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거래소에 제동 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결정, 법적으로 타당한가

[게임, 이런 법이] 아이템 거래소에 제동 건 게임물관리위원회 결정은 타당한가

최근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아이템 거래소 문제가 게임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게임회사 주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라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언론을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이 올해 5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아이템 거래소 설치를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재분류 결정을 받으면서다. 언론에 주목을 받으며 좋은 분위기에서 주식 상장까지 진행했던 넷마블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고, 엔씨소프트 역시 부랴부랴 아이템 거래소 콘텐츠를 제외한 채 ‘리니지M’을 출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리니지2 레볼루션’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게임머니로 아이템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리니지M’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할 수 없지만 아이템거래가 가능한 성인용 버전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청불 등급 결정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결정한 근거로 제시한 법규정은 게임산업진행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21조 및 등급분류 규정 제7조 제4호였고, 아이템 거래소의 사행성으로 인해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된다는 내용 또한 덧붙였다. 위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게임법 제21조 제2항은 “게임물의 등급을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로 나누고 있고, 동조 제4항은 “위원회는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물에 대하여 사행성게임물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더불어 동조 제7항에서는 “제2항에 따른 등급분류 기준과 제4항에 따른 사행성 확인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 규정에 근거해 제정된 게임법시행규칙(문화체육관광부령 제282호)은 제8조 제1항 제3호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기준으로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성, 폭력성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게임물’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기준’에 규정된 ‘사행성’에 대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는 같은 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2호의2의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의 등급 기준에 관한 규정내용과 다른 형태다).

또한 게임법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게임법 제21조 제7항에 따른 사행성 확인 기준은 게임법 제2조제1호의2 각목에 규정된 게임물에 대하여 그 이용 결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줄 수 있는지 여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여기서 제2조 제1호의2 각목에 규정된 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경마·경륜·카지노 모사한 게임물 등’을 말하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편의상 ‘법 제2조 제1호의2 게임물’이라 하고, 위 게임물 외의 게임물을 ‘일반게임물’이라 지칭하겠다).

이상과 같이 게임법과 게임법시행규칙만을 살펴보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법 제2조 제1호의2 게임물’이 아닌 ‘일반게임물’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결정하는데 있어 ‘사행성 요소’가 어떻게 고려되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즉, 현행 게임법령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은 ‘법 제2조 제1호의2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게임물에 대한 사행성 확인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법의 이러한 허술한 규정체계에도 불구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제정한 ‘등급분류 규정’에서 상위법령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동 규정 제7조 제4호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기준에 ‘사행성’을 추가하고 있다. 또 ‘등급분류 규정’ 제12조 제3호에서는 사행성과 관련한 청소년이용불가등급 판단에 있어 해당 게임물이 ‘법 제2조 제1의2호 게임물’인 것을 전제로 하나, 실제는 ‘일반게임물’ 전반으로 확대해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여성가족부에서 제정한 ‘게임아이템거래 중개사이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고시’에 의하면 아이템 거래가 청소년에 유해한 것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위 고시를 근거로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유료화할 수 있는 아이템 거래소가 포함된 게임’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게임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고시(여성가족부고시 제2013-45호)>

 


결국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법령에 의한 구체적인 위임 없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분류 기준에 ‘사행성’을 포함시키고, 사행성게임물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한 법령의 근거 없이 ‘법 제2조 제1호의2 게임물’ 외에 게임물 전반으로 확장 적용시키고 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고시에서 규정한 게임아이템 거래에 있어서의 청소년유해성을 차용,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 등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이템 거래, 사행성 등과 관련한 게임법령의 재정비 필요

엄밀히 말하면 유료 재화를 이용하여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는 사행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왜냐하면 사행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우연성’ 여부인데 아이템 구매 자체는 상거래일 뿐 우연성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7273 등 판결 참조).

하지만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확보하는 과정이 우연성에 기반한 경우, 그러한 과정을 통해 확보된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점에서 사행성이 가미되었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논의 등을 통해 해당 게임에 사행성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위 법령의 규정 내용을 초과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마련한 규정들을 토대로 모든 게임물의 사행성을 확인하고, 이를 등급심사에 반영하는 행정관행은 명백히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게임법과 같이 입법부 내지 행정각부가 변화의 속도 내지 경향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또는 쫓아가지 못할 것이고 생각하는) 영역일지라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 행정각부가 제정한 시행령 등에 근거한 행정규제가 아니라면 이는 명백히 헌법 위반 사안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규제 시스템 때문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명확하지 않은 규제 내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 정부, 관련 업계의 현실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사행성게임물 내지 게임물의 사행성확인’과 관련한 게임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게임 산업계에서의 활발한 논의와 현행 입법시스템 수준이라면 주먹구구식으로, 임시방편적으로 땜질 하듯 게임법을 개정해온 악순환을 충분히 떨쳐 버릴 수 있으리라 본다.

<글 박종일 변호사>

박종일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헌법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건을 다루면서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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