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 오는 3월 이세돌과 대국 펼쳐

(데이비드 하사비스 딥마인드 부사장)

인공지능이 바둑 유럽 챔피언을 이겼다. 다음 상대는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이다.

구글코리아는 28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구글이 인수한 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소개했다.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박사와 데미스 하사비스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화상연결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의 대담을 가졌다.

알파고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사람처럼 학습하는 기술)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미리 입력된 프로기사의 기보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만 번의 연습을 통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정책망(policy network)’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수를 찾아내고, ‘가치망(value network)’이 각 수에 대한 승률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예상하여 바둑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알파고는 ‘푸에고(Fuego)’, ‘파치(Pachi)’ 등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과 일련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500개의 경기 중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했으며, 4개의 수를 접어주는 경기에서도 승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 유럽 챔피언인 판 후이(Fan Hui) 2단을 꺾었다. 5일간 펼쳐진 경기에서 5대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 이는 컴퓨터가 프로 바둑 기사를 이긴 최초의 경기다. 체스나 다른 보드게임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경우의 수가 우주에 있는 원자보다 많다는 바둑은 그동안 컴퓨터에게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알파고가 그 영역을 최초로 침범한 컴퓨터가 됐다.

이세돌 9단(출처: 한국기원)

알파고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알파고는 오는 3월 전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친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0년간 TV바둑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통산 네 번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역대 가장 강력한 바둑 기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승자는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를 가져간다.

데이비드 하사비스 부사장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중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50대 50”이라고 답했다. 딥마인드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세돌 9단 또한 만전의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만일 알파고가 패배한다면 재도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둑업계에서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파고의 실력은 아마추어 최상급에 비길만하며, 아직 프로 기사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이세돌 9단도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해 “자신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알파고는 바둑 대결을 넘어 현실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하사비스 부사장은 “범용 알고리즘이 적용된 알파고는 바둑 뿐 아니라 어떤 데이터도 학습할 수 있다”며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오늘날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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