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리아’ 개발한 정현태 스튜디오8 대표, 박훈 스튜디오8 실장 인터뷰

[정현태 대표(왼쪽)와 박훈 실장(오른쪽)]

넥슨의 PC 온라인게임 ‘아스텔리아’가 오랜 담금질을 마치고 연말 출격을 선언했다. 오는 12월 13일 오픈베타에 돌입하는 ‘아스텔리아’는 바른손이앤에이 산하의 스튜디오8이 언리얼엔진3로 개발중인 정통 MMORPG로,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 등 대작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정현태 사단의 최신작이다. 넥슨은 2016년 바른손이앤에이와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게임을 선보인다.

‘아스텔리아’의 전신인 ‘아케론’까지 거슬러올라가면 개발 기간은 무려 10년에 달한다. 강산도 바뀐다는 시간이다. 그동안 게임은 내부적으로 여러 번 변화를 맞이했지만, 정통 MMORPG라는 기조만큼은 그대로다. “PC MMORPG 제2의 전성기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만들었다”는 정현태 스튜디오8 대표와 박훈 스튜디오8 실장을 넥슨 사옥에서 만났다.

정현태 대표는 ‘아스텔리아’가 정통 MMORPG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통 MMORPG는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고 이들의 협력 플레이가 중요시되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혈혈단신으로 적을 일망타진하는 핵앤슬래쉬 액션 MMORPG들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게임들은 사실 RPG(역할수행게임)의 본질에서 많이 비껴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액션 MMORPG에서는 혼자서 능력의 결핍 없이 많은 것을 해내야 하다보니 RPG의 기본 요소인 역할 구분이 퇴색된다”며 “MMORPG의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탱, 딜, 힐이 나뉘어야 한다. 아스텔리아는 협력 플레이를 중요한 가치로 봤다”고 말했다. 또 논타깃팅이 아닌 타깃팅 방식을 사용한 이유도 파티플레이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의 게임은 십수년 전 PC MMORPG가 전성기였던 시절에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때의 청년들은 여럿이 파티를 맺고 진득하게 즐겨야 하는 정통 MMORPG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30~40대가 되었고, 지금은 모바일게임으로 그 때의 추억을 달래는 중이다. ‘아스텔리아’의 목표는 이들을 다시 PC 앞에 앉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스텔리아’가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려면 30~40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게임산업의 중추인 20대들까지 품어야 한다. 그게 넥슨과 스튜디오8이 당면한 숙제다. 정 대표는 “사실 우리 게임이 30~40대에 적합할 것이라고 내부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20대 유저들도 많이 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웃으며 “특정 연령층만 타깃으로 삼는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삼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스텔리아’는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아스텔리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30종 이상에 달하는 ‘아스텔’이다. ‘아스텔’은 유저의 캐릭터가 가진 약점을 보완해주는 일종의 소환수다. ‘아스텔’은 워리어, 아처, 로그, 메이지, 스칼라, 뮤즈, 나이트 등 7종의 클래스로 나뉘는데, 전투에서는 최대 3종까지 소환이 가능하다.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와 3종의 ‘아스텔’을 조합해서 전투를 전략적으로 풀어나가게 된다. 모두 같은 클래스로 통일해 힘을 줄 수도 있고, 클래스를 균형 있게 섞어 안전함을 도모할 수도 있다.

‘아스텔’은 오픈베타 기준으로 30여종이며, 이후에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언뜻 영웅수집형 RPG를 연상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아스텔을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스텔을 게임에서 제거해도 정통 MMORPG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게 개발의 기조”라며 “아스텔은 여러가지 던전에서 골고루 획득할 수 있는 추가 요소다. 아스텔만 따로 성장시켜야 하는 등의 추가적인 부담은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특정 ‘아스텔’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해당 ‘아스텔’이 나오는 던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수고는 필요하다. 같은 ‘아스텔’을 모아서 합쳐야 등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요소인 ‘아스텔’로 인해 ‘아스텔리아’는 한층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유저 한명이 소환하는 ‘아스텔’이 3명이나 되다 보니, 유저 여럿이 모였을 때 수십 개의 ‘아스텔’이 화면을 뒤덮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초반에는 아스텔이 유저의 시야를 많이 가리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지금은 그것을 조금씩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스텔리아’의 파티 수용인원이 4명에 불과한 것도 ‘아스텔’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또한 ‘아스텔’ 콘트롤이 너무 어렵지 않도록 AI(인공지능) 성능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스칼라 계열의 ‘아스텔’은 파티원들 중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캐릭터에게 알아서 자동으로 힐을 한다.

박훈 실장은 “파티플레이에서의 아스텔은 개인이 아닌 파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며 “아스텔을 소환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지 않도록 설계했다. 실질적으로는 다른 파티원들의 아스텔까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텔리아’는 올해 국내에 출시된 몇 안되는 PC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더욱 보기 힘든 정통 MMORPG다. 신작 게임을 한손에 꼽을 정도로 국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침체됐다. 정 대표는 ‘아스텔리아’가 성공한다면 PC 온라인게임에 봄날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PC 온라인게임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게 배틀그라운드”라며 “그 다음에 바통을 이어받은 로스트아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만일 아스텔리아까지 잘 된다면 PC 온라인의 전성기가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전성기가 다시 와서 MMORPG가 새롭게 도약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그동안 나온 게임들 중에는 초반에 반짝하다가 금방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 나름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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