다”

서태건 가천대 게임대학원장은 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이자 지스타공동집행위원장으로 게임톡 6주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6년동안 ‘게임톡’은 게임산업 종사자와 게임유저, 일반대중 간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의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7주년을 맞아 덕담은 직접 게임톡 사무실에서 주었다. 그는 새삼 기자도 잊고 있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놀라운 기억력이다.

“게임톡의 최초 기사는 2011년 12월 9일 8시 59분에 올라왔다. 이후 새 역사를 만들었다. 시간을 뚫고 온 매체가 되었다.”

그는 “게임톡이 만들어질 때 7년 전이 엊그제 같다. 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시절, 부산진흥원 시절, 그리고 지금 가천대 게임대학원장으로 박명기 대표를 만나니 인연이 깊다. 박 대표는 늘 젊게 산다. 도전 정신으로 새 콘텐츠를 발굴하면서 매체와 산업간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놓고 칭찬을 쏟아내어 몸둘 데 없어 당황했다. 30년 게임 인생 경력을 후학 양성이라는 ‘교수님’이라는 새 길을 시작한 서태건 원장. 그와 기자와 인연도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태건 가천대 게임대학원장은?
1977년 대일고등학교(서울) 졸업
1984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뉴욕주립대학교 MBA 졸
1988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과장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 전략기획팀장
1998년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 그룹장
2002년 에스오티 전무이사
2004년 비트윈 전무이사
2004년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산업문화본부장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글로벌게임허브센터장
2010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지스타공동집행위원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2016년 부산정보진흥원 7대 원장(3연임)
2016년 호서대 벤처대학원 경영학(벤처경영) 박사
2018년 가천대 게임대학원장 취임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