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이 게임 개발자라는 점이 게임규제와 무슨 상관인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게임업계는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해 보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강화돼 온 게임 규제에 힘들어했던 업계였던 만큼,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특정 산업의 법제도 개선이나 진흥정책 수립 등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그러한 정책을 시행해 나가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점도 이해가 간다. 다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들이 한편으로는 불안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게임업계에 화제를 모은 사실 중 하나는,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게임 개발자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가 속한 티노게임즈가 만든 모바일게임 ‘마제스티아’는 출시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덩달아 게임 업계의 규제 완화를 예측하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졌다. 한 시사 주간지는 “대통령의 아들이 게임 개발자라는 사실에 업계는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아니, 상관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 아들이 게임 개발자라는 이유로 규제가 풀린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대통령 아들이 게임을 싫어하거나, 게임 중독 피해자라면 게임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당연한가. 대통령 친인척이나 손자가 밤새 게임을 한다고 셧다운제를 더욱 강화시켜야 하는가.

국내 최대 게임사 한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과 게임 규제는 사실 큰 관련이 없는데, 언론이나 업계 일부에서 지나치게 오버하는 느낌”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그는 “어설프게 관련 규제들을 풀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거나, 풀렸던 규제가 다음 정부에서 다시 생겨날 수도 있는 문제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게임업계나 시민사회단체가 게임 규제를 반대해 온 이유는 그것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PC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규제의 경우 일단 법적인 근거 자체가 없다. 성인이 온라인게임에 월 50만원 이상 결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왜 하필 50만원인지도 알 길이 없다. 전 세계에서 성인의 게임 결제 한도를 정해놓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데, 법적 근거조차 없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2014년 4월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에서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 헌재 판결문을 보면, 헌재는 청구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강제적 셧다운제에 법률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침해,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평등권 침해,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이 주된 이유였다. 셧다운제를 위해 게임사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당시 헌재가 애매한 근거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판결 이후에도 논란이 식지 않는 상황이다.

이전 정부보다 게임 업계에 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것은 업계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웹젠 의장을 지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 청와대 정무수석 발탁 등 게임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정치권에서 활약한다는 것도 업계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무작정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냉정하게 여론을 살펴보면 지금 한국 게임업계는 업계 종사자들로부터도, 유저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자율 규제에 대해서도 날선 시선이 꽂힌다. 개발사의 과도한 야근과 크런치 모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게임 업계 내부의 잘못된 관행이나 사건 사고는 거의 실시간으로 블라인드나 SNS를 타고 퍼져나간다. 한국 게임사들의 개발 능력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온라인, 모바일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게임 업계에 대한 불신이 지금처럼 팽배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규제 완화나 정부의 진흥 정책은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정부와 대화나 토론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규제 법안이 발의돼 산업을 뿌리째 뒤흔들기도 했다. 과도한 규제에는 유저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게임을 마약, 알코올과 동급으로 놓겠다던 중독법 논란이 그랬다. 그러나 유저들의 비판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지는 않는다. 그 어떤 정부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있다면, 적어도 대화는 통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대화에서 정부와 유저들을 설득하고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느냐는 결국 게임 업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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