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리더스포럼 세미나에서 'VR의 미래' 주제로 강연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오감을 실제와 똑같이 만드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 기어VR 개발을 주도한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장이 가상현실(VR)의 궁극적 목표를 제시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실제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 삼성전자가 꿈꾸는 VR이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강 부장은 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미디어리더스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가상현실(VR), 미디어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강연 내용은 VR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적용 사례 및 콘텐츠 제작 방식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신기술 반짝인기? VR은 다르다

강 부장은 VR이 3D TV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잃는 게 일반적이지만 VR은 좀 다르다”며 “동영상 분야에 한정됐던 3D TV와는 달리, 산업 전 분야에 두루 쓰일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형성 전제조건인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그만큼 쉽다는 설명이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VR 성공 사례는 스포츠중계, 모의 의료실습, 게임, 부동산 등이다. 농구경기에 적용된 VR중계의 경우 코트 앞의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보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며, 의대생들이 수술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는 몰입감이 제일 큰 FPS게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VR게임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들도 VR로 완공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을 선호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홍대 상상마당에서 운영한 4인용 ‘T익스프레스’ 시뮬레이터는 VR에 4D(3D 입체영상의 경험에 물리적 효과를 더한 기술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를 적용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케이스다. 기어VR에서 재생되는 롤러코스터 영상에 맞춰 의자가 기울어지거나 진동이 더해지자 한결 실감난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강 부장은 “T익스프레스로 삼성전자가 재미를 많이 봐서 최근까지 계속 활용했다”며 “이를 좀더 응용한 카약이나 파도타기 같은 것도 굉장히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 청각은 속였다… 나머지 감각이 고민

VR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모바일 디바이스의 기술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실제와 똑같은 경험을 주려면 해상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하는데, 해상도를 높이려면 CPU, 메모리, 네트워크 속도 등 모든 부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 촉각, 미각, 후각을 구현하는 것에서도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강 부장은 “삼성 기어VR은 시각과 청각만 속이고,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는 콘트롤러로 촉각까지 속인다”며 “남은 후각이나 미각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몰입감을 방해하는 케이블, 시야각, 디스플레이 깜박임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며 “CPU와 GPU가 좀 더 발전해야 해결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부장은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질이 왜 이러냐고 불만을 가지겠지만, 콘텐츠만 좋으면 화질 문제는 크게 개의치 않고 보게 될 것”이라며 “또 기어VR의 소비자가격이 12만8000원인데, (이 가격으로는) 모든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VR의 대중화는 몇 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VR을 (신성장동력으로) 세게 밀었고, 그 결과로 많은 기기가 보급되어 시장이 형성됐다”며 “방송, 영화, 게임 등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니 몇 년만 지나면 콘텐츠 공급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가 좋아야 디바이스가 팔린다”며 “콘텐츠 개발사들이 좀 더 시장에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