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넥슨레드 디렉터, NDC서 SRPG 개발 노하우 공유

모바일게임 ‘슈퍼판타지워(판타지워택틱스R)’ 개발을 총괄하는 이정근 넥슨레드 디렉터가 4년간 모바일 SRPG를 개발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1년 6개월간 게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는 27일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슈퍼판타지워’는 SRPG(Simulation RPG)로, 지형과 이동 등 전략적인 요소를 강조한 턴 방식 RPG다. PC 패키지게임 시대에서는 주류 장르로 활약했으나 온라인게임이 득세하기 시작한 후 급격하게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모바일게임이 태동하던 시기에도 주목받지 못했는데, 시장에서는 조작하기 어려운 SRPG보다는 자동사냥을 탑재한 미드코어 RPG가 더 환영받았다.

이 디렉터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대세를 따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미드코어 RPG는 이미 레드오션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개발인원도 턱없이 적고 모바일게임 개발 경험도 없던 터라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뭔가 차별화되는 요소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즐겼던 SRPG에 생각이 미쳤다.

이 디렉터는 “당시 모바일게임 SRPG는 고전 패키지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작품들밖에 없었다”며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서도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SRPG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쉬운 SRPG라는 콘셉트의 ‘슈퍼판타지워’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 디렉터는 SRPG의 약점이었던 어려운 조작법을 대폭 개선하고, 자동사냥도 집어넣었다. 그는 “자동사냥은 논리보다는 감성의 문제”라며 “SRPG의 핵심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동사냥을 원하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SRPG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두가지 요소로 스토리와 캐릭터 획득 방식을 들었다. RPG의 문법이 고착화된 상황에서는 잘 짜여진 스토리가 차별성이 될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동료를 계속 늘려가는 구조가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캐릭터 뽑기 방식은 개발 도중에 단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이긴 하지만 SRPG의 핵심 가치에 위반된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슈퍼판타지워’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든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슈퍼판타지워’는 캐릭터 뽑기가 없는 게임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웹툰 ‘노블레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로 신규 캐릭터를 판매하면서 유저들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친 것. 이 디렉터는 그 당시를 흑역사라고 표현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잘못”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6개월간 게임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글로벌 원빌드와 과정을 중요시한 게임디자인을 꼽았다. 그는 “현재 슈퍼판타지워의 매출 비중은 한국보다 글로벌이 높다”며 “글로벌 원빌드로 유저 범위를 넓힌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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