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해커 데피니션식스 대표, BIC 페스티벌 컨퍼런스 키노트 강연

크리스 해커 데피니션식스 대표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발견된 우연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경청하는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했다.

크리스 해커는 13일 부산 영화의전당에 열린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페스티벌) 2018 컨퍼런스에서 ‘게임 디자인으로 보는 행운과 경청’이라는 주제로 키노트 강연을 펼쳤다. 크리스 해커는 미국 출신의 프로그래머로, 추리게임 ‘스파이파티(SpyParty)’로 유명한 데피니션식스의 창립자다. 그는 이 강연에서 우연이 게임에 반영되는 사례를 ‘스파이파티’ 개발 과정을 통해 소개했다.

‘스파이파티’는 두명의 유저가 치열한 심리 싸움을 벌이는 PC 게임이다. 스파이를 맡은 유저는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수많은 NPC들에 뒤섞여서 신분을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스나이퍼를 맡은 유저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누가 스파이인지 알아내고, 단 한발의 총알로 스파이 활동을 저지해야 한다. 데피니션식스는 2009년 ‘스파이파티’ 개발을 시작해 약 9년간 게임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2018년에는 스팀에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출시됐다.

크리스 해커는 ‘스파이파티’의 일부 콘텐츠는 유저들이 만들어냈다며, 개발자가 만들어낸 것을 유저들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특정 NPC를 유혹하는 임무다. 개발팀은 스파이가 해당 NPC에 접근하면 QTE(Quick Time Event,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클리어하는 액션 요소) 방식의 액션 테스트 바가 발생하도록 디자인했다. 좌우로 오가는 막대기가 멈췄을 때 녹색 또는 흰색 범위에 있으면 NPC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빨간색 범위에 있으면 NPC가 대화를 듣지 않고 가버린다. 타이밍을 놓쳐 빨간색에 멈추게 되면 ‘실패’라는 게 개발팀의 의도였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를 스나이퍼를 속이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타이밍을 놓쳐서 빨간색을 선택하고, 대화하지 않고 돌아서 가버리는 NPC를 스파이인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스나이퍼는 스파이가 누군지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크리스 해커는 “우리는 부정적인 결과가 되도록 설계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방식이었다. 나는 이를 고치지 않고 사람들이 이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스파이 유저들은 게임 속의 다양한 요소를 스나이퍼 유저를 속이는데 활용했다. 도청장치를 부착하는 임무에서는 롱드레스를 입은 캐릭터를 활용했다. 평범한 캐릭터는 가까이 접근해 도청장치를 심을 때 동선이 부자연스럽게 바뀌지만, 드레스 때문에 걸음이 느린 캐릭터는 일직선으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러 칵테일잔을 한손에 들기도 했다. 이 게임에서는 손에 무언가를 갖고 있으면 상호작용에 불편함을 겪는다. 그래서 스나이퍼들은 칵테일잔을 든 캐릭터들을 스파이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키곤 했다.

크리스 해커는 게임 개발에서 이러한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유저 피드백, 충분한 시간, 비옥한 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저 피드백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스파이게임은 9년동안 개발된 게임”이라며 “무언가를 깨닫고 발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것들을 창조시킬 수 있는 터전인 비옥한 땅(샌드박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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