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게임 부서, 본부로 격상”

김영준 신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신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CKL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부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였다. 간담회가 열리기 전,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때처럼 윤종신과 정인의 ‘오르막길’, 뜨거운감자의 ‘생각’ 등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김 원장이 직접 선곡한 곡들이다.

김 원장은 1990년대부터 다음기획 대표, 음반제작자연대 대표,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이사, 고양문화재단 이사, 세한대 교수 등을 지냈다. 다음기획은 윤도현, 김제동, 정태춘, 박은옥, 김C 등이 소속됐던 연예기획사다.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이 콘텐츠진흥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대중음악 음원제작, 매니지먼트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콘텐츠진흥원장 업무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며 “대학에서도 10년 넘게 강연을 하며 콘텐츠 시장을 쭉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전임 송성각 원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1년 이상 원장이 공백상태로 있었다. 김 원장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관행,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적폐청산이라 생각한다”며 “문책 보다는 그런 사태가 일어나게 했던 제도의 개선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구성원들이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김 원장은 “제 생각 이상으로 능력을 많이 가진 분들”이라며 “이들의 아픈 마음 달래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재 콘텐츠진흥원 내부에서 TF 팀을 구성,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조직이 빨리 안정화 돼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현재 문체부와 협의가 거의 완료된 상태”라며 “다음 주 정도에는 그 내용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로 수출되는 콘텐츠 중에서는 특히 게임과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게임과 방송은 매출이나 해외수출 비중이 다른 장르보다 매우 높다”며 “특히 게임 같은 경우는 문화콘텐츠에서 수출 효자 장르”라고 말했다. 현재 게임과 방송은 모두 진흥원 내 콘텐츠진흥1본부에서 맡고 있다. 김 원장은 “게임과 방송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인식해 본부로 격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에 대해서는 “주무부처가 문체부인만큼, 게임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 가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콘진원이 게임을 규제하는 쪽 아니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게임업계의 요구와 의견이 중요한 만큼 업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음원시장 매출도 늘고 있다”며 “앞으로의 킬러콘텐츠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과 결합된 또 다른 음악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공정과 상생에 방점을 두고 싶다”며 “모든 콘텐츠 시장에서 공정과 상생이 담보가 돼야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합리한 관행, 방송 제작 환경에서의 갑의 횡포, 불공정 계약, 그런 것도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역시 공존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류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특정 지역과 장르에 지나치게 편향돼 있고, 혐한류 등의 이슈도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금보다는 조금 달라진 정책과 접근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쇼케이스나 마켓에 참가하는 것을 탈피해서 여러 사업모델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장은 선임 과정에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탁현민 행정관은 과거 다음기획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김 원장은 “탁 행정관과 6년간 함께 일했으나, 저의 선임 과정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에도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적어도 그 어떤 전임 원장보다도 정부와 문체부, 유관기관들과 협조를 잘 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외부 압력이 없었는데, 압력이 있다 하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다. 그 정도 인적 네트워크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콘텐츠진흥원은 파워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국회와의 관계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니라, 소통과 협의로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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