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논란 끝에 29일 국내 개봉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인류의 육식이 얼마나 많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폭로한 바 있다. 책 내용에 반박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가 육식이라는 식습관을 이어가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을 소모한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보면 10여년 전 제레미 리프킨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의 어린 소녀 미자(안서현)가 자신이 키우던 ‘슈퍼돼지’ 옥자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어드벤처물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돼지란 글로벌 기업 미란다 코퍼레이션이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개발한 가축이다.

미란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슈퍼돼지가 기존 가축보다 훨씬 적게 먹고, 배설물의 양은 적으며, 맛도 좋은 신종품이라고 강조한다. 영화 포스터에 보듯 육중한 몸으로 인해 고기의 양도 많다. 축산업계로서는 그야말로 꿈같은 가축이다. 옥자는 그렇게 개발된 슈퍼돼지 중 한 마리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산골에서 사는 미자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평화롭게 지내던 이 둘에게 어느날 마린다 코퍼레이션의 조니(제이크 질렌할)가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옥자’는 어드벤처, 액션, 코믹, 드라마가 경쾌하게 섞여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의식한 듯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이 영화는 12세 관람가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고 표현도 상당히 직접적이다. 이 때문에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봉 감독의 전작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은 ‘괴물’일 텐데, 이 영화는 ‘괴물’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극중 옥자와 미자가 처한 상황은 순수함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세계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조금씩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는 돈을 위해,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거나 선한 목적을 위해서다. 끝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인물은 10대 소녀 미자와 말 못하는 동물 옥자뿐이다. 그 결과 둘은 어른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상처를 받는다.

‘옥자’는 단순하게만 해석하면 어린 소녀와 동물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봉준호 감독은 이 동물과 소녀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 만연한 인간과 기업의 탐욕, 여전히 논란 중인 유전자변형식품(GMO) 문제, 공장식 대량 사육의 비인간성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영화 곳곳에 녹아 있으며, 옥자의 몸무게만큼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구조는 심플하지만, 보고 난 이후 생각할 거리가 제법 많아지는 영화다.

기존 작품들과 다른 색깔이지만, ‘옥자’에는 봉준호 감독만의 시선과 유머,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있는 영화다. 몇몇 등장인물들의 경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인데, 영화의 큰 줄기를 봤을 때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기는 힘들다.

‘옥자’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영화라는 이유로 인해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인가”라는 질문이 따라 붙는다. 이는 넷플릭스 가입자, 극장을 찾지만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은 관객, 그리고 넷플릭스에 이미 가입한 영화 관객에 따라 조금씩 선택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 즉 스펙터클을 중요시하는 관객이라면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옥자의 모습이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상당히 잘 구현됐다. 영화 시작 10분 만에 CG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 정도다. 또 옥자가 달리거나 물에 빠질 때, 사람들과 뒤엉키는 장면들도 극장에서 봤을 때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다리우스 콘지의 촬영으로 표현된 영화 후반부의 음울한 장면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옥자’는 29일 국내 개봉하며,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서비스된다. 단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보이콧으로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개봉일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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