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 게임 원작 영화 ‘어쌔신 크리드’, 1월 11일 개봉

제이크 질렌할의 출연작 중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라는 영화가 있다. 2010년 개봉해 전 세계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영화다. 원작은 프랑스 개발사 유비소프트가 2003년 발표한 동명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유비소프트는 이 ‘페르시아의 왕자’의 후속작을 계획했다. 타이틀은 ‘페르시아의 왕자: 어쌔신’이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암살자가 왕을 호위하기 위해 적들을 암살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유비소프트는 몇 차례 게임을 갈아엎다, 페르시아 왕자를 덜어내고 암살자를 주인공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타이틀을 선보였다. 그게 ‘어쌔신 크리드’다. 이 게임은 전 세계 유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새로운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수백만 장이 팔려나갔다. 누적 판매량은 7400만장이 넘는다. 그리고 1월 11일, 마침내 이 ‘어쌔신 크리드’가 영화로 만들어져 한국에서 개봉한다.

원작 팬들의 기대 높은 프랜차이즈

게이머들이 ‘어쌔신 크리드’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원작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실존 인물과 단체들이 등장하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미스터리가 허구와 함께 엮이는 세계관이다. 소재 고갈에 허덕이다 프리퀄과 스핀오프를 사골국물처럼 우려먹는 작금의 할리우드를 생각해 보면, 사실 이만한 스토리도 드물다.

알테어, 에지오 등 원작 캐릭터는 어떤가. 후드를 푹 눌러 쓴 암살자가 너무 멋있는 나머지 수많은 게임에서 카피가 이뤄졌다. 이제는 게임에서 후드를 쓴 캐릭터가 나오면 직업이 암살자라 보면 된다. 여기에 게임 원작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호화 캐스팅이 이뤄졌다. 주연 배우가 무려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 제레미 아이언스다. 연출은 ‘맥베스’의 저스틴 커젤 감독이다. 출연진만 놓고 봐도 지난해 개봉했던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캐스팅도 좋고, 원작의 스토리도 준수하며,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 2시간 동안 암살검으로 선악과만 돌려 깎아도 감탄사가 터지는 영화가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해외에서는 시사회 이후 마치 경쟁하듯 혹평이 쏟아졌다. 해외 리뷰사이트 로튼 토마토 지수는 한때 15%까지 떨어졌다. 게임 팬들은 기대하던 영화가 ‘암살닦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비디오 게임 원작 영화의 딜레마

게임 원작 영화는 태생적으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면 원작을 가져올 필요가 없고, 지나치게 원작과 달라지면 팬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반대로 게임을 모르는 관객을 외면한다면 흥행에 실패한다. 이 접점을 찾기가 까다롭다. ‘워크래프트’의 던칸 존스 감독도, ‘어쌔신 크리드’의 저스틴 커젤 감독도 모두 언론을 통해 호언장담했다. “원작 게임 팬들과 영화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겠습니다.” 말이야 쉽지. 우주의 번뇌와 고민을 한꺼번에 끌어안겠다는 선언이다.

포스터에 나온 마이클 패스벤더의 손을 보자. 오른손 약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에서는 암살자가 되려면 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암살자의 무기 히든 블레이드(Hidden blade)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손목 안쪽에 장착하는 이 무기는 주먹을 쥔 상태에서도 칼날이 순식간에 튀어나오도록 설계됐다. 이때 손가락이 방해되니 약지를 제거한다. 이는 게임 1편까지의 설정이고, 2편부터는 자르지 않아도 된다.

영화에서도 암살자들은 네 번째 손가락이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배경 설명은 생략돼 있다. DNA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계 애니머스에 접속할수록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가 강해진다는 점 역시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즉 원작을 알지 못할 때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장면과 대사가 조금씩 등장한다.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면 관객 입장에서 플롯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영화에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설정과 이야기들이 추가됐는데, 이 부분을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다. 칼럼 린치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의 조상인 암살자 아귈라가 현재의 칼럼 린치와 동기화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아마 이 영화가 해외에서 비판 받은 부분도 그 지점이 아닐까 한다. 독수리를 촬영할 시간에 차라리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면 욕을 덜 먹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그저 암살닦이로 그칠 망작인가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면, ‘어쌔신 크리드’는 오락 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게임을 모르는 관객과 게이머가 느끼는 재미의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다행인 것은 그 간극이 ‘워크래프트’보다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저스틴 커젤 감독은 주인공 칼럼 린치 캐릭터를 상당히 공들여서 표현해 냈다. 이는 캐릭터에 과도하게 집착했다는 뜻도 된다. 그만큼 ‘어쌔신 크리드’에서는 암살자 캐릭터가 중요하고, 첫 영화인만큼 캐릭터 구축에 많은 분량을 할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임 팬들이 아쉬워할 부분도 있다. 잊을 만하면 독수리가 날아다니는데 정작 조상님이 물려주신 ‘독수리의 눈’은 나오지 않는다. 속편을 위해 남겨둔 것인지, 일부러 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독수리는 너무 열심히 날아다녀서 출연료가 궁금해질 지경이다(아퀼라는 독수리라는 뜻이다).

당신이 만약 게임 ‘어쌔신 크리드’의 열성 팬이라면, 로튼 토마토나 해외 영화매체의 평가는  무시하고 극장으로 향하길 권한다. 거대한 화면에서 펼쳐지는 ‘후드 간지’와 ‘신뢰의 도약’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1편보다 후속편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이미 속편 제작을 예고했다. 유비소프트는 원래 짝수 시리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회사임을 알지 않는가.

한 가지 더. 보통 게이머들이라면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이 게임과 비슷한 역할이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진실은 없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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