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너즈워’를 e스포츠로, 이상훈 컴투스 게임사업팀장 인터뷰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달라졌다. 마치 클래식 RPG처럼 진득하게 몬스터를 모으고 키우는 매력은 여전한데, 전에 없던 박진감과 쫄깃함이 더해졌다. 17일 실시간 대전(PvP) 콘텐츠인 ‘월드 아레나’가 업데이트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업데이트인만큼 컴투스 개발팀은 물론이고 사업팀과 마케팅팀도 분주하게 뛰는 중이다. 특히 사업팀은 업데이트에 맞춰 ‘서머너즈워’ 최초의 유저 초청 오프라인 대회인 ‘서머너즈워 월드아레나 인비테이셔널’을 시작했다.

게임에 관전의 재미를 더하는 한편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까지 타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머너즈워를 아는 사람이 이 대회를 관람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상훈 게임사업팀장을 컴투스 본사에서 만났다.

30초 안에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라… 전략적 재미 쏠쏠

‘월드 아레나’에서는 글로벌 유저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실시간으로 맞붙는다. 원래 ‘서머너즈워’는 한국, 유럽, 중국, 일본, 아시아, 글로벌 6개 서버로 나뉘어 서비스중이지만 이 콘텐츠만큼은 서버 구분이 없다. 한국 유저가 중국 유저를 만나기도 하고, 일본 유저가 유럽 유저를 만나기도 한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이다.

물론 ‘서머너즈워’는 ‘월드 아레나’ 말고도 다른 대전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전략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동기식 PvP 콘텐츠다. 수비가 영지에 몬스터를 배치해 놓으면, 공격이 상성에 유리한 덱을 준비해서 쳐들어가는 방식이다. 수비의 전략을 훤히 알고 시작하는데다가 인공지능(AI)을 상대하다보니 공격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전투 분위기는 자연스레 느긋해졌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월드 아레나’는 다르다. 대전이 벌어지기 전 덱을 짜는 순간부터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진다. 교대로 몬스터를 골라서 가져가야 하는데, 앞의 사람이 가져간 몬스터를 중복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전략의 중추를 맡은 몬스터를 선점당하면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여기에 픽밴(pick&ban) 시스템이 들어가면서 전략성이 더욱 강조됐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선공이 한마리만 가져가고, 그 다음 후공부터 두마리씩 가져가서 총 다섯마리씩 가져간다. 이렇게 픽이 끝난 후 상대방 덱에서 한마리를 골라 제외시키고 최종적으로 4대4로 전투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상대의 전략에 훼방을 놓으려는 시도와 자신의 전략을 숨기려는 블러핑이 난무한다. 유저들 두뇌 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상훈 팀장은 “픽밴을 하는 순간부터 수싸움이 시작되며, 전투 중간에 의외의 역전이 일어나는 등 매력이 굉장히 많은 콘텐츠”라며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 아레나’에서 승리할 수 있는 팁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이 팀장은 “보유한 몬스터가 많으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최강 캐릭터를 상대방이 먼저 픽했을 때를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30초 안에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몬스터를 선택하는게 괴로우면서도 재미있다”며 “자신이 생각한 전략대로 게임이 흘러갈 때의 쾌감이 짜릿하다”고 전했다.

라이트유저에 콘텐츠 강요하지 않을 것… 보는 재미 주겠다

‘월드 아레나’에 대한 전세계 유저들의 관심은 뜨겁다. 컴투스는 ‘월드 아레나’ 정식 오픈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시범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동안 약 3000만 판의 경기가 펼쳐졌다. 특히 경쟁 콘텐츠를 선호하는 유저들의 호응이 높았다.

그러나 패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유저들도 많았다. 특히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랭킹 중하위권 유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컴투스로서는 이 부분이 큰 고민이었다. 모든 유저들이 다 즐겼으면 좋겠지만, 자칫 하위 유저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결국 하드코어 콘텐츠로 포지셔닝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팀장은 “몬스터를 적게 보유한 유저들에게 콘텐츠를 억지로 하도록 강요하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보상은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형상변화(꾸미기) 아이템 위주”라고 설명했다. 가령 몬스터에 날개가 달린다거나 눈에 확 띄는 모습으로 바뀌는 식이다. 그는 “형상변화만 제공해도 열심히 하는 유저들은 동기부여를 얻는 것 같다”며 “한 시즌에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형상변화도 있다”고 덧붙였다.

컴투스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모바일 e스포츠로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오프라인 대회인 ‘서머너즈워 월드아레나 인비테이셔널’도 이러한 방향에서 출발했다. 19일부터 상암 OGN 기가아레나에서 진행되는 이 대회는 한 팀을 이룬 3명의 유저가 각각 대결을 펼쳐 팀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우승을 가린다.

이 팀장은 “시범테스트 기간 동안 수많은 상위권 유저들이 아프리카TV, 트위치, 유튜브 등으로 방송을 하더라”며 “방송을 지켜보니 서머너즈워도 보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정식서비스를 맞아 이렇게 대회도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유저들만 참가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해외 유저들을 위한 글로벌 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팀장은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단계”라며 “페이투윈(P2W)이나 밸런스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많은 고민중이며, 이 문제들이 해결되면 당연히 e스포츠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서너머즈워’는 글로벌 서비스 1000일을 돌파하며 장수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게임매출 top10에 진입하는 등 한국 게임으로는 유례 없는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자연히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세간의 기대도 높다. 이 팀장은 “서머너즈워 같은 장수 게임이 계속 신규 유저를 모으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웃으며 “이번 업데이트는 유저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목표를 잡았으니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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